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뒷산에서 수년째 울어대던 닭들
수업시간 때 울면서 학생들 불편 겪기도
닭 주인, 문제의식 공감 "닭장 옮기겠다"

대전 유성구의 한 공립고등학교 별관 3층에서 촬영한 닭들. 학교에서 100m 쯤 떨어진 야산에 설치된 울타리 안에서 닭들이 자유롭게 돌아 다니고 있다. / 사진=이주현 기자

학교 인근 야산에서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던 닭들로 인해 수년째 시름했던 대전 유성구의 한 공립고등학교가 웃음을 되찾았다. 학교 측의 문제의식에 공감한 닭 소유자가 흔쾌히 닭장을 옮기겠다고 밝히면서다.

26일 이 학교 등에 따르면 오래전부터 인근 식당 주인이 학교 별관 뒤 야산에서 키우던 닭들이 수업시간 등에 울면서 학생들이 불편을 겪었다.

닭 울음소리가 들리는 별관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3학년 수험생들이 사용하고 있어 자칫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올해부터 별관은 신입생들이 쓰고 있다.

이런 상황이었지만 학교 측은 닭 소유자에게 적극적으로 요구를 할 수 없었다. 자칫 사유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에서다.

게다가 '수업에 차질이 있다'는 등의 적극적인 문제 제기가 없었고 매년 신입생들 사이에서만 얘기가 나와 연례행사처럼 여겨졌다.

한 학생은 "학교 뒷 산에 닭이 있다는 것은 거의 모든 학생이 알 것"이라며 "살아있는 닭 여러 마리가 있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수업시간에 울어대면 집중력이 떨어져 짜증 났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 교무부장은 <디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몇 년 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일 날만큼은 닭 울음소리가 나지 않게 (닭을) 옮겨달라고 업무협조를 구한 적이 있다"며 "당시 별관은 수능시험장이 아니었지만 혹시나 해서 업무 협조를 한 것이었고 이후 닭을 치워달라고 말하기에는 사유재산 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조심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닭 소유자는 공감했고 "닭집을 새로 지어서 빠른 시일 내에 옮기겠다"고 즉답했다.

동행했던 교무부장은 "좋은 결과가 나와 다행"이라며 "기분 좋게 흔쾌히 요구를 받아 준 닭 소유자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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