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에서 일파만파
인력난, 열악한 처우, 과도한 업무 등 맞물린 결과
근무환경 개선 등 혁신 필요하다는 의견도 다수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이른바 '태움'을 경험했다는 간호사들의 폭로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이는 법조계와 문화계 등을 중심으로 확산 중인 '미투 운동(#Me Too, 나도 당했다)'의 영향과 최근 서울의 한 종합병원 신규 간호사가 태움을 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의혹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간호계에서 태움은 훈육이라는 미명 하에 자행되고 있다. '생명을 다루는 일이어서 늘 긴장해야 하고 깐깐하게 교육받아야 한다'는 것인데, 이때 벌어지는 과한 폭언과 폭력 등 인격적 모독은 엄연한 갑질이자 괴롭힘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 같은 문제가 이슈로 떠오를 때마다 교육상 어쩔 수 없다는 말과 병원 내 업무 시스템 개선 등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변한 게 없다. 이슈가 이슈를 덮는 분위기를 꼬집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23일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면 태움을 경험했다는 전현직 간호사들과 이를 안타깝게 보고 있는 간호학도들의 심정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었다. 

현직 간호사 A 씨는 댓글에서 "뛰어다니면 환자들이 불안해한다고 뛰지 말라하고, 급해서 빠른 걸음 하면 또 왜 걷느냐고 하고"라며 "그럼 날아다녀야 하느냐"고 당시 겪었던 일을 토로했다.

현직 간호사 B 씨도 "신규 때 뺨 맞는 건 기본이고 발로 정강이를 걷어차여서 다리에 멍이 가실 일이 없었다"는 등 겪은 태움의 일화 등을 나열하기도 했다.

전직 간호사 C 씨는 "나도 그렇게 괴롭힘을 다하다 이대로는 안 될 것 같다 나온 게 십 년 전"이라며 "아직도 그들이 준 수모와 경멸감을 잊을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한 간호학도도 댓글에서 "'나도 당했으니 똑같이, 다 겪는 과정이니 괜찮아'라고 생각하는 저급한 윗사람. (신입이) 업무를 배워가는 과정이고 모르는 게 당연하고 열심히 배우려는 한 사람을..."이라며 "간호사 내부의 문제점을 개선해나가지 않으면서 외부에서 처우개선을 해달라고 하는 것이 모순 아닌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간호사 태움 문화와 처우 개선 등을 담은 글이 꽤 있었다. 23일 오후 2시 기준 '간호사 태움'이라는 검색만으로도 44건이 나왔다. 

태움의 심각성은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와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쯤 간호사 7275명을 대상으로 한 인권침해 실태조사 1차 분석 결과를 보면 ‘지난 1년 동안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가 10명 중 4명(40.9%)으로 나타나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 잠재적 피해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2개월 간 보건의료노동자 1만 1000여 명 중 간호사 609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료기관 내 갑질문화와 인권유린 실태조사에서도 41.4%(2524명)가 태움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욕설 또는 모욕적 언사, 반말, 험담, 무시, 비하 등 폭언을 경험한 간호사는 4000명(65.5%), 폭행 경험은 641명(10.5%), 성희롱과 성추행 등 성폭력 경험은 794명(13%)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6년 한국직업건강간호학회지에 실린 간호사의 태움 체험에 관한 질적 연구(정선화, 이인숙) 논문에서도 간호사의 업무 자체가 환자 안전에 직결되므로 엄격한 교육 및 역량 강화는 불가피하지만, 태움이 과도하게 감정적인 방향으로 표출된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태움의 원인이 만성적인 간호사 인력난과 열악한 처우, 이에 따른 과도한 업무가 맞물린 결과라는 진단이 있는만큼 근무환경이 개선되는 등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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