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환의 정치 톺아보기

대전시장 후보군.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남충희, 박성효, 김윤기, 박영순, 염홍철, 허태정, 이상민, 정용기, 육동일 (정당-직함 생략, 무순). 자료사진

1964년 2월, 세계 헤비급 챔피언이 된 후 무패행진을 달리던 무하마드 알리는 1971년 이 날도 15회까지 게임을 잘 이끌어나간다. 그러나 15회 통한의 다운을 당한다. 결국 판정패를 당하고 조 프레이저의 세상을 열어준다. 

조 프레이저는 1973년 조지 포먼에게 6번을 다운당한 채 2회 KO패 당한다. 키 작은 조 프레이저는 비록 졌으나 포먼에 맞아도 맞아도 돌진해 팬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었다.

포먼은 1974년 알리와 붙는다. 스치기만해도 상대를 눕힌다는 포먼의 위력은 8회까지 알리를 피해나간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는 알리의 주먹은 8회 지친 포먼을 잠재우고 다시 알리의 세상을 만든다. 서로 승패가 얽히고 설킨 무하마드 알리, 조 프레이저, 조지 포먼은 세계 권투역사상 가장 훌륭한 선수다. 

알리 60년 로마올림픽, 조 프레이저 64년 도쿄올림픽, 조지 포먼 68년 멕시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서, 이들은 모두 최고의 테크니션이다. 

그런데 이들은 실력에 바탕한 각자의 스타일이 있다. 조 프레이저는 최고의 인파이터다. 알리는 최고의 아웃복서다. 조지 포먼은 최고 핵주먹의 대명사다.  

이들의 스타일을 대입해서 대전시장 선거라는 4각의 링을 상상해보면 어떨까? 제각각이지만 정치인의 스타일은 권투처럼 세 부류인 듯하다. 

프레이저처럼 저돌적으로 지칠  줄 모르게 목표를 향해 꾸준히 활동하는 인파이터형 정치인. 알리처럼 치고 빠지며 상대를 지치게 염탐하면서 한발한발 공략하는 아웃복서형 정치인. 포먼처럼 아웃복싱이든 인파이팅이든 상대스타일에 맞춘 경기력을 펼치되 결국 한방에 해결짓는 핵주먹 정치인.

인파이터, 박성효-허태정-김윤기

조 프레이저식 인파이터형 하면 누가 떠오를까? 박성효 전 시장과 허태정 유성구청장이 대표적일 듯하다. 

박 전 시장은 다소 무모한 도전으로 평가했던 첫 선거에서 역전승을 일궜다. 그는 시 공무원 생활과 4년의 시장 경험으로 대전의 구석구석을 챙겼다. 이후 2번의 실패는 선거실전경험과 맷집을 강화하는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허 구청장은 2번의 구청장선거와 행정경험에 젊은 체력을 지녔다. 그는 3선 구청장과 국회의원 빅딜설을 버리고 먼저 링에 올랐다. 5배 큰 링을 종횡무진 누비는 깡을 선보인다면 첫 출전임에도 그는 무서운 선수가 될 것이다.

김윤기 정의당 대전시당위원장도 이 스타일로 분류될 수 있다. 30세인 2004년에 국회의원 도전이후 시장선거는 두 번째다. 정의당 자체가 한길을 가는 인파이터형 정당인데다 그 또한 한 우물을 파는 뚝심의 정치인이다.

인파이터형의 경쟁력은 '간절함'에 있다. 자신의 스토리로 지역곳곳을 밀착해서 쉬지않고 움직일 때 유권자의 마음도 움직인다. 감성을 붙이면 더욱 강력해질 수 있다.

아웃복서, 정용기-남충희-육동일

알리식 아웃복서형엔 누가 있을까? 사실 박범계 의원이 이 스타일을 유지했으면 적격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용기 국회의원이 고민을 끝내고 출마한다면 대표적일 것이다. 대변인과 방송패널 경험에서 쌓인 언변, 친근한 이미지가 강점이다. 의정활동에 더해 활발한 지역 활동이 선거의 링에 본격 모아진다면 파괴력이 한층 커질 것이다.

