[미소가 있는 시와 그림]

맛과 그림 1

명태

노가리의 말씀

대한민국 호프집 안주 역사에 노가리가 빠지면 섭섭, 한잔 뒤에 노가리 까고, 노가리 까고 또 한잔 마시다가 허풍도 술안주로 까고, 앞 친구의 빚도 까고, 정강이도 까고, 애인의 두툼한 입술도 까고, 덧 난 상처 껍데기도 까고

아저씨처럼 바지도 까고, 이쯤 되면 거짓을 더 많이 까고, 지갑도 까고 그러기에 노가리 깔 땐 조절욕구 중추가 작동해야 한다

생태의 탱고

여기까지 오려고, 그리도 부지런히, 상어를 피해 다닌 것이냐?

여기까지 오려고, 그리도 부지런히, 통통한 몸매를 만들어 놓았던 것이냐?

여기까지 오려고, 급하게 소식도 없이, 모든 걸 버리고 온 것이냐?

그래서 널 보면 살아 움직이는 탱탱한 탱고가 추고 싶다면 이해가 되느냐?

동태의 장난

찬 얼음을 이불 삼고, 썩은 눈을 가진, 얼어붙은, 고체의 너였어.

황태의 비밀

꼭 모질게 살아야 흥미롭고 그것만이 다큐화 되는 지구상의 변태들이 뒤틀리게 해 놓고 쉽게 풀어버리는, 그것을 재주라 믿는 간사한 자들이 값을 위해서라면 못할 짓이 없는, 그것을 꿈이라 믿는 맛을 위해서라면 고문도 즐기는, 웃으며 즐기는 생산자나 소비자나 한통속인.

북어의 기도

요즘은 먹태(거무스레하게 말린 명태)가 유행이지만 80년대 초반 종로2가 뒷골목, 생맥주집 연타운에는 천 원짜리 북어가 우리를 많이도 울렸다, 쫙 펴진 너, 두들겨 맞았다, 너처럼 누구를, 3일 마다 집행한다면 어떻게 되느냐면 가정법원에서 빨리 오시라고 퀵 서비스가 배달될 것, 그래 포기는 일찍 해라, 눈으로나 쏘아 붙이던가 정으로 쏟아 붓던가 그러면 속이 썩은 생명은 연장될 것이다, 너처럼 미라가 되어도 인기가 없고, 너처럼 사연들을 깔아 놓을 수도 없어, 그러니깐, 더 순해져야 할 양심들은 우리다, 때리는 우리다, 나 오늘 모임 있는데 낼 북어국 어떻게 안 될까? 기도만으로도 가뿐한.

“변신하며 살어라”

 

맛과 그림 2

요거트 + 꿀 + 양귀비씨

파묵칼레 가던 길

어느 시골 휴게소에서

보기 좋아 처음 택한 간식

오! 행운은 이렇게 갑자기 오는 것

그리고 뜻밖의 맛에

매번 중독되는 여행.

 

시와 머그컵

Alaska

빛의 흡수가 부족하여 파란색을 띄는 빙하는 화석처럼 지구의 역사를 간직한 USB, 수 만년이란 세월을 직접 연결하는 증거물, 그 위에서 사는 몽골의 후손들도 나처럼 스마트폰으로 고기를 잡아서인지 마을들이 텅 비고, 개썰매는 그저 1,760km 달리는 이디타로드(Iditarod)에서 쓰이는 정도이고, Musher(썰매꾼)들은 스노모빌 타고 다니고, 허기진 곰들이 쓰레기통을 뒤지고, 알라스카도 더워서 냉장고가 필요하고, 지반이 기울어지는 것도 당연하고, 겨울엔 독주와 썩힌 바다쇠오리 냄새 지독한 키비악이나 일각고래 고기가 필요하고, 해장은 빙하 녹인 물로 끓인 라면으로 하면 어떨까? 생각해 보고, 죽어도 썩지 않을 땅의 빙하는 그래도 푸른 잎들을 찾아 아주 천천히 속도를 내어 이동하는 알라스카.

 

원장실의 스켈레톤

목련

 

내 병원 뒤 공터에는

20년째 봄이면 어김없이 목련이 온다.

비겁하게 추위에 떨던 나에게 기쁘게 온다.

나는 주름이, 목련은 꽃송이가 매년 늘어난다.

이번 주말 비소식이 있는데 슬픔이 미리 오는 것은

추락을 예견하는 것이다.

봄처럼 잠시 동안이지만

늦은 오후 넉 놓고 너를 보는데 흔들리는 것은

내 가슴의 깨끗한 순수였다.

목련이 필 때 생각나는 사람을 찾고 있다면 행복할까요?

 

소소한 느낌들

화장실

 

나의 신고식 장소다

일어나면 부모님께 하듯 안부 보고를 올리는

약속의 땅처럼 그곳은 시원함을 청약하는

가끔은 가족끼리 병목현상을 일으키는

그리하여 먹으면 싸고 버려야 산다는

냄새와 흔적으로 교훈을 줄 때도 있는 성소.


송선헌

치과의사, 의학박사, 시인,

대전 미소가있는치과® 대표 원장

충남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

UCLA 치과대학 교정과 Research associate

대한치과 교정학회 인정의

전)대전광역시 체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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