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12]
탈북자 [12]
  • 이광희
  • 승인 2018.02.23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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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는 거야?”

나는 심상찮다는 생각에 고개를 들려고 애썼다. 그러자 그는 말없이 머리에다 러시아제 떼떼권총을 들이대고 나를 일으켜 세웠다. 싸늘한 총구의 냉정함을 느꼈다.

조용히 해. 시끄럽게 굴어 좋을 것 없어.”

아니 왜 이러는 거냐구. 당신 누구야?”

따라가 보면 알 수 있어. 고분고분 굴어.”

그는 사정없이 나를 끌고 레스토랑을 빠져 나갔다. 어이가 없었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닥친 일이라 어떻게 손을 써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발버둥을 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는 발버둥 치는 나를 불끈 들어 올린 뒤 미리 대기하고 있던 닭장차에 감자 부대를 던지듯 내팽개쳤다. 이어 철문을 굳게 닫았다.

속이 캄캄한 닭장차는 잠시 후 경광 음을 내며 알 수 없는 목적지를 향해 내달렸다. 온몸이 심하게 흔들렸지만 기댈 곳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뒤로 돌려진 손으로 더듬거려 차의 한편에 장의자가 마련된 것을 발견하고 그 곳에 몸을 기댔다. 딱딱한 장의자는 표피가 매끈거릴 만큼 많은 사람들과 악연을 맺고 있었다.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유 없이 나를 데려가는 이들의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이 봐요. 차를 세워. 어디로 가는 거야.”

나는 악을 바락바락 쓰며 발뒤축으로 차의 바닥을 찼다. 하지만 이런 행동에는 아랑곳없이 요란한 소음을 내며 미친 듯이 내달렸다. 차에 부딪치는 바람소리가 기분 나쁘게 들렸다.

차 속은 죄수들의 냄새로 가득치 있었다. 후덥지근한 열기와 사람들의 찝찔한 체취로 인해 수차례 헛구역질을 했다. 차가 심하게 흔들릴 때마다 뒤로 돌려진 팔이 등받이에 부딪쳐 끊어질듯 아려왔다.

! 여보셔. 이게 뭐하는 거야.”

나는 또 한 차례 고함을 질렀다.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희미하던 닭장차 속이 훤히 보일 때쯤 급히 달리던 차가 속도를 늦추었고 잠시 후 하는 브레이크 파열음과 함께 멈춰 섰다. 그제야 차 뒷문이 열렸고 턱수염이 덥수룩한 얼룩무늬 복장의 사내가 나를 끌어내렸다.

그는 키가 족히 2미터는 더 되어 보였다. 노란 털이 징그럽게 숭숭 돋은 손으로 내 목덜미를 잡았다. 그 정도의 손이면 내 머리통을 쥐고도 남을 것 같았다. 나는 눈이 부셔 그를 더 이상 똑바로 보지 못했다. 보리 자루같이 데려가는 쪽으로 질질 끌려갔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이유나 알고 가자구.”

그는 대꾸도 하지 않았다. 황소같이 힘센 팔로 내 목덜미를 끌며 희미하게 보이는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그가 내 목덜미를 너무 꼭 쥐고 가는 통에 숨통이 조여 얼굴이 화끈거렸다.

여보셔. 내가 무슨 죄인이라고 이렇게 끌고…….”

나는 또다시 고함을 질렀지만 목이 졸려 더 이상 말을 내뱉을 수가 없었다. 현기증이 일며 눈앞이 빙빙 돌았다. 종종걸음으로 그를 따라갔지만 성큼 옮겨가는 발걸음을 따라 잡기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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