남충희 전경기도 경제부지사도 빠질 수 없다. 그는 부산시 정무부시장과 SK텔레컴 사장의 화려한 스펙도 지녔다. '경제'라는 그만의 차별화된 자산을 '대전이 먼저'라는 소신과 어떻게 결합시켜 한발 한발 가느냐가 그의 과제다.

육동일 충남대 교수도 대한민국 지방자치를 대표하는 손꼽히는 전문가로서 눈에 띈다. 최근 대전의 위상이 계속 하락하는 속에 그의 합리적 대안은 절실히 필요하다. 이 절실함을 선거전에 어떻게 펼치느냐가 그의 고민이다. 

아웃복싱형의 경쟁력은 테크닉이다. 후보가 지닌 차별적 컨텐츠를 링의 상황에 맞게 적절히 펼치느냐가 생명이다. 비전, 공약이 얼마나 유권자에게 다가가느냐가 중요하다.

핵주먹, 이상민-염홍철-박영순

조지 포먼식 핵주먹 복서로는 자연스럽게 이상민 국회의원과 염홍철 전시장을 뽑을 수 있다.

이 의원은 아웃복싱 기반의 한방이 있는 유형이다. 그는 4선 의원의 탄탄한 정치 기반에 넘치는 카리스마가 있다. 야당과의 의석수 차이가 문제일 수 있지만 중앙의 힘을 끌어오는 힘에 특유의 추진력은 한방을 더욱 강하게 한다.

염 전 시장은 인파이팅에 기반한 한방이 있는 정치인이다. 대전의 터줏대감으로 수차의 선거와 시장경험에 아직도 '염빠'라 불리는 네트워크는 살아있다. 그가 글을 쉬고 출마의 입을 열면 설명할 필요 없이 그 자체가 한방이다.

박영순 청와대 선임행정관도 출마를 한다면 이 유형이 될 것이다. 그는 전략공천이 부상되는 속에 청와대 현직인 자체가 '친문'의 상징이다. 다만 중앙의 지원과 아울러 지역의 공감을 어떻게 일궈 가느냐가 숙제다.

포먼형의 핵주먹 정치인에겐 '기회포착'이 가장 중요하다. 잡은 기회에 모든 정치력을 총집결시켜 대세를 장악한 후 바람을 이어가야 한다. 실기하면 김빠지는 게 이치다.

2월 13일, 1라운드의 종이 울린다. 6월 13일 마지막 15회 링에 누가 올라갈까 궁금해진다. 우리나라 선거는 대부분 양강 구도로 싸웠다. 마케팅에선 '이원성의 법칙(Dual's Law)이라 부른다. 경마처럼 처음엔 많은 주자들이 뛰다가 결국은 둘의 경주가 된다는 이론이다. 유권자 인식엔 두 선수간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 15회 이전에도 당내 선수간 매치를 치러야 한다. 경선이 되었든 전략공천이 되었든 어쨌든 경쟁이다. 자신에 맞는 스타일을 찾아야하고, 체력안배도 해야하고, 달라지는 상대선수의 스타일을 고려해서 경기에 임해야 하는 등 고난의 연속이다. 

9명의 후보에 대해 썼다. 시장출마예상자로 언론에서 거론되기에 모두 헤비급 선수로 일단 썼다. '진짜 선수로 뛸 것인지?' '체급은 맞는지?'는 본인이 판단할 문제다. 

다만 언급된 예상선수가 혹시 이 글을 읽었다면,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선거가 뭘까?' 잠깐은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최후승자가 되는 전략 또는 기술의 시작 아닌가 싶다.

무하마드 알리와 조지 포먼은 훗날 친한 친구가 되었다. 포먼의 친구에 대한 유명한 말이 있다. "알리를 상대하려면 스스로 그에 걸맞은 위대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4각의 링, 1회의 종이 내일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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