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의왕시에는 철도박물관이 있다. 1988년 개관했다. 1899년 개통된 제물포~노량진 구간 철도 자료를 포함, 경부선철도 수도권전철 경부고속철도 등 우리나라 철도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료 1만 건이 전시돼 있다. 우리 철도문화의 변천사를 볼 수 있다. 학생들에겐 철도교통의 역사를 공부하는 장소로 이만한 곳이 없다. 어른들은 과거 철도여행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곳이다. 의왕시를 찾게 만드는 관광상품이다.

의왕시는 2014년 의왕시 부곡동 일대를 철도특구로 지정받았다. 철도 역사와 자료를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파는 데 유리한, 일종의 관광특구로 볼 수 있다. 경기도와 의왕시가 몇 년 동안을 정부를 설득해서 얻은 특구다. 철도역사 관광상품을 만들 때 정부 지원을 받는 혜택이 주어진다. 우리나라에 철도특구는 의왕 한 곳뿐이다.

대전도 이와 유사한 철도특구로 지정받으면 좋겠다는 게 대전시 생각 같다. 시는 최근 ‘서대전역 활성화를 위한 연구 용역 입찰 공고’를 내면서 “대전역과 서대전역 일원을 특구로 지정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가 구상하고 있는 철도특구가 의왕의 경우와 어떻게 다른지는 밝히지 않은 상태다. 그 아이디어를 돈(용역비)을 주고 짜내보겠다는 것이 이번 용역의 실질적 목적일 수 있다.

서대전역을 살리려는 대전시의 노력은 가상하다. 그러나 서대전역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론 번지수가 잘못된 것 같다. 서대전역은 어떻게든 KTX 운행 편수를 늘리는 게 일차적 목적이어야 한다. 용역을 통해서는 KTX 운행 편수를 늘리는 방법이 나올 수 없다. 기껏해야 대형쇼핑시설이나 철도 박물관 같은 것을 만들어서 사람 끌어들이자는 아이디어를 벗어나기 힘들다. 철도특구로 돌파구를 찾아보겠다는 구상은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이미 의왕이 철도역사의 도시로 자임하고 있는 상황에서 철도특구로 지정받기가 어렵고, 설사 정부가 특구로 지정해준다고 해도 철도역사를 보기 위해 서대전역을 찾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더 큰 문제는 철도특구 지정의 ‘역효과’다. 정부가 서대전역을 철도특구로 지정해주는 대신 KTX 운행횟수에 대해선 더 이상 거론하지 말라고 하면 대전시는 어쩔 것인가? 특구는 특구고 KTX는 KTX라고 주장할 수는 있어도 요구의 명분은 확 떨어질 수밖에 없다. 명분이 확고해도 대전시민들 목소리는 정부에 씨가 안 먹히는 상황인데 대전시 스스로 요구의 명분을 갉아먹으면 결과는 뻔하다. 대전시가 구상하는 철도특구는 실질적 효과도 없으면서 서대전만 끝내 폐사시키는 자책골만 될 가능성이 있다. 

대전시는 철도특구 지정 요구에 신중해야 한다. 자칫하면 진짜 승객들이 이용하는 철도를 잘라내고 구경이나 하는 박물관 철도로 바꾸는 꼴이 될 수 있다. 이런 문제점에 대한 확고한 대안이 없다면 철도특구 추진은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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