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전지훈련지인 남해에서 인터뷰.."이기범은 선수키워달라고 불렀다"

김호 대전시티즌 대표가 디트뉴스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항간의 의혹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김호 대전시티즌 대표가 <디트뉴스>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항간의 의혹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대한민국 축구계 명장이자 대전시민구단인 대전시티즌 경영을 책임진 김호(73) 대표이사가 최근 팬들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대체로 그는 팬들이 제기한 의혹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그리고 팬들과 언제든지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도 했다. "책임질 사람과만 만난다"는 단서 조항이 붙긴 했다.

김 대표는 대전시티즌 1군 선수들의 3차 전지훈련지인 경남 남해스포츠파크에서 20일 오후와 21일 오전 두차례에 걸쳐 인터뷰를 가졌다. 훈련과 이동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2회에 걸쳐 인터뷰했다.

김 대표는 두번에 걸친 인터뷰 시간 내내 기자의 질문에 해명보다는 반박하는 답변을 주로 했다. 때로는 강경한 어조로 항간의 의혹에 발끈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 대표에게 기자가 던진 질문은 이달 초 대전시티즌 팬들이 구단을 찾아 김 대표와 고종수 감독에게 공개 질의한 내용과 추가로 축구계에서 제기되는 의혹들이 대부분이었다.

스스로 전문경영인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저는 전문경영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축구계에서 전문경영인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50년 동안 축구계에서 생활해 온 제가 해외에 나가서 배운 것을 접목해 대전시티즌이 잘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온 것이다. 운동한 사람이 낫지 않을까 싶어 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구단 운영에 필요한 자금은 어떻게 충당할까. 김 대표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이런 얘기가 돌아왔다. "사장은 광고하러 다니는 사람은 아니다. 광고 영업은 직원들이 하는 것이고 사장은 큰 일이 있을 때 딜을 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라며 "100억 이상 쓰는 팀에서 1, 2억을 얘기해서는 안된다"고 진심을 얘기했다. 그리고 진짜 김 대표가 하고 싶은 얘기가 나왔다. "대전시티즌은 좋은 선수를 만들어 파는 게 중요하다. 표를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위해 어리고 좋은 선수를 영입해 잘 키워 파는게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의 이같은 의중에는 그가 대전시티즌 감독을 그만둔 뒤 최근 5년여 동안 유소년 지도자 생활을 한 이력이 깔려 있다. 그는 고교 1, 2학년생들 중 전도 유망한 선수들을 대전시티즌 U-18팀인 충남기계공고에 전학시켜 육성하겠다는 심산이다. 이후 대전시티즌에서 영입해 육성한 뒤 다른 구단에 넘겨 수익을 얻는 게 스폰서나 입장권 판매보다 훨씬 이득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인터뷰 도중 때로는 성난 표정과 웃는 얼굴을 번갈아 가면서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인터뷰 도중 때로는 성난 표정과 웃는 얼굴을 번갈아 가면서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자신이 키운 이기범 전 신갈고 감독을 영입했다는 얘기도 털어놨다. 김 대표는 "온갖 말들이 무성했고 사실이 아닌 말들이 너무 많아 감독으로 데려오려던 것을 보류하고 R리그로 와서 선수를 키워달라고 데려왔다"며 "추측이 난무한데 능력이 되면 계속 하는 것이고 안되면 책임을 져야 한다. 프로는 싸인(계약)하는 날부터 그만 둘 각오를 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감독은 현재 2군을 지도하고 있다.

김 대표는 고종수 감독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을 비교적 상세히 밝혔다. 그는 "주변에서 최용수와 박건하, 최윤겸 등을 감독으로 추천했는데 최용수는 몇차례 전화했지만 안받아 안 오려나 보다생각했고, 최윤겸은 스스로 안 오겠다고 해서 안된 것"이라며 "박건하는 대전 출신이기 때문에 고향으로 마음을 비우고 오라고 했는데 안 왔다"고 전말을 공개했다. 다만 "일부에서 사실과 다른 얘기들이 나오는 것 같아 그냥 안 둘 것"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프로에서 경험도 많고 타고난 재능이 많아 서로 얘기하면서 팀을 이끌면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데려왔다"며 고 감독을 영입한 이유를 설명했다.

