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열의 세계속으로 61]

1. 나폴리폼페이 지도.
1. 나폴리폼페이 지도.

음악에 대해서는 문외한이고 이태리 가곡에 대해서는 더더욱 무지한 내게도 노래 제목만은 알고 있는 이탈리아 민요 ‘돌아오라 소렌토로(Torna a Surriento)’의 본고장 소렌토(Sorrento)는 이탈리아 남부 캄파니아 주에 속하는 해안가 작은 마을이다. 소렌토는 기원전부터 그리스인들이 지중해를 건너와 정착하면서 이곳을 시레나(Sirena)라고 불렀는데, 로마가 이탈리아 반도를 완전히 차지한 뒤 수렌툼(Surrentum)이라고 고쳐 불렀다. 풍요로움 속에서 살았던 로마의 시인들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아름다운 매력을 가진 마녀 세이렌(Siren)이 지중해의 작은 섬 사이레눔(Sirenum)에서 산다고 노래했는데, 그곳이 소렌토 주변을 항해하는 뱃사람들이 어디선가 아름다운 여인의 달콤한 노랫소리에 유혹되어 뒤돌아보다가 가파른 해안의 암초에 부딪혀 난파당한다는 전설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독일 라인 강에서 전해오는 독일민요 ‘로렐라이(Die Lorelei)’언덕과 비슷하다. 시레나는 오늘날 신호, 경보 등의 의미로 사용되는 영어 ‘사이렌(Siren)’의 어원이 되었다(2017.06.02. 로렐라이 언덕 참조).

2. 소렌토 전경.
2. 소렌토 전경.

소렌토는 7세기에 공작 자치령의 수도였다가 1137년에 노르만족의 침략을 받고 시칠리아 왕국에 편입되었으나, 역사적으로는 그다지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다만 나폴리에서 포지타노(Positano)에 이르는 아름다운 풍광의 해안마을 중 하나로서 인기가 있는데, 특히 세계 3대 미항 중 하나인 나폴리가 2차 대전 때 연합국의 폭격으로 재건한 도시인 것과 달리 소렌토는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아서 캄파니아 해안가의 오래된 집들과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지중해 주변은 비가 자주 내리지 않는 건조지대여서 나폴리, 폼페이, 소렌토 일대에는 포도․올리브 등 농사를 많이 짓지만, 상대적으로 일 년 내내 아름다운 풍광을 구경할 수 있는 휴양지여서 세계 각지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온다.

2-1 절벽의 별장들.
2-1 절벽의 별장들.

소렌토는 로마에서 기차를 타고 1시간 10분 만에 나폴리에 도착해서 다시 뱃길로 약40분 쯤 가거나 나폴리에서 화산폭발로 사라진 불운의 도시 폼페이를 거치는 민간열차로 갈아타고 갈 수 있다. 그러나 기차는 해안 길을 빙빙 돌아서 달리지만, 배를 탈 경우에는 맑고 푸른 바다를 항해하면서 해안선 절벽에 마치 제비집 매달리듯 붙어있는 수많은 중세의 호텔과 레스토랑들을 덤으로 구경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좋지만 우리 가족은 폼페이를 여행한 뒤여서 폼페이에서 소렌토까지 열차를 탔다.

3. 타소광장(화보사진).
3. 타소광장(화보사진).

폼페이에서 남쪽으로 약26㎞쯤 떨어진 소렌토는 국철이 아닌 민자 회사가 운영하는 사철(私鐵)이어서 유레일패스가 통하지 않는다. 소렌토까지는 약30분 정도 걸리며, 편도요금은 2.2유로이다. 그런데, 객차가 마치 국내 어느 유원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코끼리열차나 협궤열차 같이 약1/3정도 크기인데다가 승하차할 때마다 열리는 양쪽 출입문의 공간은 다시 객실과 칸막이가 되어서 문이 열리더라도 객실 안으로는 외부의 공기가 들어가는 것을 막는 구조 등은 매우 이색적이었다. 소렌토까지 짧은 시간이었지만 창밖으로 전개되는 농촌의 풍요로운 모습, 4m가 훨씬 넘을 것처럼 무성한 억새가 그림 같은 들판, 아름다운 커브와 높다란 다리가 계곡을 가로지르는 터널들에 넋을 잃었다. 특히 기차가 정차할 때마다 고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남녀학생들이 쉴 새 없이 오르내렸는데, 그들의 아름답고 티 없이 꾸민 얼굴에서 삶의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4. 해수욕장으로 가는 가파른 도로.
4. 해수욕장으로 가는 가파른 도로.

