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민의 정치레이더 8] 몸푸는 전‧현직 충남지사, 실전등판은 언제?
대한민국 야구대표팀 선동열 감독은 선수시절 ‘국보급’ 투수였습니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까지 타이거즈를 이끈 불세출의 선수였지요. 선발에서 마무리로 보직을 바꾼 뒤에도 그 위력은 대단했습니다. 박빙의 리드 상황에서 선동열이 불펜에 나와 몸을 풀기만 해도 상대팀은 ‘오늘 게임은 졌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 팀이 근소한 점수 차이로 지고 있을 땐 5회부터 나와서 몸을 풀었다는 소리도 있습니다. 현역시절 선동열은 그만큼 상대에게 위협적인 존재였습니다.
정치이야기에-야구시즌도 아닌데-웬 뜬금없는 선동열이냐고요? 충청권에서 선동열만큼 영향력을 지닌 두 정치인 이야기를 하려고요. 출전선수는 ‘안희정’과 ‘이완구’입니다.
6.13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천안갑은 국회의원 재선거가 확정됐습니다. 이렇다보니 지역정가는 두 정치인의 행보가 꽤나 궁금한 모양입니다. 두 사람에 대해 두서없이 시작된 질문은 결국 ‘출마하느냐’로 귀결됩니다. 글쎄요. 한 분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안희정 충남지사는 공직자 사퇴시한이 지났기 때문에 충남지사든, 천안갑 재선거든 출마할 수 없습니다.
충남 외 지역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30일 전 사퇴하면 가능합니다만, 임기를 채우겠다고 밝힌 마당에 어딜 나가겠습니까. 그냥 끝까지 ‘쭉’ 갈 것 같습니다.
그럼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어떨까요? 안 지사는 출마 확률이 ‘제로(0)’에 가깝지만, 이 전 총리는 경우의 수가 보입니다. 자유한국당에서 자꾸 이 전 총리에게 군침을 흘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출마와 관련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토록 언론과의 스킨십을 즐기던 분께서, ‘충청 대표언론’ 인터뷰 요청에 손사래를 칩니다. 이래저래 취재를 통해 이 전 총리에게 들은 이야기는 ‘재판 받느라 몸이 쇠잔해져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열심히 운동하고 계신답니다. 그 이상은 노코멘트.
민주당은 슬슬 속이 탑니다. 이완구가 나올지, 말지, 긴가민가하거든요. 누구를 선수로 내보낼지도 골치 아프겠지요. 이완구만 안 나오면 ‘누구라도 OK’일 텐데요. 글머리에 선동열을 언급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몸이 쇠잔해지긴 했지만, 운동 열심히 하며 몸을 만들고 있으니까요. 여차하면 등판할 수도 있겠지요. 거기다 팀이 위기상황이라면 더더구나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전 총리는 정말 출마할까요? 중앙 정치권 복귀를 노린다면 도지사 출마는 의미가 없습니다. 또 도지사는 이미 10년 전에 했습니다. 집권 여당 원내대표에 국무총리까지 지낸 마당에 체중은 줄여도 ‘체급’을 줄이기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천안갑 재선거인데, 쉬울까요? 제가 그 동네 살아봐서 아는데요. 보수 성향이 두텁다곤 하나 지금의 한국당에는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은 동네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의원이 내리 3선을 한 곳입니다. 어설프게 나왔다간 목숨 걸고 겨우 밝혀낸 ‘결백’이 무위에 그칠 수 있습니다. ‘마지막 기회’도 허망하게 날릴 수 있고요.
6월, 그 후 우리는 그들을 볼 수 있을까요?
