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이후 내리 4번 연속 공천...정치 신인 육성도 시급

자유한국당이 대전시장 후보로 박성효 전 시장을 전략공천함에 따라 박 전 시장은 내리 4번 연속 시장 공천을 받게 됐다.
자유한국당이 대전시장 후보로 박성효 전 시장을 전략공천함에 따라 박 전 시장은 내리 4번 연속 시장 공천을 받게 됐다. 사진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 출마 기자회견 모습.

박성효 전 대전시장이 자유한국당 대전시장 후보로 공천됐다. 지난 19일 홍문표 한국당 사무총장은 박 전 시장의 전략공천을 확인했고, 박 전 시장도 20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이같은 소식을 알렸다.

박 전 시장과 공천경쟁을 벌였던 육동일 충남대 교수와 박태우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중앙당을 항의 방문해 홍준표 대표와 홍문표 총장을 면담하려 했지만 실패하자 전략공천 이유 등 3가지 공개 답변을 요구하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21일 최고위원회를 열고 박 전 시장의 전략공천을 확정했다. 이러면서 박 전 시장은 지난 2006년 지방선거때부터 무려 4번 연속 시장 후보로 공천되는 주인공이 됐다.

행시를 패스하고 오랜 대전시청 공무원 생활을 하던 그가 지역 정가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 2006년이다. 대전시 경제국장과 기획관리실장, 서구청장, 정무부시장 등을 거친 그는 2006년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 소속으로 출마를 저울질했다. 항간의 예상을 깨고 한나라당 소속으로 대전시장 후보로 공천된 그였지만 당시 현역인 염홍철 전 대전시장과의 선거전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선거전이 시작된 뒤 줄곧 여론조사에서 더블 스코어 이상 격차가 벌어지면서 어려운 승부가 예상됐다.

그러다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 피습 사건이 발생했고, 박 대표가 병상에서 참모진들에게 던진 첫 마디가 "대전은요?"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판도는 확 바뀌었다. 선거전 내내 밀리던 지지도는 하루가 다르게 상승했고 피습 사건 11일뒤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대역전승을 거두며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정치 신인이 고수를 꺾는 이변을 만든 셈이다.

2006년 7월부터 민선 4기 대전시장이 된 그는 4년 동안 동분서주하며 시정을 책임졌다. 이 사이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여당으로 바뀌면서 시정에 탄력을 받는 듯 했다. 3000만그루 나무심기와 홍명상가 중앙데파트 철거, 대중교통체계 개편 등 많은 성과도 거뒀지만 잇따른 국책사업 유치 실패 등 숙제도 많이 남겼다. 공직 내부에서도 박 전 시장의 시정 운영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고 이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결과로 나타났다.

2010년 현역이었던 그는 한나라당에서 또 다시 시장 후보로 공천됐다. 상대는 4년전 자신이 역전승을 거뒀던 염 전 시장이었다. 4년만에 리턴매치가 성사됐는데 선거전은 현역이었음에도 박 전 시장에게 유리하지 않았다. 공직 내부의 반(反) 박성효 여론이 한 몫 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결국 지방선거에서 박 전 시장은 염 전 시장에게 패해 고배를 마셨다.

와신상담하던 박 전 시장에게 2012년 19대 총선은 전환점이었다. 지방선거 패배후 낙담해 있던 그는 대덕구에서 총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리고 2년 뒤인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회의원 배지를 던졌다. 세번째 대전시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다. 한나라당에서 명칭이 바뀐 새누리당은 박 전 시장을 또 다시 시장 후보로 공천했다. 세번째 시장 후보 공천이었다. 노병찬 전 행정부시장과 이재선 전 국회의원 등이 공천에 도전했지만 박 전 시장이 공천장을 받았다.

2006년과 2010년 지방선거에서 박 전 시장의 경쟁상대였던 염 전 시장이 불출마했고, 그 자리에 권선택 전 국회의원이 출마했다. 공직사회에서 함께 근무했던 박 전 시장과 권 전 의원이었지만 정치적 지향점이 달라 경쟁상대로 만남이 이뤄졌다. 2014년 지방선거 초반 선거전은 박 전 시장의 압도적인 우세로 진행됐다. 염 전 시장이 빠진 선거판은 박 전 시장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듯 했다. 하지만 대형 변수가 발생했다. 그해 4월 16일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수학여행을 떠난 단원고 학생 등 299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 이후 민심은 당시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난으로 돌아섰고 지방선거 또한 새누리당이 완패했다. 대전시장 선거전도 초반 분위기와 달리 세월호 사고 이후 권 전 의원의 우세로 돌아섰고 결국 박 전 시장은 또 다시 고배를 마시게 된다.

2014년 지방선거 이후 박 전 시장은 야인으로 지역사회에서 종종 모습을 드러낼 정도였다. 다만 권 전 시장이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혐의로 항소심 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이 선고된 뒤 재선거에 대한 가능성이 생기자 또 다시 지역정가에서 활동을 하기도 했지만 재선거가 없어지자 그의 활동도 잠잠해 졌다.

그러다 2018년 지방선거가 다가왔고, 그는 4번째로 대전시장 선거에 출마했다. 한국당은 또 다시 그를 선택했다. 지난 4번의 선거에서, 총선까지 포함하면 5번의 선거에서 한국당은 늘 박 전 시장을 선택했다. 12년 동안 당명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새누리당에서 또 다시 한국당으로 바뀌었지만 시장 후보는 늘 박 전 시장이었다.

이는 그만큼 박 전 시장에 대한 인지도가 높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전략공천이 확정된 뒤 기자들 앞에 선 그도 "공천 면접 과정에서 어려운 대전시 상황에서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이 시정을 이끄는 것이 답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할 정도로 그는 공무원과 시장으로서 오랜 경험을 갖고 있다. 이런 경험과 인지도는 그가 4번째 대전시장 후보로 공천되는 원동력이자 토대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 관계자도 "행정능력이 검증됐고, 국회의원도 경험한 관록이 있는 분"이라고 공천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지난 4번의 지방선거를 치르는 동안 보수 세력에서 새로운 인물을 키워내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사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 후보군에 대한 하마평이 오를 당시부터 박 전 시장과 염 전 시장 등이 거명됐었지만 그때마다 호사가들은 "언제적 박성효, 염홍철이냐"라는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세대교체까지는 아니었지만 2006년부터 대전시장 후보가 바뀌어 왔던 민주당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한국당 입장에서는 대안이 없었을 수도 있다. 박 전 시장과 공천경쟁 상대로 나타난 육 교수나 박 교수는 각종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에도 나타났듯 인지도나 지지도 면에서 너무 큰 격차를 보이고 있었다. 육 교수는 전략공천이 아닌 정책대결을 하자고 주장했지만 한국당은 이런 후보들의 요구를 뒤로 하고 박 전 시장을 전략공천했다. 지역정가는 오래전부터 새로운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셌지만 이 마저도 일각의 외침으로 끝났다.

물론, 현재 정치적인 상황이 한국당에 호의적인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정치 신인을 발굴 육성하지 못한 것은 한국당 책임이다. 전략공천된 박 전 시장은 당연히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올인해야겠지만, 한국당은 지방선거 이후 새로운 인물 육성을 위한 로드맵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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