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선헌의 미소가 있는 시와 그림]

시와 머그컵

Cusco*

‘엘콘도파사’! 콘도르는 날아갔어, 벚꽃처럼 하얀 구름 사이 파란 하늘로, 슬픔을 큰 날개에 싣고, 영혼들을 달래기 위하여...

리마에서 비행기를 타고 허술한 ‘세계의 배꼽’이라는 쿠스코 공항에 무사히 도착, 나를 맞이한 뜨거운 태양과 파란 하늘은 어울려 살라는 ‘계시’의 음성으로, 요즈음은 뷔페집 상호로도 쓰이는 이 도시는 16C에 어이없이 침략당하고, 모든 것을 잃고, 그것도 언어와 종교마저도 아니 피 마저도 섞이게 되는 것은 금이란 요물 때문, 축복이 재앙의 미끼가 된 것, 잉카(왕) 문명은 코리칸챠 태양의 신전이었던 산토도밍고성당의 주춧돌로 쓰이고, 패자동화가 아닌 성호를 긋는 혼혈된 종교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감자와 옥수수를 전파하여 구황(救荒)하고, 코카잎을 만병통치약으로 고수레하는, 그곳에 우리의 티코가 택시로 다니는데, 여기서도 적응과 진화의 이론의 하나로 잉카인들은 고산에 적응하기 위하여 폐가 엄청 커지면서 키가 작아진 것, 그러나 거석을 제2급 와동의 벽처럼 다듬는 그들의 능력은 세계인들의 눈 속으로, 그리고 사라짐과 새로움이란 연민이 가는 동질의 속성이 있어서, 메스티조처럼 우리도 이젠 남의 일이 아닌, 3,999m 푸마 모양의 도시 쿠스코!는 그렇게 눈이 시리도록 파랗게 부활한다.

*페루 안데스 산맥 중앙에는 잉카 제국의 마지막 수도인 쿠스코가 있다.

 

 

 

맛과 그림 1

김칫국

즐기는 것도 중독이다, 그렇듯이 중독도 열심히 즐기는 것이다.

맛도 중독이다, 그렇듯이 중독도 맛을 때때로 먹는다.

생각도 중독이다, 그렇듯이 중독도 생각을 가끔 끄집어낸다.

섹스도 중독이다, 그렇듯이 중독도 섹스를 강요하듯 시킨다.

인연도 중독이다, 그렇듯이 중독도 인연을 끊지 못한다.

습관도 중독이다, 그렇듯이 중독도 습관과 밀애를 즐긴다.

종교도 중독이다, 그렇듯이 중독도 종교의 끌림과 닮았다.

침묵도 중독이다, 그렇듯이 중독도 침묵처럼 말없이 온다.

인생도 중독이다, 그렇듯이 중독도 얼마 남지 않은 끝을 예상한다.

“김칫국부터 마실 일이 많게 살자”

맛과 그림 2

귤(橘)

대학 나무였던 너는 인기가 시들, 파괴의 미가 판치는, 불량하고 불안한 이단 상태, 쉽게 까고 쉽게 먹는, 그리고 쉽게 쉽게 버리는 황달색 노란 감귤, 탱자(枳)가 될 수도 있고, 정나미 없이도 즐기는 딱한 운명의 굴절시대.

“귀했던 시절을 잊지 않으며 살아야 한다”

 

원장실의 스켈레톤

만년필- 귀한 일

열 땐- 꼭! 감사를 전하거나, 소중한 결론을 내릴 때

닫을 땐- 뿌듯한

멋스럽게 쓰이는 폼나는

귀족.

소소한 느낌들

off- 예외 없이

때가 되기 전에

스스로 알아서

평상시에

모든 걸

적절히 off 안하면

인생 off될 날이

가까이 온다.


송선헌 원장.

치과의사, 의학박사, 시인,

대전 미소가있는치과® 대표 원장

충남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

UCLA 치과대학 교정과 Research associate

대한치과 교정학회 인정의

전)대전광역시 체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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