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열의 세계속으로 59]

1. 로마지도.
1. 로마지도.

도시 전체가 살아있는 박물관인 로마는 고대 로마를 꽃피웠던 포로 로마노(Foro Romano), 가톨릭이 지배하던 중세 유럽의 중심 지역이던 로마, 그리고 교황청이 있는 바티칸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먼저, 포로 로마노는 BC 8세기경 늑대 젖을 먹고 자란 로물루스(Romulus)와 레무스(Remus) 쌍둥이 형제가 고대 로마를 건설했다는 전설이 있는 팔라티노(Palatino) 언덕으로서 이곳 메인 스트리트인 ‘성스러운 길(Via di Sacra)’을 사이로 왼편에는 바실리카, 에밀리아, 공회당, 원로원 건물이 있고, 오른편 팔라티노에는 궁전과 신전들이 있다. 특히 팔라티노 언덕은 황제와 신들을 모신 궁전이 셀 수 없이 많아서 오늘날 ‘궁전’을 의미하는 ‘Palace’라는 단어의 어원이 되었으며, 로마시민들이 모여서 정치를 논하던 광장 아고라(Agora)는 유럽 전역에 유행처럼 퍼졌다(포로 로마노에 관하여는 2017.01.06. 참조).

2. 스페인 광장의 쓸모없는 낡은배.
2. 스페인 광장의 쓸모없는 낡은배.

한편, 가톨릭이 국교가 된 중세의 로마는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명언을 생길 정도로 세계의 중심이 되었는데, 로마에는 포로 로마노의 아고라 이외에 베네치아 광장, 나보나 광장, 포폴로 광장 등 크고 작은 광장이 많이 생겨났다. 그중 베네치아 광장 다음으로 유명하고 활기찬 곳이 스페인광장(Piazza di Spagna) 일대다. 스페인 광장은 오랫동안 로마제국의 변두리로서 야만족으로 취급받았던 에스파냐(스페인)가 17세기에 로마에 교황청 스페인대사관을 지으면서 생긴 지명으로서 베네치아 궁을 번화가에 세웠던 것과 달리 변두리 지역에 자리 잡았지만, 오늘날 이 일대는 다양한 명품 숍이 밀집된 번화가로 쇼핑객이 북적이며, 로마의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하나가 되었다. 이곳에서는 트레비 분수와 판테온 신전과도 가깝다.

2-1 스페인계단.
2-1 스페인계단.

로마에는 지하철 A․B노선이 있는데, A노선은 바티칸에서 스페인 광장과 트레비 분수까지의 코스이고, B노선은 콜로세움 경기장에서 베네치아 광장으로 통하는 코스다. 로마에서는 우리와 비슷하게 지하철과 버스․트램을 환승할 수 있는 시스템인데, 1.5유로인 1회용 티켓은 개찰한 시간을 기준으로 해서 100분 동안 지하철은 1회, 버스와 트램은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또, 6유로인 1일 권은 하루 동안 지하철과 버스, 트램을, 16.5유로인 3일 권과 24유로인 7일 권은 발권 후 3일, 7일 동안 각각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지하철에서 나갈 때에는 환승객을 위하여 티켓 검사를 하지 않는데, 대체로 로마를 찾는 관광객은 바티칸과 로마시내를 여행한다면 3일 권을 구입하면 매우 편리하다.

2-2.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스페인광장.
2-2.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스페인광장.
2-3 영화 로마의 휴일.
2-3 영화 로마의 휴일.

지하철 A선 스패냐 역(Spagna)에서 내리면 곧바로 스페인광장인데, 이곳에는 17세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바로크양식의 조각가이자 건축가인 베르니니(Giovanni Lorenzo Bernini, 1598~1680)와 그의 아버지 피에르토 베르니니가 공동 제작한 난파되어 물속에 절반쯤 잠긴 배 모양의 분수대가 있다. 이 분수를 ‘베르카치아(Fontana dell Barcaccia)’라고 하는데, 베르카치아란 ‘쓸모없는 낡은 배’라는 의미로서 베르니니 부자는 로마 시내를 관통하는 테베레 강이 홍수로 범람하여 휩쓸고 지나간 뒤 버려진 낡은 와인 운반선을 보고 영감을 얻어서 조각했다고 한다.

