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서울 남산 기슭에 땅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집을 짓겠다고 하면 건축허가를 내주어야 하나? 우리나라는 사유재산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허가를 내주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사유재산권을 100% 보장해야 한다면 도시는 엉망이 되고 말 것이다. 토지의 사유재산권 행사에는 공공의 이익이 고려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는 남산 땅 주인에게 건축허가를 내줄 수 없다.

그러나 대전시는 지금 그런 건축허가를 내주는 도시다. 대전에서 진행되고 있는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이 그런 사업이다. 도심 한가운데나 연구단지 등에 위치한 도시공원에 아파트 건축을 허가해주는 사업이다. 난개발 우려도 사업의 명분이다. 2020년 공원규제 일몰제가 끝나면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어 난개발이 예상되기 때문에 미리 공원개발사업을 벌여야 한다는 게 대전시의 주장이다.

난개발 우려는 사실과 다르다. 도시계획으로 묶어놓은 도시공원 규제가 관련법 일몰제로 풀리게 된다고 해도 난개발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이 분야 전문가들은 말한다. 공원 규제가 풀리더라도 산림법이나 도로교통법으로 얼마든지 개발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집을 지으려는 땅이 맹지라면 공원구역에서 해제가 되더라도 건축허가를 받을 수 없어서 난개발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정기현 대전시의원에 따르면 대전시가 난개발을 우려하는 대덕연구단지내 매봉공원 지역은 진입로가 없는 맹지다. 시가 일부러 나서서 도로를 내주지 않으면 건축허가가 날 수 없는 땅이다. 따라서 대전시가 내세우는 난개발 우려는 거짓말이다.

그런데도 대전시는 난개발을 핑계로 매봉공원 사업에 대한 허가절차를 진행중이다. 대전시 도시공원위원회는 ‘비공원시설 구역계 유지’등의 조건을 달아 가결했다. 대덕특구 내 16개 정부출연연 기관들은 “대전시는 주민 의견을 수렴하거나 인근의 환경평가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반발하며 차기 시장에게 결정권을 넘기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전시는 인구가 점차 줄고 있다. 155만 명을 바라보던 대전시 인구는 이제 150만 명 아래로 내려갔다. 지금 추세로 보면 훨씬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설사 인구가 더 늘어나더라도 집을 짓도록 마련된 택지가 있다. 그런데도 대전시는 굳이 도심 녹지나 연구단지 환경을 훼손하면서까지 허가를 못 내줘서 안달이다.

도시계획 분야 전문가들은 지금 대전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는 ‘도심근린공원 특례사업’에는 이른바 ‘개발마피아’가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땅주인은 들러리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여간해선 막아내기 어렵다. 시민과 시민단체들이 반대해도 대전시는 기를 쓰고 추진하고 있다. 제대로 된 대전시장이 나와야 막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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