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합법가장한 음성적 정치자금 모금..규제책 마련 시급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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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를 앞두고 잇따라 열리는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는 합법적인 정치활동 일환이다. 하지만 세과시용 내지 사실상 정치자금 모금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이에 따른 규제책 마련 필요성도 지적되고 있다.

출마 예정자에게 있어 출판기념회는 지역 유권자와의 소통과 홍보의 장(場)이다. 책을 통해 자신의 정치역정과 정치적 철학, 가치관을 공유하고 싶은 것이다. 또 정치신인들은 자신을 알릴 수 있는 홍보수단으로 기성정치인과 무게의 추를 맞춰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출판기념회가 끝나면 그 사람의 가치관이나 소신보다는 ‘몇 명이 왔는지’, ‘책이 얼마나 팔렸는지’에 이목이 쏠린다. 출판기념회가 세 과시용, 돈 벌이용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단면을 보여준다.

봉투에 얼마를 넣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참석자들의 모습도 안타깝다. 특히 현역 정치인, 지방자치단체장의 출판기념회 초청장을 날아오면 ‘울며 겨자 먹기’로 눈도장을 찍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을’의 입장에 있는 공무원은 인사 불이익을 걱정해야 하고, 기업인은 소위 ‘보험용’으로 참석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장에서는 이런 공무원과 기업인들이 자주 목격된다. 책을 한권만 사는데도 5만원 권 2장을 봉투에 담는 모습이 흔치 않다. 1~2만원 짜리 책값이 5배를 훌쩍 넘는 것이다. 또 다른 봉투에는 보다 더 많은 액수의 ‘현금’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심증이지만, 법적으로 확인할 방법은 없다. 말 그대로 합법을 가장한 정치자금 모금이 이뤄지고 있는 현장이다.

뿐만 아니라 세 과시를 위해 인원을 동원하다보니 부작용도 속출한다. 충남선관위는 지난해 12월 아산의 한 지역농협 직원이 충남지사 입후보 예정자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선거구민 30여명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고, 입후보 예정자의 책 20권을 무료로 제공한 혐의로 고발했다. 이 직원과 공모한 농가모임 관계자는 같은 행사에 참석한 선거구민 30여명에게 음식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책 정가판매, 구매한도 제한, 영수증 발급 등을 주장하며 정치인의 출판기념회 회계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무분별한 출판기념회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19대 국회에 규제 법안이 제출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지됐다.

선관위는 출판기념회가 음성적인 정치자금 모금 행위에 해당, 2014년 10월 정치인 출판기념회에서 책을 정가로 판매하도록 하는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을 제출했지만 이마저도 반영되지 못했다.

20대 국회 출범이후에도 출판기념회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나왔다. ‘국회의원특권내려놓기추진위원회’는 2016년 10월 정치인 출판기념회에서 금품 제공을 금지하고 출판사가 정가로 책을 판매하는 것만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개선보고서를 냈다.

그러나 책값을 빌미로 돈 봉투를 챙기는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는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다. 제 밥그릇을 챙겨야하는 정치인들 입장에서 보면 ‘불법도 아닌데 받아들여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출판기념회는 대표적인 ‘정치 적폐’로 떠오르고 있다. 출판기념회 횟수를 제한한다거나 책을 정가로 구입토록 하고, 구매한도를 제한하는 등 회계투명성을 높이려는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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