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대전시낭송인연합회 회장
김종진 대전시낭송인연합회 회장

우리에게 여러 가지 문제연구소 소장으로 잘 알려진 김정운 소장. 그는 20여 전 생소한 문화심리학자란 이름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취업을 위해 여러 곳을 두드렸지만 받아주지 않았다. 지금은 보편화 됐지만 당시 문화심리학이 교과서에 없다는 이유였다. 참으로 꽉 막힌 사회였다고 김정운 소장은 회고한다. 시간이 흘러 김 소장의 위치는 달라졌다. 편집능력이 창조라는 ‘에디톨로지’ 학문을 만들어 전파하고 있다. 이것 역시 교과서에 존재하지 않는 용어다. 그런데 요즘은 교과서에 존재하지 않기에 신선한 느낌을 준다. 지식기반산업과 정보산업 다음에 창조산업과 창의산업을 이야기 한다. 그래서 곳곳에서 창조와 창의를 외치고 있지만 그것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같은 물건, 같은 현상이라도 다르게 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학창시절 교과서를 안 읽어본 사람은 없다. 시대가 변해도 학교에서는 교과서를 중심으로 교육한다. 교과서는 교육에 있어 절대적인 존재다. 교과서는 다른 책에 비해 실용성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걸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과서를 통해 주요부분을 익히고 다른 책으로 보강하는 것이 이상적인 공부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교과서를 참고해 만든 문제집은 핵심은 뽑아주지만 배경지식은 각자 알아서 배워야 한다. 교과서는 절대적이고 준엄한 책이 아니다. 전달을 편리하게 만든 책이다. 하지만 교사, 학부모, 학생들은 교과서를 절대적으로 여기고 있다. 교과서 밖을 나가는 걸 두려워한다. 교과서는 제도권 안에서 보호를 받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아들 교과서를 본 적이 있다. 소설가 박경리가 지은《토지》가 필독서였다. 아이들은 0교시부터 야간 자율학습까지 문제집만 푸는 수업을 반복한다. 그러다보면 《토지》같은 장편소설을 읽을 틈이 없다. 학교에선 《고등학생 필독 소설 요약》을 구매해 읽게 했다. 그런데 줄거리는 알겠지만, 배경이나 주인공 감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인성이 중요시되고 있기 때문에 이제 곧, 국어, 수학처럼 ‘인성’ 과목도 나올 수 있다. 이미 인성관련 교과서급 책도 나와 있다. ‘인성을 교과서로 가르칠 수 있는지’와 ‘인성자체를 가르칠 수 있는 것인가’ 등 곳곳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인성은 교육으로 체득되어야 한다.  평소 인사를 안 하는 아이가 교과서에서 배웠다고 뚝딱 인사를 잘하는 아이가 되는 건 아니다. 인사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고 시간이 누적된다면 당연함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교과서는 철저히 사실만 교육한다. 과학적으로 검증됐고 보편화 된 것만 담은 게 교과서다. 그렇기 때문에 교과서는 한계가 있다. 교과서는 정보습득으로 봐야한다. 인성교육 역시 교과서 밖을 나와야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한 것이다.
 
모든 부모가 바라는 것은 자녀의 성공이다. 성공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사다리’라 말하는 기존 성공방법은 치열하게 경쟁한 후 승리해 그 열매를 얻는다. 또 다른 방법은 기존 성공방법을 거부하고 새롭게 개척하는 것이다. 과거에 비해 사다리가 줄어들었다고 아우성이다. 줄어든 만큼 남들처럼 똑같은 방법으로 성공하기는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자신만의 성공기준을 세우고 새롭게 성공 방법을 개척하는 게 현명하다. 만약 대학입시에 인성점수가 반영된다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지 자못 궁금하다. 인성수업만큼은 교과서 밖으로 나올 용기를 갖자. 교과서가 아니라 학생들 눈높이에 맞는 내용과 첨단기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학생들 눈높이로 탈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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