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청 활동 작가 34명 노조 참여..처우 개선 본격 활동

방송작가들이 노조를 설립했다. 이 노조에는 대전과 충청지역에서 활동 중인 구성작가 34명이 참여한다. 사진은 지난해 방송작가노조 설립당시 모습.
방송작가들이 노조를 설립했다. 이 노조에는 대전과 충청지역에서 활동 중인 구성작가 34명이 참여한다. 사진은 지난해 방송작가노조 출범당시 모습.

모든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빼놓을 수 없는 인력이 바로 작가들이다. 아니 더 솔직한 표현은 꼭 필요한 필수 인력이다. 프로그램의 기획부터, 사전 섭외, 취재, 집필 업무와 함께 대개의 경우 후반 CG와 자막까지 맡고 있다. 

화려한 방송프로그램 뒤에 방송작가들은 박봉에 시달리며, 계약서 한 장 없이 자신의 임금과 노동조건조차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일하고 있다. 그런 방송작가들이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스스로 단체를 조직해 공동 대응을 시작한다.

전국언론노조 산하 방송작가지부는 30일 오후 7시 30분 대전충청지회 출범식을 갖는다. 방송작가 노조 대전충청지회에는 대전과 충북지역의 KBS·MBC 작가와 TJB, 교통방송 작가 등 34명이 가입했다. 지역에서 대략 100여명 이상의 작가가 활동 중인 것으로 추산되는 것을 감안하면 30% 이상 노조에 가입한 셈이다.

이들이 노조를 만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너무도 명확하다. 열악한 처우 때문이다. 방송작가노조가 지난 달 2일부터 18일까지 전국 작가 19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를 보면 그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지역방송작가들의 월평균 추산 급여는 150~200만원(36.5%), 100~150만원(25%), 200~250만원(21.9%) 순이었다. 전체의 61.5%되는 작가들이 월 200만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로 일을 하고 있었다. 특히 응답자의 연령대가 30~40대(41.7%), 20~30대(32.3%), 40~50대(25.5%)이고, 신입작가보다는 서브, 메인 작가들이 많은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은 급여임을 알 수 있다. 지역방송작가들의 80% 이상은 생계 걱정을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투잡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지역방송작가들의 원고료였다. 지역방송사는 열악한 제작환경을 이유로 제작비를 삭감하거나, 제작비를 동결한다. 그 결과 작가들의 원고료 또한 삭감되거나 동결되기 일쑤다. '원고료 인상을 경험한 적이 없다'고 밝힌 응답자가 전체의 43.2%에 달할 정도다. 심지어 '2011년 봄 이후로 오른 적이 없다', '몇 년간 동결 상태', '원고료를 깎지만 않아도 감사할 판'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있었다. 

수도권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원고료에, 기획료나 재방료 기준도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 메인-서브-신입 작가의 일반적인 체계조차 지역에서는 없는 경우가 허다하고 한 프로그램에 한 명의 작가가 아이템 취재, 섭외, 촬영구성, 원고 집필, 자막까지 모두 도맡아야 하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이런 직위 없는 1인 작가 체제가 무려 26.8%를 차지할 정도라는 게 작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처럼 어려운 환경속에서 일하고 있음에도 부당한 업무지시나 노동에 숨죽일 수밖에 없었다는 작가들이다. 방송사의 규모와 프로그램의 수 등이 일자리의 파이가 크지 않아 소위 '소문이 안 좋게' 나면 지역에서는 아예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어떤 작가들은 성희롱, 성차별적 발언이 상당하다는 의견도 개진해 충격을 주고 있다. 낮은 임금을 두고 "여자가 하기 좋은 일"이라고 성 비하 발언 뿐 아니라 제작비를 줄일 때 작가에게 "너희 돈을 안 빼면, 어디에서 돈을 빼냐?"며 면박을 줬다는 고백도 있었다고 한다.

방송작가노조는 실태보고서를 통해 "지역방송작가들 노동인권엔 세 가지가 없다. 원고료 인상, 계약, 상해 보험까지 이른바 지역방송작가 노동인권의 '3無'"라며 "최소 5년에서 10년간 원고료를 인상하지 않은가 하면, 원고료 지급 기준조차 없다. 계약 또한 구두 계약을 하거나 노동조건을 알지 못한 채 일을 시작한다. 최소한의 상해 보험조차 없어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다치거나 사고가 나도 아무런 보장도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방송국은 지역민을 채용하고 함께 일하며 지역의 성장 발전에 기여해야 하는 지역사회 공동체 내에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다"며 "이런 지역방송사들이 자신들이 고용하는 필수 인력인 방송작가의 인권에 나 몰라라 한다면 지역방송의 위상을 스스로 흔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방송작가노조 대전충청지회는 전국에서 활동 중인 작가들과 함께 방송작가 표준근로계약서와 4대보험 도입, 원고료 현실화 등 처우 개선을 위해 본격 활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방송국들의 전향적인 검토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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