다시 안 지사한테 가 보겠습니다. 도지사도 안 나와, 천안갑 출마도 안하면 임기 마치고 뭘 할까요? 대부분 당권에 도전하겠지, 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안 지사는 언제든 배지도 달고, 당권도 도전할 수 있는 실력자입니다. 다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제가 안 지사라면, 일단 충청도를 벗어나겠습니다. 대한민국을 뜰지도 모릅니다. ‘큰 세계’를 돌아보고 둘러보겠습니다. 여러 국가를 다니면서 견문을 넓히겠습니다. 얼마 전 안 지사 페이스북 글을 보니 다보스포럼에 다녀와 나름의 ‘배움’을 터득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차기 총선에 출마한다면 그래봐야 1년 남짓이겠지만 말이지요.
벌써부터 당에 들어가 ‘친문계파론’에 휘둘릴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안희정 키즈’가 당내에 많은 것도 아니고, 몇 안 되는 금배지도 말마따나 ‘키즈’에 불과하니까요. 밖에 나가 바람 좀 쐬면서, 가족여행도 좀 다니고, 연방제 국가나 자치분권이 잘 이루어진 곳에서 공부 하다보면 원효대사처럼 해골에 든 물을 마시고 깨달음을 얻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때쯤 ‘키즈’도 시니어 무대에 설 만큼은 아니어도 ‘지속가능한’ 성장 발전을 하고 있겠지요. 거기다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게 정치라고, 당이 위기상황에 처해 ‘구원투수’가 필요하다면 더할 나위없겠지요.
그래도 아직까진 안 지사의 ‘8월 당권 도전’설은 본인 의지와는 상관없이 틀어놓은 수도꼭지처럼 줄기차게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 전 총리의 천안갑 등판설과 같은 선상에서 비중 있게, 불펜에서 공만 잡고 서 있어도 상대팀을 덜덜 떨게 만들었다는 선동열처럼 말입니다.
이제 제목에 쓴 ‘이상동몽(異床同夢)’을 풀어보겠습니다. ‘동상이몽(同床異夢)’을 제 식대로 고쳐봤습니다. 안 지사와 이 전 총리가 같은 상(床)에 있는 건 아니라서 ‘이상(異床)’이고요, 다만, 같은 꿈을 꾸고 있다는 의미에서 ‘동몽(同夢)’이라고 붙였습니다. ‘같은 꿈’은 굳이 말씀 안 드려도 ‘대권(大權)’이라는 건 다들 아실 테고요.
제가 지금 이 전 총리라면, 저는 출마합니다. 재기와 명예회복을 위한 절호의 기회거든요. 쇠잔한 몸이 회복되지도 않았지만, 당이 사정사정 하며 등 떠밀고 있으니 ‘구당(求黨)정신’을 발휘할 수밖에요. 설령 나왔다 떨어져도 당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됐다고 하면 큰 데미지는 없을 겁니다. 만약 이 전 총리가 실제 등판한다면, 경천동지(驚天動地)까진 아니어도 충남 지방선거 판 자체가 심하게 요동치리라 봅니다.
‘이완구’라는 이름이 가진 상징성에 출마 준비시간도 길게는 필요 없습니다. 그래서 아마 3월 중순쯤이나 언론 인터뷰에 응할지 모릅니다. 물론, 그 시간은 조금 앞당겨질 수 있습니다. 그림 좀 더 그려볼까요? 이 전 총리는 차라리 이참(지방선거+국회의원 재보선)에 한국당의 ‘폭망(폭삭 망함)’을 바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 되면 홍준표 대표는 당대표 자리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고, ‘구원투수’로 이 전 총리가 등판할 것이란 ‘어쭙잖은’ 상상입니다.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가 유지된다고 볼 때 이 전 총리는 한 번의 기회(2022년)는 있다고 보고요, 안 지사는 최소한 두 번 이상의 기회는 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분은 마늘과 쑥을 드시고, 나머지 한분은 동굴에서 뛰쳐나와 포효하고 싶겠지요. 대망을 꿈꾸는 분들이 어디 숲이 아닌 나무를 보겠습니까. 슬슬 몸만 풀어도 상대 진영은 ‘끔뻑’ 죽는 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