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지사 후보 인터뷰 3]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24일 오후 천안시 불당동 예비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인터뷰를 통해 충남의 미래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24일 오후 천안시 불당동 예비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인터뷰를 통해 충남의 미래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많이 부족했습니다. 8개월 전 이 자리에 섰을 때 대변인의 말이 청와대의 품격이라고 말씀 드렸고, 말을 잘 한다는 것은 잘 듣는다는 것이며, 기자들 전화와 말을 국민의 목소리로 듣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또, 청와대의 일방적인 말을 전하는 것뿐만 아니라 국회와 야당의 말씀을 잘 듣겠다고 약속을 드렸는데, 이 모든 약속을 얼마나 지켰는지 떠나는 마당에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지난 2일,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대변인 박수현의 고별브리핑 멘트다. 출입기자들에게는 '유각양춘(有脚陽春)'이란 글이 새겨진 카드를 선물했다. ‘함께 봄이 오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봄이 되어야겠습니다'란 글이 쓰여 있다.

그는 ‘안토니오’라는 세례명을 가진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에는 청가회(청와대 가톨릭교우회) 회장을 맡아 봉사했다. 청가회 미사를 맡고 있는 임의준 신부가 떠나는 그에게 선물한 서예 액자에 담은 글씨가 바로 '유각양춘(有脚陽春)'이다.

“머리털 나고 제 몫으로 받아본 첫 그림 액자"라고 감동한 그는 기자들에게도 감동의 여운과 자신이 청와대를 다녀간 흔적을 그렇게 남겼다. “인연은 스쳐가지만 사람은 스며든다”고 했다. 그 온기를 품고 세상 속으로 걸어가 그가 닿은 곳은 바로 충남이다. 안희정의 동지, 문재인의 대변인 박수현이 이제 충남도민의 ‘대변인’이 되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평생 대변인', 따뜻한 충남만들기 여정 나서다

지난 24일 오후 천안의 예비캠프에서 만난 박수현에게 ‘유각양춘’의 의미를 되물었다. 그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했다.

“신부님께 선물 받고 나서 어떤 뜻일까 생각했다. 첫째는 저의 현재가 ‘유각양춘’이란 뜻이었다면 굉장히 감사하고 그동안 내가 잘 살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충남지사에 도전하는 정치인으로서 충남도민들에게 ‘유각양춘’이 되라는 미래형 주문일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해석하더라도 충남지사를 향해 가는 박수현의 발걸음이 충남도민에게 봄볕이 되길 바란다는 메시지임에는 틀림없다.

그는 다시 말한다. “제가 가는 곳 어디든지 충남도민에게 따뜻한 봄볕 같은 정치인이 되겠다는 결심을 새롭게 한 계기가 됐다. ‘따뜻한 충남’과 ‘힘이 되는 도지사’라는 선거 캐츠프레이즈와도 결을 함께 한다. 사회 양극화로 모두가 아프다. 누군가 아파서 쓰러지려할 때 정책을 통해서든, 실질적인 관계를 통해서든 그의 뒤에서 따뜻한 힘이 돼주는 도지사가 되고 싶다.”

박수현은 19대 국회의원 시절 대변인만 3차례 한 전대미문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청와대 대변인까지 대변인만 6번했다. 그래서 “평생 대변인”으로 불릴 수밖에 없다고 한다. 힘들어하는 도민들이 자신을 대변하는 도지사로 인식될 수 있도록 도민들이 ‘내 대변인’이라고 불러주길 바란다는 소망이다.

“나는 자랑스러운 민주당원”..정체성 논란 ‘종지부’

박수현은 지난 20년 동안 ‘민주당원’이었다. 그런 그가 민주당 충남지사 경선에 나서면서 과거 개인사, 구체적으로 ‘정체성’ 논란에 부딪쳤다. 상대 진영에서는 ‘검증’이라고 주장하지만 , 박 전 대변인은 “한사람이 살아온 인생을 누가 검증한다는 건가. 또 그런 검증의 자격을 누가 줬느냐”고 반문한다.

“누구와 인연을 맺은 것이 왜 검증의 대상이 되어야 하나. 이상재 전 국회의원에 대한 부분은 이미 다 말했다. 나는 이상재 의원 보좌관을 한 적이 없다. 제 부모와의 인연으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이후 정치인이 된 이상재란 분의 역사 가정교사 같은 역할로 인연을 맺으면서 공주 지역구 의원이 됐을 때 지역사업과 관련한 일을 도와준 적이 있다. (이상재 전 의원이)언론 통폐합을 하던 때 도운 일도 없고, 국회 수석보좌관을 한 일도 없다.”

박 전 대변인은
박 전 대변인은 "안희정을 뛰어넘는 만큼, 충남이 발전하고 도민이 행복해 질 수 있다"며 "외발적 발전동력을 끌어오겠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하나의 사례를 들어 강하게 반박했다. 지난 2005년의 일이다. 당시 그는 열린우리당 공주‧연기 재‧보궐선거에서 국민경선을 통해 국회의원 후보로 선출됐다. 며칠만 있으면 국회의원이 될 충분한 가능성이 있었던 어느 날, 당에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재심위원회 출석도 시키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그의 공천을 취소했다. 폭거였다. 하지만 참았다. 탈당도, 무소속 출마도 하지 않았다. “억울했지만, 개혁진영의 승리가 중요하다”며 승복했다. 자신이 이겼던 상대가 본선에 진출했지만 당선을 위해 노력했다.

그 후, 그는 당으로부터 당협위원장 부탁을 받았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오늘날까지 민주당의 깃발을 들고 살아왔다. 민주당, 그것도 야권의 불모지에서 당협위원장으로 사는 건 고통이었다. 생활고에 못이긴 아내와도 헤어졌다. 그가 “이런 내가 왜 자랑스러운 민주당원이 아닌가”라고 항변하는 이유다. 이제 그는 자신의 과거사와 개인사에 대한 논쟁에 대해 “더 이상 답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외발적 발전동력 끌어올 것..안희정 뛰어넘겠다"

박수현에게 안희정은 오랜 지기이자, 정치적 동지이다. 그러나 충남지사에 출마하기로 결심한 이상 ‘안희정’은 극복의 대상이다. 그는 “안희정을 뛰어 넘겠다”고 약속했다. 안희정을 뛰어넘는 만큼 충남이 발전하고 도민이 행복한 것이기 때문에 안희정을 뛰어넘어야 할 의무와 책임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는 “안희정 보다 못하다거나, 그 수준에 머문다면 정치인으로서도 미래가 없는 것이다. 정치인으로서의 미래와 충남도, 도민의 행복을 걸고 반드시 안희정을 뛰어넘겠다”고 강조했다.

안희정의 시대가 진지한 토론과 제안을 제시한 시기였다면. 박수현의 시대는 “속도를 내야할 시기”라고 말했다. “안희정이 밭을 거름지게 만들었다면, 이제 씨앗을 뿌려 나무를 길러내고 탐스러운 열매를 맺는 것은 차기 지사가 할 일”이라고도 했다.

그에게는 또 안희정의 대표 공약인 ‘3농 혁신=옳은 정책’을 증명할 임무도 있다. 3농 혁신을 통한 내발(內發)적 동력을 튼튼히 하는 한편, 외발(外發)적 발전동력을 끌어오는 것이 박수현의 ‘1호 공약’이 될 전망이다. 그것이 바로 “안희정을 뛰어넘는 길이요, 안희정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길에 정체성이니, 개인사는 그를 넘어뜨릴 만한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 박수현의 유각양춘, 따뜻한 봄바람이 충남에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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