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복합터미널 사업이 또다시 삐걱대고 있다.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하주실업은 본계약 마감일인 26일까지 필요한 서류를 갖추지 못했다. 사실상 이 사업을 보증하기로 한 롯데로부터 입점참여 확약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복합터미널의 핵심시설 중 하나는 쇼핑시설이다. 롯데가 입점하겠다는 확약을 해야 투자사도 돈을 댈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이 사업의 키는 롯데가 쥐고 있는 셈이다.

작년 6월 대전도시공사는 롯데컨소시엄 측과의 협약을 해지하면서 그 책임을 롯데에게 돌렸다. 롯데컨소시엄의 내분으로 인한 구성원 탈퇴와 사업성 악화, 사업추진 의사 결여 등의 이유를 들어 롯데와의 계약을 무효화시켰다. 도시공사는 정상추진 촉구 공문을 여러 차례 보내는 등 사업을 독려했지만 사업자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등 귀책사유가 발생해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었다. 전적으로 롯데에 책임이 있다는 말이었다. 

그런데도 대전시는 이런 롯데를 또다시 협상 파트너로 삼고 본계약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하주실업이라는 곳이 계약의 당사자로 되어 있지만 롯데가 빠지면 사업이 진행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이 사업의 실질적 주체는 롯데나 다름없다. 하주실업은 이름만 빌려주고 커미션만 챙기는 꼴이다. 이런 방식의 사업이 법적 하자는 없을 수 있으나 정상적인 지방자치단체에선 있을 수 없는 방법이다. 그런데 대전시는 그런 희한한 방법을 쓰고 있다.

도시공사의 설명대로라면 롯데와 진행하던 1차 계약 당시의 조건으로는 롯데가 남는 게 없어서 사업을 포기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래서 대전시는 사업자가 ‘재미를 볼 수 있도록’ 사업 조건을 바꾸어서 재공모에 나섰고, 거기에 하주실업이란 곳이 롯데를 ‘보증인’으로 하여 사업권을 따냈다. 3000억 원대 사업인 데도 이름도 없는 소규모의 신생업체가 사업의 주체로 계약을 하고 대기업이 보증하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롯데가 입점 확약을 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는 확실치 않다. 롯데 신동빈 회장의 구속 때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다른 사정일 수도 있다. 감사 요구가 잇따르는 등 이 사업은 의혹 덩어리로 불거져 있는 점이 원인일 수 있다. 또 올 6월 대전시장이 새로 들어오면 이 사업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일 수도 있다. 

대전시는 본계약 시한을 열흘 연장해주기로 했다. 3월 8일까지 롯데 도장을 받아오면 계약을 하겠다는 것이다. 시는 계약 추진을 중단하는 게 맞다. 이 사업을 다음 시장에게 맡겨야 한다. 시장권한대행의 임시 체제가 수 천억 원짜리 사업을 억지로 밀어붙이는 것 자체가 정상이 아니다. 석 달만 있으면 새 시장이 들어오는데 임시시장이 지금 당장 결정해야 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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