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호르몬을 조절하고 뇌세포를 보호하는 우황청심원
스트레스 호르몬을 조절하고 뇌세포를 보호하는 우황청심원
  • 손창규 교수
  • 승인 2018.02.0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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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규 교수의 과학으로 읽는 한의학]

손창규 대전대학교 둔산한방병원 내과면역센터 교수.

요즘을 스트레스 사회라고 하듯이 현대인은 스트레스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일전에 필자가 연구조사에 의하면 2천명의 성인 중에서 스트레스에 자유로운 사람은 6% 뿐이었고 17%는 심한 스트레스 상태라고 답을 하였다. 4천5백 명의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더 심각하여서 고등학생생의 31%와 중학생의 30% 정도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답하였다. 아마도 주위와 치열한 경쟁을 하고 비교하는 한국문화가 빠른 경제성장을 이끌기도 하지만, 과열된 심리적 엔진에서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매연과도 같은 것이 스트레스라 여겨진다.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에 노출되면 “스트레스”라는 신체반응이 발생하여 그 불쾌한 외부환경에 대항하여 전투(fight)하거나 도망(flight)하는 행동을 선택한다. 파충류가 적에게 저항이나 도망도 못하고 그냥 먹이가 되듯이, 간혹은 사람도 너무 두려운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하고 얼어붙어버리는(freezing)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아무튼 스트레스가 단기간에 소실되거나 적응가능한 상황이 되면 상관없지만, 장기간의 과도한 스트레스는 불안이나 우울과 같은 심리적 증상을 뿐만 아니라 불면, 소화장애, 피로와 같은 주관적 증상과 고혈압, 고혈당, 고지혈증, 지방간, 심장병, 면역저하, 암의 발생 혹은 재발과 전이를 촉진하는 것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니 않는 곳이 없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한의학에서 “화(火)”라고 하여 병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꼽았다.

당연히 사람은 스트레스 환경에 대응하는 능력이 진화되어 왔다. 가장 대표적으로 알려진 스트레스 경보 시스템은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이라 하는 것이다. 사고하는 이성보다는 느끼는 감정의 자극을 전달하는 영역인 뇌의 시상하부와 뇌하수체 및 신장 위에 붙어있는 부신이 스트레스의 강도와 기간에 따라서 적절하게 호르몬을 분비한다. 대표적으로 부신의 껍질 쪽에서 분비되는 스테로이드라는 부신피질호르몬과 부신의 속질 쪽에서 만들어지는 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이다. 이 두 호르몬은 사람을 각성시키고 긴장시켜서 스트레스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게 작용하지만, 오랫동안 높은 농도로 유지되면 위의 설명처럼 순환계, 소화계, 신경계, 내분비계 및 면역계 전반에 악영향을 준다. 스트레스(火)는 인체의 질병을 일으키는 가장 큰 적(“火者元氣之賊”)이라 하였듯이 스트레스는 면역력을 떨어트려 만병에 잘 걸리게 한다. 특히 화(火)는 머리 쪽으로 올라가는 성질이 있어서 뇌의 노화를 촉진시키는데, 최근의 많은 연구가 스트레스와 중풍, 치매 혹은 파킨슨병과 같은 노인성 뇌질환과의 상관성을 보고하고 있다.

한편 스트레스(火)를 치료하는 가장 대표적인 한약이 우황청심원(牛黃淸心元)으로, 한국에서만 1년에 약 1천만 개 정도가 소비되고 있다. 동의보감의 설명을 보면 우황청심환은 심장의 열을 식혀주는 약(淸心元)이라는 이름처럼, 두통, 어지러움, 의식장애와 같은 증상과 불안, 초조, 우울감 같은 정서장애를 치료한다. 이러한 효과는 오랫동안의 임상적으로 증명되어왔지만, 그 자세한 작용기전은 아려지지 않았었다. 본 연구팀은 우황청심원의 효능은 스트레스호르몬의 조절작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이를 증명하기 위하여 시험용 쥐에게 2주간 매일 5시간씩 강제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구속시켜서 스트레스를 주고 우황청심원을 복용시킨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을 비교하였다. 쥐에게 이러한 만성적인 구속스트레스는 스트레스호르몬인 스테로이드(면역억제호르몬)과 아드레날린(교감신경호르몬)의 분비를 2배 이상 증가시켰는데, 우황청심원을 복용한 쥐들은 거의 정상수준의 호르몬 농도를 유지하였다.

본 실험에서는 또한 우황청심원이 스트레스로 인한 뇌조직의 손상도 억제하는 것을 증명하였다. 뇌는 신경조직으로 기능에 따라서 특별한 신경들이 집합을 이루고 있는 특화된 집합소가 있다. 그 중에서도 해마(hippocampus)라고 하는 뇌조직은 새로운 것을 인식하고 학습하며 기억하는데 중요한 기능을 한다. 따라서 치매환자가 방금 먹은 식사를 기억 못하고 밥을 또 먹거나 가족을 못 알아보는 것도 바로 이 해마부위의 퇴행성 변화에 의해서 발생한다. 특이하게도 뇌의 다른 부위와 달리, 이 해마조직은 매일 새로운 자극에 의하여 새로운 신경세포가 재생한다. 그런데 바로 이 해마부위가 스트레스와 스트레스호르몬(스테로이드)에 가장 손상받기 쉬운 조직으로, 심한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중요한 것을 깜빡 잊고 실수를 잘 하는 이유이기도 한다. 본 연구에서 우황청심환을 복용시킨 쥐들의 해마조직은 그렇지 않은 쥐들보다 뇌세포손상이 현저하게 적은 것이 확인되었다

한의학의 명방으로 알려진 우황청심원의 효능이 과학적으로 설명되어진 이러한 결과들은 SCI급 국제저널에 발표되었다. 피할 수 있다면 최상이지만 스트레스에 심하게 노출되는 사람은 한의사의 진료에 따라 적절한 우황청심원의 복용은 하나의 좋은 선택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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