바닷가 마을인 소렌토는 우리의 시골 읍만큼 작은 인구 약2만 명의 도시여서 기차역에서 소렌토의 중심지인 타소광장까지는 걸어서 약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타소광장 한 가운데에는 소렌토가 자랑하는 이곳 출신 시인 토르콰토 타소(Torquato Tasso: 1544~?)의 동상이 있는데, 광장 주변에는 호텔, 레스토랑 등 여행자들의 편의시설이 몰려있다. 하지만, 이곳보다는 비록 협소하고 낡았어도 수백 년 전부터 해안가 절벽 중간에 제비집처럼 지은 작은 별장과 호텔들이 나폴리 항과 푸른 지중해를 만끽할 수 있게 꾸며져서 숙박료도 훨씬 비싸고 세계 각국에서 관광객들이 일부러 그곳을 찾는다.

4-1 해수욕장.
4-1 해수욕장.

소렌토는 육지에서 가파른 해안가를 따라 도시가 형성되어서 도로가 매우 가파른데, 건물들도 마치 지중해를 향해서 경기장의 계단식 관중석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경사진 도로를 따라 돌로 쌓은 낮은 담장과 담장 위를 장식한 이름 모를 붉은 꽃 화분과 넝쿨들은 도시라기보다는 아름다운 시골마을의 정원 같은 시내 풍경이 매우 인상적이어서 2010년 동유럽을 여행하면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산간도시 할슈타트(Hallstatt)를 보기 전까지는 소렌토가 내가 돌아본 세계의 수많은 도시 중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기억했었다(할슈타트에 관하여는 2018.02.26. 잘츠부르크 할슈타트 참조).

4-2 소렌토항.
4-2 소렌토항.

소렌토에서는 대주교관구를 비롯하여 성당과 14세기에 건축된 아름다운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 수도원, 코레알 레디테라노바 박물관 등이 있고, 특히 코레알 레디테라노바 박물관은 캄파니아의 장식미술품과 중세의 조각·그림 및 고전양식의 유물들이 소장되어 있다.

5. 소렌토에서 바라본 나폴리항.
5. 소렌토에서 바라본 나폴리항.

그런데, 소렌토 바닷가는 비릿한 바다 냄새가 전혀 풍기지 않는다. 그것은 소렌토가 유럽의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석회암 지대가 바다 속까지 이어져서 바다에도 수초가 자라지 않아서 물고기들도 살지 않기 때문에 바다 속은 마치 잘 꾸민 인공 수족관처럼 투명하다. 주민들도 대부분 고기잡이가 아니라 관광객들을 상대로 유람선이나 요트 대여, 숙박업으로 생활한다. 또, 도시가 가파른 지형이어서 해수욕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래사장이 없다. 그래도 수영객들은 인공구조물로 만든 부교(浮橋)에서 다이빙을 하며 수영하거나 보트 등을 타고 즐기다가 해수욕장에서 가까운 절벽에 붙은 호텔 등을 방갈로처럼 왕래하기도 한다. 그리고 음악에 대해서 문외한인 내가 노래 제목만은 기억하고 있는 “돌아오라 소렌토”가 사실은 바닷가이지만 고기도 잡을 수 없어서 가난하게 살던 소렌토의 젊은이들이 돈을 벌러 멀리 떠나간 뒤에 소식이 없자, 소렌토에 남아있는 처녀들이 애인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애절한 노래라는 것도 소렌토에 와서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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