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선헌의 미소가 있는 시와 그림]

맛과 그림 1

육개장

사랑도 음식도 속을 끓이는 것은 상하지 말라는 특수효과, 그 안에 고사리를 넣든 토란을 넣든, 밥을 말든 잔치국수를 말든, 한 그릇으로 행복하니 얼마나 단출한가, 대구 진골목에서, 대전 명랑식당에서, 충무로 진고개에서, 장례식장에서, 식객에서, 가마솥에서, 생각조차도 선택해야만 하는 우리지만 땀까지 솟게 하는 맛이니 누구인들 시원하지 않겠고, 정성을 먹는다니 마음 무겁지만 더 이상 무얼 바라겠는가, 가볍게 후루룩 다 비우고, 후루룩.

“매콤하지만 누군가에게 그립게 살자”

맛과 그림 2

파인애플

 

습성=완전 대물림, 자본=기회적 물림, 파인=날카로운, 애플=달고파서, 하와이=돌(Dole), 한인=오하우, 비타민 C=파인애플, 너로부터=Bromelain 효소, 당연한 것들은 없었다. 그러나 땀보다 짠 역사가 숨어 깊이 배였다 그래서 더 신맛이 쎈가?

“뿌렸으니 생긴 것이다. 어디다 뿌릴 것인 지를 미리 생각하며 살자”

시와 머그컵

Puno*

푸노에선 고산증으로 모두가 토했다. 해발 3,800m에선 폐가 컸으면 했다. 푸노는 티티카카(Titi Caca) 호수의 나라, 그곳엔 해군(海軍)이 아닌 호군(湖軍)이 있고, 업보처럼 갈대 토토라(Totora)가 있었다. 순전히 가이드 욕심 때문에 우로스(Uros)족에게 갔다. 처음엔 반기는 것이 고마웠다. 내가 착했던 것은 금방 밝혀지고, 작은 무대 북조선의 아리랑 공연이 막 스쳐갈 즈음 여기도 태양 집열판과 가스레인지와 티비가 있는 원시부족(?), 그들이 부른 ‘산토끼’와 ‘나의 하나님’은 열불이 날 뿐 전혀 감동이 없었고, 다음엔 찬불가도 불러 주삼? 부탁했다.ㅉㅉ 웃음도 생계를 위한 것일 뿐, 맞다 살아가는 것보다 더 위대한 것은 절대로 이 세상엔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물에 젖어 가라앉아 썩어버린 갈대배, 발사(Balsa)선의 운명처럼 적응해 살아가는 삶, 그 이상 그 무엇을 바라는 것이냐? 그들은 그들대로, 나는 나대로.

코카잎이 효능을 발휘 못하고 알코올 기운이 떨어질 즈음 도착한 마지막 숙소 마조로(Majoro), 난 그날 쿠바리브레(Cuba libre)를 찾다가 시골 호텔 주인이랑 거나하게 공짜로 마조로, 정말로 소주랑 똑같은 와인 증류주에 취했다.

*티티카카 호반의 도시로 페루의 남부, 안데스 산맥의 거의 중앙에 있는 표고 약 3,850m의 도시이다.

원장실의 스켈레톤

낮잠- 명약

공무원보다 좀 늦은 점심 후엔

낮잠도 내 공간의 소품으로 굳건히 자리했고

두 번 마주하는 아침과

두 배로 쉬는 세포들이 살아난 사이, 고맙게

그 사이에도 남모르게 일하는 장기들.

소소한 느낌들

갈대배

티티카카 호(湖)는 바다다

그곳엔

갈대로 만든 갈대배가 거북선처럼 떠 있고

살기 위해서 꼭두각시처럼

연극을 하는 원주민들이 장승처럼

갈대 위 난간에 서있다

무표정하다

조선말 외국인들과 찍은 우리 조상들 사진이 떠올랐다

갑자기 슬펐다

지금도 슬프다.


송선헌 원장.
송선헌 원장.

치과의사, 의학박사, 시인,

대전 미소가있는치과® 대표 원장

충남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

UCLA 치과대학 교정과 Research associate

대한치과 교정학회 인정의

전)대전광역시 체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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