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장 기자님을 감금한 것도 그런 이유랍니다. 그들의 말로는 사살된 놈이 메스암페타민 2킬로그램을 그날 오후 블라디미르 호텔에서 미화 15만 달러에 밀매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덮쳤다는 겁니다. 타이밍이 맞지 않아 마약 밀매가 이루어지기도 전에 경찰이 덮치게 됐고 그 과정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는 거죠. 물론 메스암페타민은 찾아 내지 못했지만.”

“......”

경찰은 당시 호텔 내에 있던 누군가가 필로폰을 가지고 들어왔다고 본 거죠. 그런데 그놈의 수첩에서 장 기자님의 이름과 방 번호가 적힌 메모지를 발견하고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한 거죠.”

내 이름이 왜?”

글쎄요. 그것은 알아봐야겠지만. 아무튼 경찰은 장 기자님을 계속 감시해 왔다는 겁니다. 또 레스토랑에서 누군가를 기다렸고 전화를 받고 난 뒤 안절부절 못했다는 것도 수상한 행동으로 파악한 거죠. 경찰은 그가 장 기자님을 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한 뒤 사태가 여의치 않자 의도적으로 모르는 척 했다는 거죠.”

황당했다. 그들이 나를 시종 감시해 왔다는 것도 그렇지만 나를 마약 밀매 상으로 몰려고 했다는 말이 소름끼치도록 불쾌했다.

하지만 그의 수첩에 꽂혔던 메모지에 내 방 호실번호와 이름이 적혀 있었다는 것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다. 믿기지 않았다.

편명호는 이곳 마약 문제를 해결키 위해 미국 마약청인 DEA요원이 지도요원으로 파견 나와 있으며 KGB와 경찰 마약 전담반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곳에서 생활하는 동안 모든 일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불이익을 당할 경우 한국 영사관에서 조차 적극적으로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 이곳 마피아에게 위해를 당할 경우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었다.

나는 침대 모서리에 앉아 그가 경찰서에서 남긴 메스암페타민 등 낯선 단어들을 떠올리며 아내의 실종과 관계있는 것은 아닐까를 우려했다.

그 때 문 밖에서 노크소리가 들렸다.

마약 전담반이 온 것은 아닐까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따냐였다.

그녀는 극동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여교수였다.

그녀는 우두커니 서서 나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내 앞에 나타난 따냐는 전혀 변함이 없었다. 2년 전보다 더욱 야위어 보였지만 뺨에 띤 홍조는 그대로였다. 선홍빛 입술 주변에는 반가움이 젖었다. 핑크빛 레이스가 장식된 얇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이곳 여성들이 대부분 허벅지살을 드러낼 만큼 짧은 초미니스커트를 즐겨 입는 것과는 달리 따냐는 무릎이 감추어진 치마를 입고 있었다. 옷은 다소 낡았지만 우윳빛 살결 탓에 도리어 세련돼 보였다. 발을 감싼 하이힐이 경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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