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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아픈 체념
가슴 아픈 체념
  • 박한표
  • 승인 2018.02.21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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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표 인문운동가의 사진하나, 이야기 하나, 생각하나]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생각 하나 36

눈 오는 날 밤에도 일해야 하는 배달 집

가난한 이들이 왜 더 보수적인가?

이해가 잘 안 되어, 질문해 본다.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왜 가난한 이들이 보수에 투표를 하는가?

선거 때마다 질문 해 본다.

당면한 일상에서의 생존만으로도 힘겨운 빈곤층은

변화를 위한 정치적 행동을 해볼 여유가 없기 때문이란다.

현실이 힘겹지만 변화가 품고 있는 '알 수 없는 고통'보다,

'아는 지금의 고통'을 차라리 견디고 말겠다는

가슴 아픈 체념이란다.

그래서 이 사회는 소득 불균형이 더욱 더 심화되고,

중산층마저 몰락하는 이유 같다.

원래 우리 각자는 계급이 있다.

우리는 자신의 계급을 철저히 인식하여야 자신의 삶을 속이지 않는다.

지난 해 우리가 겪었던 탄핵 찬성과 반대 세력의 충돌은

우리 사회에서 드디어 주류로 등장하고 뿌리내린 시민계급, 시민공동체와

아직도 남아 있는 '백성'들 사이의 충돌이었다.

촛불 집단은 ‘종북’이 아니라,

스스로 평등하고 동등한 시민계급으로 자각한 사람들이 조직화되고 형성된 것이었다.

이건 한국 역사의 최초이다.

시민계급들이 어떤 사람을 호명한 게 아니다.

시민계급들의 이니셔티브(주도권, 자발성)에 의해 호명된 것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시민계급이라는 것이 완전히 뿌리내렸다는 걸 증명해주는 사건이었다.

아직까지 남은 '백성'들,

일종의 패닉 상태에 빠진 심리적 동요가 탄핵 반대 데모로,

박근혜 석방 데모로 나타나고 있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문장 하나 37

지인의 폐북에 사진 캡처.

고통을 겪어보지 않고, 내게 주어진 것들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갖기란 쉽지 않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이야기 하나 38

자신에게 행복한 임무를 발견하고 정진할 때, 우리를 좌절시키고 포기하게 만드는 장애물이 등장한다. 그 때, 그 임계점을 넘어서게 하는 것이 인내이다.

그러려면 그 주어진 임무를 사랑하고 즐겨야 한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만 봐도, 그 사람의 생각을 알 수 있는 것처럼, 사랑의 힘으로 인내가 이루어진다. 사랑하니까 참는 것이다.

인내는 인간을 동물과 구분 짓는 덕목이다. 예컨대, 마라톤하는 이의 모습에서 인생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자기 자신을 극복하려는 인내를 볼 수 있다. 그걸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고 한다. 더 이상 달릴 수 없는 극한의 상황에 도달하면, 고통을 거의 느끼지 않고 쉽게 즐기며 달릴 수 있는 단계에 진입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자신이 기절할 정도로 달려 완주한 후, 평온함을 느끼고 행복감에 젖는다고 한다.

그리고 극도의 인내를 요구하는 장거리 달리기를 할 때 선수의 뇌에서 엔도르핀이라는 화학성분이 나온다고 한다. 사랑에 빠졌을 때도 마찬가지란다.

우리가 원하는 일을 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자신의 임무를 못찾거나 찾았다하더라도 그 일이 우주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전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을 열정적으로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내를 한자어로 말하면 이렇다. 忍耐. 이는 '마음에 칼을 품는다'는 것이다. 얼마나 아픈 일인가! 그 쓰라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자명한 진리이기 때문이다. 인가認可하는 것이다. 불교에서 이것을 '인욕바라밀'이라고 한다. 그러면 마음이 평화롭고 즐겁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문장 하나 39

달은 어디에나 있지만 보려는 사람에게만 뜬다.

시인 김소월이 생각난다. 소월의 뜻이 흰 달이다.

시인은 밤 하늘의 빛나는 달보다 흐릿한 흰색의 낮달을 더 좋아했나 보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생각 하나 40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사바세계'라고 한다.

사바세계는 산스크리트어인데, 우리 말로 하면 '참고 견뎌 나가는 세상'이란 뜻이란다.

참고 견디며 살아가는 세상이기 때문에 거기에 삶의 맛이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이 뜻대로 된다면 좋을 것 같지만, 그렇게 되면 사는 맛이 사라진다.

스페인 속담이 있다. "항상 날씨가 좋으면 곧 사막이 되어 버린다."

사는 일에서는 곤란이 없으면 자만심이 넘치고, 잘난 체하고 다른 이의 어려운 사정을 모르게 된다.

자만심은 어떤 일을 시도하는 과정에, 수많은 시행착오, 반성, 자기 수련과 인내, 연습의 과정이 부재한 상태로, 자신이 그 일을 멋지게 완수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박한표 인문운동가,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경희대 관광대학원 초빙교수, 프랑스 파리10대학 문학박사, 전 대전 알리앙스 프랑세즈/프랑스 문화원 원장, 와인 컨설턴트(<뱅샾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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