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김철권 징계 무산 동료 감싸기 행태 눈살

대전 서구의회가 성추행 혐의로 벌금형이 선고된 김철권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부결시켰다. 사회적으로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지역사회의 비난이 거세다. 사진은 지난 2016년 7대 서구의회 후반기 개원식 모습.
대전 서구의회가 성추행 혐의로 벌금형이 선고된 김철권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부결시켰다. 사회적으로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지역사회의 비난이 거세다. 사진은 지난 2016년 7대 서구의회 후반기 개원식 모습.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촉발된 '미투 운동(#MeToo)'이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대전 서구의회에서 보여준 사례는 과연 주민들의 대표기관이 맞는가 하는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사실 관계를 간략하게 설명하면 자유한국당 소속인 김철권 의원은 지난 2016년 7월 서구 탄방동 한 음식점에서 여성인 A씨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의원은 줄곧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재판부는 피해자인 A씨가 일관된 주장을 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유죄로 판단하고 벌금 500만원과 성범죄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했다. 1심 재판부의 판단에 불복한 김 의원은 항소해 현재 항소심에 계류 중이다.

사건 발생 이후 지역사회의 비난은 당연했다. 서구의회는 김 의원의 징계를 추진했지만 사건 인지 시점 등에서 이견을 보이며 지지부진하다 결국 올해 들어서야 윤리위를 구성하고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김 의원의 징계에 대한 의지는 원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보다 김 의원이 소속한 한국당이 강했다. 윤리위 구성을 봐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윤리위 4명 가운데 민주당은 김창관 의원이 유일했고 나머지 3명(박종배, 이한영, 윤황식)은 한국당 의원들이었다. 한국당 입장에선 성범죄로 재판에 넘겨진 김 의원을 하루 빨리 징계하려는 의도가 강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주도해 결정한 김 의원의 징계 수위는 예상보다 강했다. 본인이 부인하고 있고,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점 등을 고려해 '출석정지' 선에서 징계 수위가 결정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의원직 신분을 박탈하는 '제명'을 결정했다. 여기까지는 한국당의 의도대로 가는 듯 했다.

현재 서구의회는 전체 20명 의원 가운데 10명이 민주당으로 다수당이다. 한국당은 9명이고, 나머지 한명은 바른미래당이다. 때문에 김 의원의 제명 요건인 전체의원 중 2/3가 찬성하기 위해서는 최소 12명 이상이 찬성해야 했다. 윤리위에 소속된 한국당 3명이 제명을 결정했기 때문에 다수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찬성해줘야 김 의원의 제명이 결정되는 셈이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지난 16일 김 의원의 제명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자 찬성 6명, 반대 10명, 기권 3명으로 제명 징계안이 부결됐다. 무기명 비밀투표로 진행되다보니 정확하게 누가 찬반을 표결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동안 진행상황만 보더라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줄곧 김 의원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한국당 의원 9명 중 6명은 찬성했고, 나머지 의원 2명은 기권표를 던졌을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민주당은 김 의원의 제명안을 반대했을 가능성이 크다.(당사자인 김 의원은 제척 대상이기 때문에 투표 제외)

사실 김 의원의 제명안은 본회의에서 부결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었다. 김 의원이 그동안 한국당 보다는 민주당 의원들과 소통이 잘 되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던 것도 이런 예상을 부추겼다. 후반기 의장 선거나 각종 조례,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김 의원은 민주당과 비슷한 제스처를 취해왔다. 그리고 예상은 현실로 나타났다. 

이런 서구의회, 특히 민주당 의원들의 행태는 지역사회의 비난에 직면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사회적인 분위기가 성범죄와 관련해 엄벌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민주당 서구의원들은 그런 사회적인 분위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명은 물론, 아무런 징계도 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김 의원 제명안 부결 전날 '젠더 폭력 대책 특별위원회'를 출범하고 성폭력 피해자 보호와 성차별 근절에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밝혔음에도 전혀 상반된 행동을 한 것이다.

지역 시민사회는 민주당 의원들의 동조와 침묵은 미투 운동에 찬물을 부었고 피해 여성들에게 대못을 박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맹비난하고 있다. 또 시민들이 쥐어준 권한과 권리를 이용해 성추행 구의원을 감싸고, 비밀투표를 통해 본인들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서구의회가 민심을 대변할 자격이 없다는 비난을 사기에 충분하다.

서구의회는 오는 23일까지 진행 중인 제241회 임시회를 끝으로 제7대 의회는 사실상 마무리된다. 김 의원의 제명안은 한번 부결됐기 때문에 또다시 상정될 가능성은 없다. 이는 김 의원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의원직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된다. 물론, 김 의원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법원은 그런 김 의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그렇다면 서구의회도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물었어야 하는 게 옳다. 시민들이 선택한 의원직을 박탈하지는 않더라도 또 다른 징계는 줬어야 한다.

민주당 서구의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가운 이유이기도 하다. 오는 6월 1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당선되는 제8대 서구의원들은 7대 의원과 달라지길 바란다. 그것이 그들을 주민대표로 뽑아준 유권자들의 바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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