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생각 하나 41

새끼줄

나는 노자의 세계관에 동의한다.

노자는 이 세계를 대립 항들(有/無, 高/低, 音/聲. 長/短, 難/易, 前/後 등)이 상호 존재 근거가 되면서 외부에 초월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 원래 내재되어 있는 반대편을 향한 운동 경향(反)을 매개로 꼬여서 존재한다고 본다.

그러니까 이 세계가 새끼줄이 꼬이듯이 반대되는 대립 면들의 꼬임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즉 반대편 것들끼리 서로 꼬이며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세계의 모습을 드러낸다.

이를 '유무상생(有無相生, 있고 없음은 서로 상호작용하며 생겨난다.)'이라 한다. 그러니 잘난 것도 없고, 못난 것도 없다. 다 관계이다.

하나의 존재는 그것과 대립하는 존재를 인정함으로써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노자의 “유무상생”이다. 유(有)가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無)이고, ‘무’가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유’이다. ‘유’개념이 없으면서 ‘무’개념이 존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서로 상생(相生)하는 길은 서로 서로를 인정하는 길이다.

“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 정호승 시인이 강의에서 자주 하는 말이다. 관계가 존재의 기초라는 말이다. 이 관계의 ‘틈’에 피울 꽃은 ‘사랑’이다. “관계가 힘들 때 사랑을 선택하라” 이 시대 최고의 영성가 헨리 나우웬의 일침이다. 사랑이란 관계가 힘들 때 미움과 증오를 선택하지 않는 것이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문장 하나 42

인드라의 구슬

인드라의 하늘에는 구슬로 된 그물이 걸려 있는데 구슬 하나하나는 다른 구슬 모두를 비추고 있다. 어떤 구슬 하나라도 소리를 내면 그물에 달린 다른 구슬 모두에 그 울림이 연달아 버진다고 한다. 화엄경의 이야기이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이야기 하나 43

참회懺悔의 첫글자 참懺은 '크샤마(Ksana)'라는 범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용서를 빌다.', '뉘우치다', '참아달다,'는 여러 뜻을 갖고 있다. 회悔는 크샤마의 한자 의역으로 후회하는 것을 말하하는 것으로 참회는 남에게 용서를 청하는 것이다. 그리고 참회는 자신의 진솔한 고백이기도 하다. 프랑스어로는 la confession(고백)이라고 한다. 불가에서는 참회의 조건으로 다음처럼 다섯가지를 주의하라고 말하고 있다.

- 제 때 할 것

- 진실성을 지닐 것

- 부드럽게 말할 것

- 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말할 것

- 자비심을 지니고 말할 것.

가톨릭에는 고해성사가 있다. 고해성사를 보는 주목적은 죄로 인해 하느님과 끊어지고 상처 입는 관계에 놓였을 때 다시 화해하고, 관계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고해성사는 단순히 자기의 죄를 고백해 용서받는 게 아니라, 해방과 기쁨으로 나아가는 길인 것이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권고 <화해와 참회>에서 “고해성사를 통해 하느님과 이루는 화해가 참회자 자신과의 화해, 참회자가 상처를 입힌 형제들과의 화해, 교회와의 화해는 물론 온 창조계와의 화해로까지 발전하기에 가능한 한 많은 신자들이 이 성사의 은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고해성사를 받기 위해 필요한 다섯 가지 조건이 있단다.

성찰(省察), 통회(痛悔), 정개(定改), 고백(告白), 보속(補贖)이다.

-‘성찰’은 세례성사를 받은 이후 죄를 얼마나 지었는지를 살펴 알아내는 것이고,

-‘통회’는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해 뉘우치는 행위다.

-‘정개’는 하느님께 누를 끼치면서 영육의 손상을 초래한 죄를 다시는 짓지 않겠다는 결심이다.

-‘고백’은 성찰하고 통회하며 정개한 죄를 사제에게 말씀드리는 것을 뜻한다.

-‘보속’은 속죄의 행위다. 참회자가 죄를 고백하고 나면 고해사제로부터 기도나 선행, 봉사, 희생, 절제 등의 보속을 받는다.

배철현(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는 고백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고백은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있는 그대로 고백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는 영적인 몸부림이다."

아우구스티누스의 경우, 고백하는 이유는 과거의 실수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이며 스스로를 수련하겠다는 다짐이다. 이러한 고백을 통해 자신이 도덕적으로 훌륭한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남이 아니라 '자신에게' 인정받고 싶은 것이었다. 그러니까 고백은 완벽한 변신이자 본연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회심을 위한 첫 단추이다. 그래서 나는 아우수티누스의 <고백록>을 샀고, 읽어볼 계획이다.

베교수에 의하면, 플라톤의 <국가>에 실린 "동굴의 비유"도 고백 이야기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칠흑같이 어두운 동굴 깊은 곳에서 동굴 안에 위치한 벽에 투영된 그림자만 보도록 손과 발이 쇠사슬에 묶여 있는 수인과 같다. 자의든 타의든 마찬가지이다. 스스로를 수인으로 묶어두면 편하다. 그러나 그들 중 한 혁신가가 '결연히' 자신을 얽매고 있는 편안하면서도 속박하는 사슬을 끊는다. 그리고 자신들이 본 것들이 허상이라는 것을 고백한다. 그리고 동굴 밖에 있는 태양을 향해 거룩한 여정을 시작한다." 그러니까 고백하는 시간은 '편안한' 동굴로부터 나와서, 밝은 태양에 나를 '있는 그대로' 노출시키고, '힘들어도' 다시 나아가는 것이다.

고백告白이란 한자가 "고백하는 자는 소를 제물로 바쳐 놓고 '하얀 하늘' 백을 향해 자신의 잘못을 외치는 자기 다짐'이다.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고백의 시간이 필요하다. 자신을 속박하는 굴레를 끊고 자신들의 과오를 고백하고 동굴을 탈출하는 수인이 되어야 한다. 그러면서 나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가만히 응시하며, 내 안의 '괴물 리스트'를 다시 곱씹어보고,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시간이 고백의 시간이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문장 하나 44

인간의 가장 큰 능력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생각 하나 45

경향비즈의 곽원철 칼럼에 사진 가져오다.

그의 의하면, 소셜 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프랑스 카페의 가격표란다.

"커피 한잔." 7유로

"커피 한잔 부탁해요." 4,25유로

"안녕하세요, 커피 한잔 부탁해요." 1,4 유로

손님과 종업원 사이에 친밀한 상호작용이 필요함을 뜻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프랑스에서는 손님이 왕이 아니다. 손님으로 서비스를 잘 받고 싶으면, 들어 갈 때 상대와 눈을 맞추며 '봉주르' 라고 인사를 하고, 나올 때도 '오르부아르' 또는 '본 주르네'라는 인사를 하고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례한 사람'으로 간주된다. 프랑스 사람들은 대체로 '무례한 사람'을 무척 싫어하고, 싫은 마음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거나 인색함이 없다. 우리도 배워야 한다. 아는 이뿐만 아니라 모르는 이에게도 친절해야 한다.


박한표 인문운동가.

박한표 인문운동가,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경희대 관광대학원 초빙교수, 프랑스 파리10대학 문학박사, 전 대전 알리앙스 프랑세즈/프랑스 문화원 원장, 와인 컨설턴트(<뱅샾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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