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모 초등학교, 21일 체육대회 강당서 개최
악천 후 인지해 가정통신문 보내 연기 가능성 알리고도 강행
일부 학부모 학교에 항의… 학교 측 “학교 굳게 믿어달라”

대전과 충남 일부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지난 21일 오전 대전 대덕구의 한 공립초등학교가 체육대회 연기 등을 담은 내용을 학부모들에게 알리고도 예정대로 강행해 뒷말을 남겼다. 사진은 당시 레크리에이션을 겸한 체육대회 모습.
대전과 충남 일부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지난 21일 오전 대전 대덕구의 한 공립초등학교가 체육대회 연기 등을 담은 내용을 학부모들에게 알리고도 예정대로 강행해 뒷말을 남겼다. 사진은 당시 레크리에이션을 겸한 체육대회 모습.

대전 대덕구의 한 공립초등학교가 눈과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 체육대회 등을 강행해 학부모들 사이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학교가 이날 날씨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미리 가정통신문을 보내 행사 연기 가능성을 알렸지만, 예정대로 진행해 항의 전화를 받는 등 비난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A 초교는 지난 21일 오전 교내 강당에서 레크리에이션을 겸한 체육대회를 했다. 1~6학년 모두 수용할 공간이 안 돼 짝수‧홀수 학년이 교체해가며 참여했다.

같은 시간 밖에서는 눈과 비가 번갈아가며 내리고 있었다. 이날 대전과 충남 일부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상황인 데다 한낮에는 고작 5도 안팎을 보이는 등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씨였다.

당초 계획대로 만약 날씨가 좋았으면 새로 조성된 운동장에 전 학년이 모여 학생 개인 달리기와 학부모 계주, 운동장 준공식 등을 했을 것이라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체육대회 외에도 학부모 총회와 학교교육과정설명회, 급식실‧운동장 준공식이 같은 날 진행됐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몇몇 학부모들은 학교에 항의 전화 한 것으로 확인됐다. '굳이 무리해서 행사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 주된 항의였다.

한 학부모는 "날씨가 안 좋으면 행사를 미룰 수 있다고 학부모들에게 다 알리고는 (연기한) 그 날도 어떻게 될지 확신할 수 없으니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게 납득이 어려웠다"며 "새 학기고 자녀가 기대를 많이 하고 있어 행사에 자리했지만 현장에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학부모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보통 (체육대회) 5월에 하지 않나. 앞으로 날씨 좋은 날이 많이 있을 텐데 굳이 3월, 또 궂은 날 아무리 실내에서라도 체육대회를 한건 이해하기가 힘들다"며 "학부모 참석률을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행사를 몰아서 진행했다고 밖에 보이지 않아 씁쓸했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학교 측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맞벌이 부모 등 시간 내기 힘든 학부모들을 위해 한 날로 잡은 것이고, 이 날은 학부모 운영위원과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을 선출해야 하는 마지막 날이었다는 것이다.

이 학교 교감은 <디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학부모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미 (체육대회 등) 공지가 돼 있는 상황이었고 바쁜 학부모들이 학교에 오는 횟수를 줄여 참석률을 높여보자는 취지였다"며 "아이들을 학교에 믿고 맡겨준 만큼 학교를 굳게 믿어달라"고 말했다.

앞서 교장도 "가정에서 하나의 행사를 추진하려면 몇몇 안 되는 사람이 모였어도 의견이 분분할 것이다. 하물며 학교는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등 800여 명의 다양한 의견이 있다"며 "학교장으로서 모두의 의견을 수용해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가급적이면 최상의 선택을 위해, 여럿이 협의해 계획을 수립하고 상황에 따라 계획을 수정하며 학생들이 만족하는 행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운동회에 대한 학교장 편지'를 통해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교장의 욕심에 따라 3월에 열린 체육대회는 정작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그다지 즐겁지 않은 날로 기억될 수 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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