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전문화재단에서 실시한 대전국제기타페스티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이 대회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과 상금 1000만원이 수여되는 국제대회인 데도 심사위원 선정을 위한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았다. 심사위원 중 일부는 외국인 연주자와 계약을 하면서 심사위원 자격 부여 조건에 따라 정해졌고 일부는 행사 관계자가 정했다. 처음부터 엉터리로 진행되었다는 말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심사에 참여한 한 심사위원은 자신의 제자에게 최고 점수를 주었고 그 제자는 1등을 차지했다. 문화재단은 그 심사위원이 참가자의 스승이란 사실을 알고도 심사에서 배제시키지 않았다. 참가자와 사제 간이면 심사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겼다. 이런 의혹들이 제기되자 이 행사의 담당자는 그 심사위원의 심사기피신청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채점표도 조작했다. 그는 결국 사표를 내고 떠났다.

그러나 이 사건은 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의 책임이 크다. 심사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이 대표가 제역할 다했다면 심사위원회가 엉터리로 구성되지 않았을 것이고, 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대표가 이 행사의 세세한 부분은 몰랐을 수 있지만 적어도 심사위원회가 어떤 과정을 거쳐 구성되었는지는 몰랐을 리 없다. 몰랐다면 대표 자격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의 무능이고, 알고도 용인했다면 사건의 실질적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국제행사 망친 책임 담당자 혼자 지는 대전문화재단

그러나 문화재단과 대전시는 유야무야 넘어가려 하는 듯한 태도다. 대전시가 내린 처분은 사표를 낸 담당자의 상관에 대한 ‘경고’와 문화재단에 대한 ‘주의’조치가 전부였다. 사건의 심각성에 비하면 징계라고 할 수는 없는 수준이다. 사실상 담당자 혼자서 책임을 떠안은 꼴이다. 담당자는 이 업무의 경력이 2년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에게 국제행사를 맡겨 놓은 것 자체가 재단의 중대 실책이다.

대전의 문화예술단체들은 문화재단의 무책임한 태도에 실망을 금치 못했다. 대전예총과 대전민예총 대전원도심문화예술in행동 대전문화연대 등은 문화재단 대표의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이 대표는 “문화재단이 현 사태에 이르게 된 데 책임을 통감한다”며 “절차를 거쳐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옳은 판단이라고 본다. 대표가 당장 자리를 비워도 문화재단에 문제가 될 일은 없어 보인다. 책임을 인정한 이상 빨리 거취를 정하는 게 맞다. 미적거릴 이유가 없다. 

문화재단이 끝내 책임을 거부한다면 감독 기관인 대전시가 책임져야 할 것이다. 대전문화재단 이사회의 이사장은 대전시 정무부시장이다. 대전시민과 시를 대표하여 문화재단을 관리 감독하는 하는 자리다. 연 180억 원 정도의 문화재단 예산 상당 부분은 대전시가 문화재단에 맡기고 있는 돈이다. 시민과 예술인들을 위해 만든 문화재단인데 오히려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면 시가 책임져야 한다.

어떤 기관이든 조직의 장(長)은 조직을 운영하는 권한을 갖는다. 그만큼 책임도 뒤따른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그 직무에 맞춰 일을 해낼 책무가 있다는 뜻이다. 장이 자기 책무를 다하지 못했을 때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은 ‘최소한의 책임’이다. 사퇴로도 사건의 피해 복구는 어렵지만 사건의 재발을 막는 최소한의 조치이고, 조금이라도 책임을 벗는 방법이다. 그런데 최소한의 책임조차 회피하는 풍토가 생겼다. 대전문화재단 대표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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