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냐는 1층 현관에서 서성거리며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공관에 오른 뒤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자 다른 사내가 자리에서 몸을 벌떡 일으켰다. 터벅머리의 그 사내는 후덥지근한 사무실의 열기 탓인지 책상에 엎드려 졸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인기척에 놀란 모습이 확연했다. 그는 허겁지겁 가슴팍이 내다보일 만큼 열어 제친 옷을 여몄다.

어떻게 오오셨습니까?”

더듬거리는 말투가 서툴렀다. 잠이 들깬 모양이었다.

총영사님을 뵙고자 왔습니다.”

약속을 하셨습니까?”

그럼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그 사내는 수화기를 들고 유리문으로 가로 막힌 복도 저편의 사무실로 전화를 했다. 총영사 실은 베일에 싸인 요새처럼 두터운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복도 안쪽에 자리하고 있었다.

나는 사무실 문간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때 유리문이 열렸고 말쑥하게 차려 입은 사내가 내가 선 쪽으로 다가왔다. 양복 소매 끝으로 갓 헹구어 말린 듯 한 흰 와이셔츠가 내다 보였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그는 서울 말씨를 쓰고 있었다. 넥타이를 정갈하게 맨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안녕 하십니까. 장 민 기자입니다. 유학 온 아내가 실종 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렇게 달려 왔습니다.”

예 장 기자님, 경찰에 연행된 뒤 고생이 많으셨지요. 이곳에서는 당분간 조심하셔야 합니다. 자신의 신변은 스스로가 지켜야하니까요. 실종 문제에 대해서는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심려가 얼마나 크시겠습니까. 저희 공관에서도 김 선생님을 계속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이 너무나 엉뚱한 곳이어서 …….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 합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총영사 실에 손님이 계셔서…….”

그렇게 하지요.”

공관직원은 사무실과 맞닿은 작은 방으로 나를 안내했다. 그곳에는 잘 정돈된 응접세트와 러시아를 소개하는 책자가 여러 권 꽂혀 있었다.

창밖으로 블라디보스토크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여전히 날씨가 흐렸다. 잿빛 구름은 미친 듯이 허공을 짓이기며 바삐 지나갔다.

블라디보스토크 안내라고 쓰인 얇은 책자를 폈다. 영사관 측에서 이곳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을 위해 만든 안내 책자였다. 그 곳에는 현지에 대한 간략한 약사와 한국과의 관계 등이 적혀 있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