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위원칼럼] 육동일 충남대 교수

육동일 충남대 교수 (디트뉴스24 자문위원)

저는 이번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전광역시장 도전의 꿈을 또 다시 접어야 합니다. 공천을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너무 허탈하고 아쉽습니다. 그동안 뛰어다니던 가벼운 발걸음이 하루새 천근 만근이 됐습니다. 피곤에 지쳐 단잠을 자던 짧은 밤들이 이제는 많은 생각 속에 길고 지루해졌습니다. 그동안 지지자들이 환호하며 쳐주던 박수 손이 손가락으로 변해 저를 가르키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아무튼 속상하고 힘이 듭니다.

많은 분들은 저보고 교수로서 존경과 신뢰를 받으면 되지 왜 힘든 길을 가느냐고 많이들 묻습니다. 교수나 전문가들은 현실정치와 선거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하면서 그 냄새나는 시궁창에는 가지 말라고도 합니다. 또 선거에 나서는 교수들을 권력에 기생하려는 폴리페서(polifessor)라고 일방적으로 매도하면서 삐딱한 시선으로 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지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선거를 하느냐 마느냐도 민주주의존재를 가르는 기본적인 기준입니다. 하지만, 유권자가 직접 선거를 통해 대표를 선출한다고 해서 민주주의와 지방자치가 저절로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직접선거를 하되 어떻게 하느냐가 민주주의 그리고 지방자치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는 중앙선거든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는 지방선거든 우리나라의 선거는 선거가 수행해야 할 제 기능들이 수행되고 않고 있습니다. 때문에 올바른 대표도 선출을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비용‧저효율의 선거를 여전히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교수나 전문가가 그동안 올바른 선거의 방향과 기능을 아무리 주장해도 우리의 선거는 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공천에서부터 본 선거에 이르기 까지 어두운 관례가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기존 정치권의 벽은 높기만 하고, 당내 민주화는 요원하며 공천헌금은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유권자들은 혈연‧지연‧학연 그리고 이념의 프레임에 갖힌 채 영혼없는 선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언론들은 아직 선거기능 보다 당선가능성에만 치중하고 후보자 인지도 조사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선거가 정치가 달라지지 않습니다. 이런 선거를 치르다 보니 국민들 그리고 시민들은 하나같이 정치와 선거를 경멸합니다. 유권자들은 선거기간 동안만 잠시 대접받지 선거가 끝나면 다시 정치적 노예상태로 돌아갑니다. 당선자에게 줄서서 머리를 조아려야 합니다. 공천과 본 선거과정에서 정책과 공약경쟁은 생략되고 있기 때문에 당선 후 국가와 지역을 위해 펼쳐야 할 발전정책과 계획은 다시 성급하게 짜야하고 정책소통은 새로 시작해야 합니다. 그 결과는 예산낭비와 정책의 실패로 나타날 뿐입니다. 

정치를 경멸하는 국민은 경멸받는 정치밖에 소유할 수 없습니다. 그 나라의 정치의식 수준은 그 국민들의 의식수준과 똑같다고 합니다. 지방자치는 선거만 계속하면서 경험만 쌓아간다고 해서 발전하지 않습니다. 국민들의 정치의식 수준이 높아져야 하고 유권자들의 판단력을 높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살아있는 정치의식 교육이 필요합니다. 교육내용과 방법이 달라져야 합니다. 상아탑 속에서만 머물고 있어서 현실을 바꾸지 못하는 사회과학 지식은 죽은 지식입니다. 전문가가 잘못된 현실을 지적하고 변화를 위한 도전과 행동을 회피한다면 세상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선거는 위험하고 더러운 곳이니 깨끗한 사람들이 가서는 안된다고 계속 외면한다면 결코 정화되지 않습니다. 더러운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부패 정치인들이 바로 바라는 바입니다. 지방선거에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가 잘못된 선거로 선출되지 못한다면 지방자치는 절대로 발전하지 못합니다.

저는 지방자치를 전공하고 가르치는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졸업 후 지방선거에 도전해서 지방자치의 주역이 되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저 자신도 무모할지 모르지만 현실정치에 뛰어들어서 현실에 놓인 문제점과 난관들을 직접 체험하면서 현실문제제기와 그 해결대안 그리고 변화를 촉구하는 것이 제 역할이자 사명감으로 여기고 노력해 왔습니다. 위기에 놓인 대전을 구할 새 비전과 발전목표 그리고 정책대안을 제시해서 후보자간 공약대결로 이어지기를 기대했습니다. 이러한 노력과 도전이 아직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믿습니다. 선거과정에서 시민들께 제시했던 대전발전의 전략과 정책들은 제가 직접 관리하지는 못하게 되었지만, 누가 시장이 되든 반드시 검토해서 채택되기를 희망합니다. 그 과정에 도움이 필요하면 돕겠습니다. 제가 평생 연구하고 다듬은 내용으로 대전발전에 꼭 필요할 뿐만 아니라 대전시민들에 대한 제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암튼 이번 대전광역시장에 대한 제 도전은 여기서 멈췄습니다. 그러나 대전발전을 위한 도전은 멈출 수 없습니다. 제가 평생 사랑한 대전은 반드시 쇠퇴에서 재도약으로 과거에서 미래로 분열에서 하나로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사랑이 짝사랑일지라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변화를 위한 도전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도 아깝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앞장서서 해야 할 일이라서 그렇습니다. 이제부터 그동안 많은 분들로부터 받은 과분한 기대와 관심에 보답하기 위해 대전발전과 지방자치 발전에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그리고 대전발전에 정말 중요한 이번 선거가 잘 진행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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