또 특정 에이전트와의 유착 의혹에 대해서도 "특정 에이전트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발이 넓고 일 잘하는 에이전트도 있다. 다만 에이전트 중 90%는 엉터리"라며 "중요한 것은 AS나 좋은 선수를 데려오는 사람이 중요한 데 그런 에이전트가 데려오는 좋은 선수는 언제든지 쓸 수 있다"고 밝혔다. 특정 에이전트와 유착이 아니라 그만큼 좋은 선수를 데려오고 AS도 잘하고 있기 때문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으로 읽혀진다.

현재 선수단 구성 규모를 묻는 질문에는 "현재 50명 정도지만 1군과 R리그를 준비하는 2군이 있다"며 "새로운 선수 10명 중 2명 가량 유망주로 키울 생각을 하고 있다. 주전급 선수도 있지만 잘 안팔리는 대신 팀에 공헌하는 선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상적인 선수들은 장기계약을 할 수도 있지만 어린선수는 1년 계약을 한 뒤 선의의 경쟁을 유도할 생각"이라고도 했다.

대표이사보다는 감독같다는 항간의 지적이나 독불장군식 운영에 대한 비판 여론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보였다. 특히 지역 축구계와 정치권의 선수영입 추천에 대해서는 "왜 대전이 꼴찌로 떨어졌는가. (실력도 없는데)주변 사람을 영입하라고 추천하면 되겠는가"라며 "아무나 추천하면 안된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특정 정치세력을 향해서는 "갑질"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비판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다만 특정 정치인이 누군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김 대표가 답변하는 모습.
김 대표가 답변하는 모습.

김 대표는 지난 연말 사실상 방출을 통보한 외인용병 브루노에 대해 "떠나는 사람들(전임 사장 등)은 오시는 분들을 위해 계약을 안하는 게 좋다"며 불만을 토로한 뒤 "브루노는 자기를 위해 축구를 하는 스타일이라 팀웍을 위해서는 부족한 선수였다"고 설명했다. 유소년 정책은 "초등은 자유롭게 운영하되 중등과 고등은 스카웃해서라도 좋은 선수들을 보유해 미리 프로에 와서 훈련도 시킬 계획"이라며 "이후 프로에 필요한 선수라면 졸업할 때 데려오겠다"고 복안을 밝혔다.

김 대표는 팬들의 대화 요구에 대해 "반대는 하지 않지만 책임질 사람이 나와야 한다. 아니면 말고식은 안된다"고 분명한 입장을 표명한 뒤 대전시를 향해서도 "추경으로 예산을 지원하지 말고 본 예산에서 지원해 주면 원하는 선수들을 빨리 살 수 있다. 추경으로 예산은 지원받으면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시간이 한달밖에 안돼 너무 부족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팬들과는 시즌 개막 이후인 다음 달께 대화의 자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올 시즌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중상위 정도의 성적이 예상되는 데 중요한 것은 지금 정도 실력으로는 승격해도 또 떨어질 수 있다. 준비되지 않은 팀에서 올라간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며 "어린 선수들을 많이 보유해 잘 가르쳐 끌어 올린 뒤 2~3년 뒤 기틀을 잡고 끌고가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올해 1년은 트레이닝을 하고 기술쪽에 많이 투자하겠다"고 털어놨다. 

김 대표는 이외도 과거 자신이 감독 재직 시절 물러난 이유와 대전축구협회와의 갈등 등에 대해서도 가감없이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는 인터뷰 말미 자신과 관련한 지역 축구계에서의 다양한 의혹에 대해 "전문인들의 특성은 자기 갈길만 가는 것인데 그런 전문인들의 특성을 인정하지 않고 나쁘게 비판만 한다"며 "구단을 운영하는 것을 보고 그 뒤에 안되면 비판해 달라. 아직 해보지도 않았는데 비판만 하니 답답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개막전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올 시즌을 지켜본 뒤 비판을 해달라는 의중으로 읽혀진다.

김 대표는 인터뷰 동안 성난 표정과 고집스런 얼굴을 번갈아하면서 질문에 답변했다. 과연 이런 김 대표의 답변에 대해 팬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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