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환의 정치 톺아보기]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완구 전 총리의 정치재개 움직임에 대한 충청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료사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완구 전 총리의 정치재개 움직임에 대한 충청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료사진

귤, 요즘은 흔하디흔한 과일이다. 어릴 적 매우 귀했던 귤이 우리 곁의 가까운 과일이 되는데 김종필(JP)전 총리의 역할이 컸다는 얘기가 있다. 귤은 1902년 서귀포 복자성당에 엄다께 신부가 14그루를 처음 시험 재배한 이래 70년대 들어서야 전성시대가 열린다. 1965년 한일협정이후 JP는 제주에 직접 토지를 매입하고 일본의 온주밀감을 서귀포일대에 퍼뜨렸다고 전해진다.

고 정주영 회장이 소떼를 몰고 판문점을 넘는다. 이 소들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부정부패혐의로 국가에 강제 귀속시킨 JP의 서산농장에서 자란 소들이다. 

JP는 유신, 한일협정, 부정부패연루 등으로 많은 지탄을 받기도 한 정치인이다. 그러나 JP는 3000년간 이어온 배고픔의 고리를 끊은 조국산업화의 대표일꾼이었다. 

충청이 배출한 최고의 정치인이자 국가의 어른인 JP는 올해 93세다. 고령임에도 JP는 여전히 대한민국과 정치에 일침을 가하기도 한다. 

JP이후 적잖은 이들이 JP후계자를 꿈꾸며, 충청대망론을 키우며 왕성한 정치활동을 펼쳤다. 이회창 전 총리는 3번의 대선에 도전했다. 심대평 전 지사는 국민중심당과 자유선진당을 만들었다. 강창희 전 의원은 6선에 국회의장을 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잠시나마 가장 강력한 대선주자였다. 안희정 전 지사는 비록 경선에서 졌지만 차기대선의 최고 유망주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모든 분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한국정치 무대 밖으로 사라져갔다. 특히나 최근 안희정 참사는 충청인에게 분노와 허망이라는 찜찜한 자욱을 남겼다. 안 전 지사가 남긴 허탈감 때문일까? 조금씩 조금씩 한 사람에 대한 관심이 모락모락 커간다.

지금은 현실정치에서 떨어져 있으며 ‘정치를 한다는 건가? 안한다는 건가?’ 애매한 해석을 자아내게 하는 정치인이 있다. 이완구 전 총리다. 6.13선거가 다가오며 이 전 총리의 거취가 관심의 대상이다. 본인이 직접 선수로 뛸지 아닐지, 그 행보에 따라 대전과 충남의 선거는 판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고민이 많을 것이다. 걸어온 길이 있기에 ‘그 길에 부합하는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인가?’ 고민할 것이다. 

총리실의 고유 업무는 국무조정실장이 맡아 하고, 굵직굵직한 국가적 의제는 본인이 직접 책임지고 주도하려했던 국무총리 이완구를 국무총리실에서 짧은 시간 모시며, 나는 그의 열정 속 강한 정치적 책임감을 발견했다.

책임형 총리가 되어 국가를 위해 일을 하고 싶었는데, 일을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그는 정치권과 언론에 조성된 여론에 의해, 조롱과 비난의 대상이 되었고 결국 물러나야 했다. 그 이후,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탄핵과 대선참패를 거치며 대한민국 보수가 궤멸하고 있는 속에 보수정당을 이끌어가는 지도자에 대한 국민의 반감도 누그러지지 않는 상태인 지금,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대한민국 정치가 전통의 강호 영남과, 새로운 강자 호남으로 급속도로 이원화되는 속에 점차 설 땅을 잃어가고 힘이 빠져가는 충청도를 우려하는 한 섞인 목소리를 누구보다 많이 들을 텐데, 게다가 안 전 지사에 대한 배신감과 그가 빠진 빈공간의 허탈감이 커 보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 '다시 한 번 이완구'의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많이 전해질 텐데, 그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 전 총리 자신이 “2년 반 동안 몸과 마음이 쇠잔해진 상태"라고 밝혔듯, 최근 그의 사진을 본 사람들의 입에서 '정말 몸이  많이 안 좋아진 것 같더라. 그 몸으로 정치하겠나?'라는 걱정하는 소리를 들었다면, 그는 과연 무슨 대답을 할까? ‘정치인의 쇠잔해진 몸과 마음은 결국 일터인 정치현장에서 기를 받아 고치는 것이 정석 아닐까?' 라고 누가 말한다면 그는 과연 어떤 대답을 할까?

그의 마음속엔  무너지는 보수를 살려내는 역할로 본인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다시 리더로서 우뚝 솟는 그 모습을 그려보지 않을까? 특유의 리더십으로 앞으로의 정치적 일정 속에 충청대망론과 그 이상을 어떻게 펼칠까 그려보지 않을까? 모두가 좌초된 속에 JP의 후계자가 되기 위한 꿈도 그려보고 있지 않을까?

그는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을 것이다. 

하나는 이인제 전 의원이 자유한국당 충남지사 후보로 확정된 상황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확정된 천안갑 지역이나 양승조 민주당 의원이 자당 충남지사 후보로 결정된다면 예상되는 천안병 지역의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길이 하나다. 비록 보궐선거지만, 충청의 핵인 천안은 지난 대선에서 자유한국당에 참패를 안겨준 지역이다.

동남구는 문재인 후보 39.7%대 홍준표 후보 23.2%이지만, 특히 서북구는 44.5%대 17.6%로 보수에 싸늘한 경고를 한 대표적 지역이다. 

이곳에 출마하며 충청대망의 불을 지피며, 충청전역에 그 불길을 퍼뜨릴 수 있다면, 그래서 어려운 싸움이지만 선거에 승리할 수 있다면 그는 정치적 재기에 성공하고 쓰러진 보수의 큰 축이 될 수 있다.

둘째는 지금 이 상태로 라면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 승리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선거 후 보수의 새로운 지형을 주도하겠다는 생각, 그 길을 모색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홍준표 대표 중심으로 치룬 선거의 참패, 이에 따른 소위 ‘6.13  보수폭망론’이 선거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이 전 총리의 길 앞에 아름다운 꽃가마를 드리우진 않을 것이다. 

선거의 참패는 이미 홍준표의 참패는 물론이거니와 함께 선수로 뛴 김문수, 이인제, 김태호 전 지사 등 소위 올드보이의 참패이기도 하며, 결국 이 전 총리 역시 올드보이가 되어 '보수의 세대교체와 세력교체'의 파도에 직면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완구 전 총리에겐 어쩌면 올해가 그 앞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인지 모르겠다. 출마든 아니면 다른 선택이든, 그 선택과 향후의 모습이 국민에게, 충청인에게 남길만한 무언가였으면 좋겠다.

JP는 “여론은 조변석개하니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충청도는 어쩌면 탄핵과 대선이후 여론의 흐름도 중요하지만, 안희정 참사 이후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갈증도 큰 듯하다.

이 전 총리는 JP를 꿈꾸는가? JP는 귤과 북녘으로 가는 소떼와 조국의 산업화를 남겼다. 충청인의 기대는 컸지만, 화려한 경력 이외에 이 전 총리는 무엇을 남겼는지 모르겠다. 

이완구 전 총리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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