3. 몬티교회.
3. 몬티교회.

그런데, 스페인 광장에서 가파른 돌계단 위의 고지대에는 프랑스 수도회가 세운 삼위일체 교회인 트리니타 데이 몬티(Chiesa della Trinit del Mont)가 있다. 이곳에 프랑스인이 지은 종탑이 두 개인 몬티교회와 그 앞에 아우구스티누스 황제가 이집트에서 가져온 높이 24m의 오벨리스크가 있는 광장을 판초 광장이라고 하는데, 이곳에서는 로마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훌륭한 전망대 되고 있다.

3-2. 판포광장과 오벨리스크.
3-2. 판포광장과 오벨리스크.

그런데, 스페인 광장과 판초광장 사이는 원래 가파른 절벽이었으나, 1727년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우의와 평화를 위해서 절벽을 다듬어서 137개의 돌계단을 만들어서 신자는 물론 시민들에게 매우 편리해졌다. 하지만, 오늘날 이 돌계단은 스페인광장과는 따로 떼어서 평가할 수 없을 만큼 불가분의 장소가 되어서 ‘스페인계단’이라고 하는데, 판초광장과 함께 스페인계단은 로마 시민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여행객들이 벤치처럼 돌계단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 장소가 되었다. 특히 2차 세계대전 후 폐허가 된 로마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 1953년에 제작한 오드리 헵번과 그레고리 팩이 주연한 영화 "로마의 휴일(Roman Holiday)"에서 여주인공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며 데이트하던 장소로 유명해져서 많은 관광객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베네치아 궁이 있어서 ‘베네치아광장’이라는 지명이 생겼으나 오늘날 베네치아광장의 랜드 마크는 베네치아 궁이 아니라 에마뉴엘 2세 기념관이듯이 스페인광장에서의 랜드 마크는 스페인대사관이나 베르카치아가 아닌 ‘스페인계단’이다(영화 ‘로마의 휴일’에 관하여는 2018.03.18. 로마 베네치아 광장 참조).

3-3 키츠와 셀래 기념관(빨간 현수막 건물).
3-3 키츠와 셀래 기념관(빨간 현수막 건물).

판초광장으로 올라가는 스페인계단 주위에는 로마에 찾아와서 예술혼을 불태웠던 바이런, 리스트, 괴테, 스탕달, 발자크, 안데르센 등이 살았던 집들이 있다. 특히 스페인계단 오른쪽의 첫째 빌딩은 26세의 젊은 나이에 결핵으로 요절한 영국의 낭만파 시인 키츠(John Keats: 1795~1821)가 살던 집으로서 ‘키츠와 그의 친구 샐리(Percy Bysshe Shelley: 1792~1822)기념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4. 몬테교회에서 바라본 스페인광장.
4. 몬테교회에서 바라본 스페인광장.
4-1 무염시심태성모비.
4-1 무염시심태성모비.

 

한편, 스페인광장에서 ‘베르카치아’를 비롯하여 한눈으로 바라보이는 콘도티 거리는 1760년에 문을 연 커피 명품점 그레코(GRECO)를 비롯하여 1913년 설립된 세계적인 가죽제품인 PRADA 등 수많은 명품 브랜드숍이 즐비한데, 광장 한쪽에 우뚝 솟은 돌기둥 위에 성모상은 1857년 교황 비오 9세가 세운 무염시태 성모기념비(Column of Immaculate Conception)이다. 무염시태란 성모 마리아가 원죄 없이 예수를 잉태했다고 하는 의미로서 개신교에서는 무염잉태를 믿지 않지만, 1854년 교황 비오 9세가 교의에 따라서 무염시태 성모마리아를 확정하고 기념비를 세운 것이다. 가톨릭과 로마의 문화에 무식한 문외한으로서는 많은 젊은이들이 스페인 광장의 베르카치아 분수대의 예술적 감각에 심취에서 모여드는 것인지, 아니면 이 일대가 명품거리라는 이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사소한 길거리의 조각 하나에도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관광명소가 될 수 있다는 현실이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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