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천의 확대경] 수필가·전 충남도 서산부시장

가기천 (수필가-칼럼니스트)
가기천 (수필가-칼럼니스트)

 

좀 지난 일이다.
글을 쓰는데 자료가 필요하여 어느 군 예산부서에 전화를 걸었다.
“예산계입니다”
“예, 대전에 사는 아무개인데요. 올해 ○○군 총예산액이 얼마인지 좀 알아보려고 전화 드렸습니다.”
“뭣 땜에요?”
“예. 참고할 일이 있어서…, 군 홈페이지에서 찾아보았지만, 아무리 해도 찾을 수가 없어서요.”
“뭣 하는 분이세요?”
“예. 특별히 하는 일은 없습니다.”
“어디에 쓰려구요?”
“예, 글을 쓰는데 좀 필요해서요.…, 용도를 알아야 하나요?”
“기다려 보세요.”
‘딸그락’ 책상에 유리를 깔았는지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30초, 1분, 2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이런 것인가 싶게,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억 원인데요”
“예, 그런데 일반회계, 특별회계를 합한 것 인가요”
“기다리세요.”
“아까 것은 일반회계이구요, 특별회계는 ○○○○억 원인데요”
“예, 감사합니다. 수고하십시오.”

비밀사항이거나 보안을 요하는 사항이 아닌 바에야 군 홈페이지에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게재되어 있다면 굳이 바쁘게 일하고 있을 담당자를 찾아 전화를 걸어야 할 번거로움과, 구구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또 담당자가 업무를 맡은 지 얼 마되지 않아 파악하거나 숫자를 외우지 못하는 경우만 아니었다면 기다리라고 하고 예산서를 뒤적여야 할 만큼 생소한 자료나 숫자가 아닌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담당자라면 당해 연도는 물론이고 지난 해 예산규모 쯤은 머리에 들어있고, 웬만한 사항은 사업명과 예산액은 물론이고 예산서 쪽수까지 떠 올릴 수 있는 사항이다. 설령 모른다고 하더라도, 분명 담당자 책상 위에 있었을 예산서에서 첫머리에 나오는 예산 총액 하나 알아보는데, 면접시험 보듯 문답이 있고 난 뒤 2~3분이나 걸릴 일은 아니었다.

지자체마다 홈페이지 구성 달라 자료 찾기 어려워

지방자치단체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연혁, 유래, 행정구역, 인구, 면적 등 기본적인 사항과  웬만한 자료는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잘 되어 있다. 그러나 홈페이지 구성내용이 지자체마다 다른 관계로 기본현황 조차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앞의 예와 같이 예산 현황을 찾아보기 어려운 지자체가 있고, 심지어 면적이나 인구현황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헤매야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지자체 전체 인구는 나오지 않고 읍면동별 인구만 나오는 곳도 있다. 기본에 해당될 만한 목록이 지자체에 따라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으며, 유사한 사항이라도 명칭이 달라서 혼동을 주는 데다 순서도 구구각각이다. 그 하위 메뉴에 들어가 보면 내용도 일정하지 않다보니, 어느 지자체는 정보공개에서 찾아야 하고 어느 지자체는 분야별 정보에 들어가 있다.
‘정보’라는 메뉴만 보더라도 ‘정보공개’, ‘정보 나누미’, ‘행정정보’, ‘정보처리’… 명칭이 모두 다르다.

이렇다 보니 웬만한 검색 능력이 있거나 인내심이 없이는 찾기조차 어렵다. 또 하나는 각종 통계 작성 시점이 달라 비교하거나 활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인구 현황의 경우 어느 지자체는 월말이 지나면 하루나 이틀 뒤에 전 달 말 현재의 인구현황이 올라와 있는가 하면 보름, 한 달 뒤에나 뜨는 경우가 있다.

 ‘자기 집은 찾기 쉬운 것’처럼 공무원들은 현재 자기가 속한 기관의 홈페이지가 나름 찾기 쉽고 충분하다고 판단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사용자 입장에서는 어렵고 복잡하다. 예를 들어 도로‧교통표지판은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보다는 처음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필요하므로 지역을 잘 알지 못하는 외지인이 알아보기 쉽도록 만들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홈페이지는 공무원 자신들보다는 외부인들을 위하여 만들어 져야 하는 것이다.

기초 공통 자료는 통일할 필요 있어

이에 정부나 광역자치단체에서 표준 시안을 만든 다음 기초자치단체와 협의하여 하루 빨리 개선할 것을 제안한다. 지자체 홈페이지는 기본․공통사항은 같은 체제와 형식, 명칭과 게재내용을 통일하고, 나머지 사항은 그 지자체의 특성을 살리고 독창성을 발휘하여 꾸미면 될 것이다. 이렇게 하면 이용자의 편의 뿐 아니라, 앞의 예와 같은 시간을 쓸 필요도, 담당공무원의 업무량도 줄이고 더구나 불필요한 신경도 쓰지 않을 것 아닌가 한다.

 통일성을 주문하는 것이 지방자치와 자치단체의 자율성, 독창성을 훼손하는 것은 아니다.
예전 어느 민선 도지사는 지방행정을 수행하는 기본자세로 ‘국가의 통합성과 지방의 자율성’을 늘 강조했다. 지방자치라고 하더라도 국가 차원에서 공통적으로 추진하는 시책에는 따르면서 지방의 자율성과 독창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지론이었다.

요란하게 꾸미고 멋 부리는 것이 최고이고 최선은 아니다. 전문성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도 가볍게 접근하여 필요한 사항을 쉽게 얻을 수 있도록 지자체 홈페이지를 수요자 중심으로 개선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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