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리베라유성 폐업 후 직원들, 70여일째 천막농성 중
호텔 정상화 촉구 10만명 서명운동 중이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아

호텔리베라유성 전 직원 A 씨가 <디트뉴스> 취재진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이주현 기자

“아빠, 거기서 뭐해…? 응?”

아이가 재차 물었다. 허름한 천막 안으로 들어가는 아빠를 봤다며 아빠가 왜,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곳에 있는지 아이는 알고 싶어 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막막했다.

호텔리베라유성 전 직원 A(45) 씨는 아이에게 차근차근 설명했다. ‘투쟁’과 같은 단어는 순화해서 말했다. 그럼에도 아이는 이해할 수 없다는 눈치였다. 아니, 아이가 받아들이기에는 이 상황이 너무 생소하고 어려웠다. A 씨는 복받치는 감정을 삼키고 또 삼켰다. ‘아이가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걸….’

호텔리베라유성 폐업 74일 차인 15일 오후 4시쯤 만난 A 씨는 건강이 나빠보였다. 얼굴은 까맣게 탔고 입술은 지난겨울 칼바람에 쓸려 하얗게 변했다.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을지 짐작이 갔다.

그는 인터뷰 내내 지금의 상황이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럽다고 했다. 참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사측에 대한 배신감이다. 호텔리베라유성은 그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1999년 1월 입사한 그는 이곳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하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녀 셋을 얻었다. 결혼식은 물론 아이들 돌잔치 등 집안 행사는 모두 호텔리베라유성에서 했다.

호텔리베라유성을 운영하는 신안그룹이 지난 2004년 한 차례 폐업했을 때도 자리를 지킨 그였다. 그러나 이번처럼 막무가내로 폐업이 되니 남은 건 허무함과 외로움뿐이었다.

A 씨는 “지금껏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성실하게 일했건만 코앞에 닥친 것은 잿빛 미래”라며 “과거 한 차례 폐업 경험을 했기 때문에 내성이 생긴 줄 알았지만 아픈 건 어쩔 수 없다”고 푸념했다.

호텔리베라유성 전 직원 B 씨가 <디트뉴스24> 취재진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이주현 기자

전 직원 B(36) 씨도 A 씨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그나마 자신은 미혼이어서 입이 하나이니 버틸만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씁쓸해했다.

2009년부터 근무한 그는 호텔 전공을 살리기 위해 호텔리베라유성에 입사했다. 내 분야에서 보란 듯이 성공하고 싶었다. 그래서 박봉이더라도 버텼다. 그런데 그 꿈이 하루아침에 사라질지는 생각도 못했다.

비교적 젊은 나이어서 다른 직장을 구할 수도 있었지만 A 씨와 마찬가지로 직원들이 처한 부당한 상황을 알리는 게 우선이라 판단했다. 

B 씨는 "폐업 당일 날이 생각난다. 평소처럼 똑같이 근무한 뒤 손님이 없는 텅빈 호텔을 둘러보고 덤덤한 척 했지만 참을 수 없는 허무함은 감추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이들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 고통받으면서까지 투쟁을 해야 하냐고. 대답은 같았다.

“솔직히 쉽지 않은 싸움이라는 거 잘 알아요.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세상 사람들에게 신안그룹의 부당한 행태를 알리고 싶어서입니다. 우리 직원들은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게 아니에요. 우리는 일하고 싶습니다. 정상화된 호텔리베라유성에서요. 적자가 나고 문을 닫게 되면 다시 한 번 힘을 합쳐 살려보자는 건데, 왜 신안그룹은 우리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폐업 사태를 바라보는 대전시와 유성구 등도 이 같은 상황을 개별 기업의 문제로 봐선 안 된다고도 했다.

앞서 김희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호텔리베라유성 노조위원장도 <디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전시와 유성구는 현재 개별 기업의 문제라고 인식하고 대전의 명소인 호텔리베라 유성의 폐업을 지역사회의 문제로 여기지 않고 있다”며 “박순석 회장과 담판을 통해 3자 매각 방식으로 호텔리베라 정상화를 촉구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대전시가 호텔리베라를 인수해 공영개발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호텔리베라유성 전 직원들은 일과 시간에는 서울 상경 투쟁과 호텔 정상화를 촉구하는 10만 서명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일과 후에는 조를 짜 돌아가며 천막을 지키고 있다. 이 투쟁의 끝이 어디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이들은 호텔리베라유성에서 일하고 싶어한다. 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호텔리베라유성은 지난 1987년 우성그룹인 ㈜우성관광이 만년장호텔자리에 신축, 개관했다. 1997년 IMF때 우성그룹이 부도나면서 신안그룹이 리베라 서울과 유성을 인수해 운영해 왔다.

지난 2004년에는 한 차례 폐업했었다. 그러나 당시 중앙노동위원회가 위장폐업과 부당해고를 인정하면서 2006년 9월 노사합의를 통해 재개관했다. 이후 호텔리베라유성은 신안그룹 방침에 따라 지난해 12월 31일 다시 문을 닫으면서 직원들은 거리로 내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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