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비서 성추행 사실이 폭로되면서 드러나는 안희정 지사의 행태는 지난 8년간 충남도정 전체에 대해서도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충남도 행정을 보더라도 진정성을 믿을 만한 부분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도지사 권한대행을 맡은 남궁영 충남도 행정부지사는 “안 전 지사의 성추문은 개인적 일탈일 뿐, 도의 정책이나 사업 등 도정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엇지만 그렇게 보긴 어렵다.

충남도청은 그동안 ‘안희정의 대선캠프’로 활용돼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 지사는 도정에 별 관심이 없었고, 어떻게 하면 대권후보가 되어 권력을 잡을 수 있을까만 골몰해왔다. 여기에 필요한 기구와 인력만 늘리고 확장했다. 홍보부서가 이미 있는 데도 별도의 미디어센터를 만들어 ‘개인 안희정 띄우기’에만 열을 올렸다. 도지사 보좌관도 22명이나 두었다.

도지사의 생각이 대권에만 가 있는데 도정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도지사의 업적보다는 이미지로 평가되는 여론조사에서 안 지사는 전국 시도지사 가운데 줄곧 1등을 달렸다. ‘안 지사가 도지사 일을 잘하는구나’ 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았다. 가짜였다. 정부의 실적 평가에선 충남도는 바닥권을 기었다. 홍보인력을 강화한 덕에 안 지사의 이미지는 1등이었지만 충남도의 실적은 꼴찌였다. 지사 개인의 일탈과 도정이 별개일 수 없음을 말해준다.

이번 성추행 사건은 도정 전반에 대한 신뢰도를 더욱 떨어뜨렸다. 이번 사건으로 충남도의 인권 도정만 무너진 게 아니다. 도가 진정으로 도민을 위해 노력한 일이 무엇이었나, 아니 그런 정책이 있기는 했었는지에 대한 근본적 회의를 하게 만든다. 도정을 정상화하는 일이 시급하다. 안희정의 ‘충남도청 대선캠프’는 무너졌지만 철거작업은 아직 남아 있다. 도의 새 지도부는 다음 지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철거작업에 나서야 한다.

다음 도지사를 뽑는 선거전이 이미 시작되었다. 후보도 유권자도 작금 충남도정의 진상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후보는 이를 바탕으로 선거 작전을 짜고 선거운동에 나설 수 있다. 도민들은 망가진 도정을 어떻게 정상화할지에 대한 아이디어와 의지를 보고 후보를 선택할 수 있다. 도는 하루빨리 현재의 도정 상태를 사실대로 진단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안 지사의 성추행 말고 나머지는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둘러대며 도정의 진상을 은폐하면 안된다. 

안 지사가 물러난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충남도의 새 지휘부는 아마 도지사 권한대행을 포함해서 안 지사가 중용한 사람들일 것이다. 때문에 안 지사의 흔적을 제대로 점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없지 않다. 그러나 도지사와의 개인적 의리에 발목이 잡혀 도정 정상화를 미적대면 안된다. 새 지도부는 도정을 어지럽힌 ‘대선캠프’부터 빨리 철거해야 한다. 캠프는 주저앉았지만 철거하고 청소하지 않으면 깨끗해질 수 없다. 권한대행의 시급하고 중대한 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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