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호 판사, 무죄 판결하며 "기자는 영업하지 마라" 권고

최근 대전지법에서 공동공갈 혐의 등으로 기소된 현직 언론인에 대한 판결이 진행됐다. 피해자들이 진술을 번복하면서 결국 무죄가 선고됐지만 재판장은 사견을 전제로 기자들의 광고 및 신문구독 요청 관행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최근 대전지법에서 공동공갈 혐의 등으로 기소된 현직 언론인에 대한 판결이 진행됐다. 피해자들이 진술을 번복하면서 결국 무죄가 선고됐지만 재판장은 사견을 전제로 기자들의 광고 및 신문구독 요청 관행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대전지법 형사 6단독 조현호 판사는 최근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공동공갈)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언론인 2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언론인들의 행태를 지적했다.

조 판사가 재판을 진행해 온 언론인 사건의 요지는 이렇다. 모 언론사 지방 주재기자 A씨는 지난 2014년 6월 23일 환경업체를 찾아가 "산불방지 예방 캠페인을 하려고 하는 데 협찬사로 광고를 해달라"고 요구한 뒤 이를 거부할 경우 환경문제를 기사화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이에 겁먹은 업체 관계자로부터 현금 25만원을 받았다.

A씨는 이때부터 2015년 10월까지 같은 방법으로 업체 관계자들로 부터 7차례에 걸쳐 26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대전에 본사를 둔 지방지 주재기자인 B씨와 함께 또 다시 이 회사를 찾아가 '도와달라'고 요구했고 30만원을 받아 챙겼다. A씨 등은 또 다른 환경업체에도 찾아가 비슷한 수법으로 30만원을 받았다.

A씨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아 챙긴다는 내용으로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A씨는 지난 2016년 7월 28일 업체 관계자에게 '순수한 마음으로 돈을 협찬해 주었으며,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으며, 선처를 바란다'는 내용이 담긴 진정서를 제시한 뒤 서명을 요구했다. A씨는 같은 방법으로 B씨와 함께 자신에게 돈을 건넨 업체들을 찾아가 돈을 돌려받았다는 내용이 적힌 영수증에 서명을 요구했다.

언론인들이 찾아올 때마다 업체 관계자는 "신문을 봐주는 것으로 끝내기로 했으니 25만원을 주고 보내자"라고 내부적으로 결정한 뒤 기자들에게 돈을 건넸고 신문 구독도 약속했다. 업체 관계자는 경찰 조사 당시에도 이런 사실을 그대로 진술했고 결국 기소로 이어졌다.

하지만 피해자인 업체 관계자가 법정에서 진술을 바꾸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업체 관계자들은 재판 과정에 증인으로 나와 "기자분들이 많다보니까 이분이 얘기했는지 저분이 얘기했는지 정확하게 확신할 수 없다"며 "협찬을 해달라는 말을 들었을 때도 위협을 당하거나 겁을 먹은 적은 없다"고 증언했다. 업체 대표도 증인으로 출석해 "피고인들(언론인들)이 사무실에 와서 강압적으로 협박을 하거나 불법행위에 대해 얘기하거나 표현한 적은 한번도 없다"고 문제가 없다는 진술을 했다.

재판부는 업체 관계자들의 법정 진술을 근거로 A씨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공동공갈과 공동강요 등 5가지 혐의로 기소됐고, B씨도 공동공갈과 공동강요 혐의로 기소됐지만 모두 무죄가 선고된 것이다. 피해자들이 스스로 피해가 없다고 하는 상황에서 처벌을 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재판장은 판결을 통해 "피고인들은 피해자들에게 골재선별가공업체에서 일으킬 수 있는 환경문제를 기사화할 것 같은 태도를 보이는 방법으로 금원을 갈취했다는 내용으로 수사를 받고 있던 상황이었던 점을 종합해 볼때 협박해 피해자들로 하여금 영수증 등을 작성하게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그렇다고 판사가 A씨 등의 행동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재판장은 판결과 주문을 낭독한 뒤 판결문에 담지 않고 개인 사견을 피력하는 형식으로 언론인들이 광고나 신문구독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판장은 "이 판결을 하면서 굉장히 고민했다"며 "피고인들은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피해자들의 명확한 의사는 어쩔 수 없이 협찬했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은 '신문을 구독해 달라' '광고를 내 달라'고 하는 게 직업적인 이유로 요청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피해자들은 흔쾌히 원해서가 아닌 피고인들이 기자 신분이기 때문에 원치 않지만 불이익을 당할까봐 줬다는 부분 사이에 어느 것이 더 큰 이익일까 고민했다"며 "피고인들이 한 행위가 처벌까지 이뤄져야 할까 하는 고민 때문에 무죄를 선고한 것이지 그 행위가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재판장은 "영업은 기자가 할 게 아니다. 광고영업이나 신문구독 영업이 필요하다면 별도의 부서에서 해야 할 부분"이라며 "기자가 그런 것(광고나 구독)을 요구하면 누구라도 심리적 부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기자생활을 계속 한다면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재판장의 이런 생각은 이번 사건 판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았지만 비슷한 사례가 발생할 경우 언제든지 처벌할 수도 있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언론인들은 법의 굴레에서 벗어났지만 검찰은 항소 의지를 피력하고 있어 항소심 법정에 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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