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지방선거 당시 방송토론 모습. 자료사진.
지난 지방선거 당시 방송토론 모습. 자료사진.

전임 대전시장이 유럽을 방문하여 트램을 견학한 것은 2015년 3월이다. 도시철도 2호선 방식을 고가(高架)에서 노면전차(트램)로 변경한다고 발표한 것은 이보다 3개월 전이다. 일을 거꾸로 한 것이다. 유럽 견학은 트램 결정 전에 했어야 맞다. 물론 그는 지방선거일을 한 달 앞두고 고가(高架)로 건설중이던 대구3호선을 방문했다. 이것도 늦은 것이다. 2호선 방식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결정하기 전에 갔어야 한다. 그는 대구 방문 4개월 전에 노면전차(트램)가 적합하다고 주장했었다.

대전시장이 되겠다는 사람은 최소한 선거가 본격 시작되기 전에 지역의 중요 현안에 대해선 꿰고 있어야 한다. 2호선 문제는 물론이고 호수공원사업 월평공원 민간개발사업 유성복합터미널사업 등에 대한 현황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 문제점이 무엇이고 현재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소상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시장에 당선되면 현안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기본 입장도 가질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선거공약도 만들 수 있다.

대전시. 시장예비후보에게 정책 자료 충분히 제공해야

부지런한 후보라면 이미 관련 정보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지만 대전시가 제공하지 않는 한, 정보를 충분히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전시는 시장예비후보로 등록한 사람들에게 주요 현안 자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후보가 시에 자료 제공을 요청하면 시는 충실하게 응해야 한다.

이재관 대전시장 권한대행은 시가 기획한 시책이 특정 후보의 공약을 따라가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지시했다. 정치적 중립의 당부다. 시가 특정 후보만 도와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과거엔 그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시는 모든 후보들에게 시의 정책 정보를 충분히, 그리고 공평하게 제공해주어야 한다. 권한대행의 의지만 있다면 실질적 중립이 가능하다고 본다.

대전시가 시장후보들에게 자료를 충분히 제공하려면 현안에 대해 시 스스로가 보다 ‘객관적 입장’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떤 사안이든 시가 일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분위기에선 진실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기 어렵다. 현행 시 집행부에 불리한 자료는 숨기고 은폐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선 안 된다.

2호선, 호수공원, 유성복합터미널, 월평공원 문제 등은 아직 중요한 결정 사항이 남아 있다. 사실상 다음 시장이 결정해야 할 몫이다. 2호선의 경우 현재 트램으로 진행하고 있으나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타당성 조사부터 거쳐야 하는 상황이어서 ‘원점 출발’이나 마찬가지다. 위례 신도시에 추진해온 트램의 경우 경제성이 낮게 나와 무산될 우려가 높다는 뉴스가 최근 나왔다. 대전 트램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트램 방식에 찬성하는 후보가 있을 수 있다. 그런 후보는 트램의 장단점과 현실성을 더욱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국내외의 트램 성공도시와 실패도시가 어딘지 알아보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트램에 반대하는 후보라면 대안과 대안의 현실성에 대해 검토해야 할 것이다. 시는 트램의 추진 과정과 관련된 여론조사, 용역, 견학 결과 등의 자료를 빠짐없이 제공해야 된다. 그래야 예비후보들이 2호선 문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정당 인물 대신 '2호선'이 당락 가르는 선거 돼야

그동안 지방선거는 후보 자신의 경쟁력이나 후보 정당의 지지도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다시피 했다. 유권자들도 후보의 공약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공약 차별성도 없는 편이었지만 누가 돼도 정책은 그게 그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전시민들은 이제 누가 시장이 되느냐에 따라 도시철도 건설이 늦어지거나 잘 안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자기 집 주변에 도시철도가 생겨 집값이 오르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시민들조차 대부분은 2호선이 말만 요란하고 진전이 없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 이유를 알게 된다면 후보의 정당과 인물 못지않게 정책과 공약을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하는 유권자가 늘어날 것이다. 이제는 그런 정책 대결로 가야 한다.

이번 선거는 그렇게 갈 가능성이 있다. TV토론 방식의 변화 가능성 때문이다. 지난 대선 때 도입된 난상토론식 TV토론은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을 검증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사실상 사회자 없이 후보들끼리 맞붙는 방식이어서 시청률도 높았다. 시도지사 선거에도 도입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난상토론 방식에선 엉터리 공약을 가지고 나오는 후보는 상대에게 결정타를 맞을 수 있다.

정당 간판만 가지고 이겨보겠다고 생각하는 후보는 물론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약으로 내세우는 각종 정책을 후보 자신이 얼마나 꼼꼼히 따지고 공부하는지는 의문이다. 그동안 시도지사 선거에선 당선만 되고 보자는 포퓰리즘 공약이나 현실성 없는 정책을 적잖이 내세우기도 했고 이런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번 지방선거부터는 달라져야 한다.

6.13 지방선거는 이제 석 달 남짓 남았다. 후보들 입장에선 어느 때보다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선거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예비후보들이 제대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대전시교육청과 충남도교육청도 예비후보 등록자에게 정책 자료를 제공하는 게 마땅하다. 각 시군구는 해당 자치단체장 예비후보에게 자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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