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우 충남도의회 의장이 자유한국당을 탈당했다. 이유는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해서 공주시장 선거에 나갈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윤 의장은 “(시장 출마에 대한)마음이 정해졌다면 정식으로 기자회견을 했을 것”이라며 “전에 그런 생각이 있었다는 것을 말한 것인데 확대 해석이 된 것 같다”며 민주당 행을 부인했다고 한다.

누구든 입당도 탈당도 자유지만 적어도 도의장의 탈당은 그럴 만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최소한 공개적으로 탈당의 변을 밝히는 게 도리다. 만일 국회의장이 혼자 슬그머니 탈당을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지방의회가 국회와는 다르다고 해도 도지사와 함께 명색이 200만 도민을 대표하는 의장 자리인 만큼 뒷문으로 탈당할 수는 없다.

윤 의장은 향후 행보를 묻는 기자 질문에 “노코멘트”라고 했다. 황당한 답변이다. 그는 공주시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탈당의 이유도 밝힐 것으로 보인다. 탈당의 변도 준비는 돼 있는 것 같다. 자유한국당의 인권조례 폐지 강행을 탈당의 이유로 삼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가 최근 인권조례 폐지에 반대 입장을 보인 것은 사실이나 시민단체의 ‘인권조례 폐지안 불상정 요청’을 거절한 것을 보면 인권조례 문제가 탈당의 진짜 이유인지는 의심스럽다.

공주시장 출마를 공언한다면 시장 출마가 탈당의 진짜 목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는 벌써부터 공주시장 출마를 저울질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공주시장은 자유한국당 소속이어서 탈당 없이는 본선 출마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구나 지금의 자유한국당 인기로는 전망이 밝지 않다. 당을 갈아타는 것이 이런 문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것이 탈당의 진짜 이유로 보인다. 의장 자리에 앉아 당을 떠나면서도 기자회견조차 열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정치라는 게 본래 밥그릇 싸움이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규칙은 있다. 내가 먹고 싶다고 해서 갑자기 남의 밥상에 숟가락 들고 덤비는 건 용인될 수 없다. 윤 의장이 민주당으로 공주시장에 출마하겠다면 이런 사람이 되는 걸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내가 먹는 우물이 썩었다면 샘을 고치든가 새로 파야지, 남이 파놓은 샘을 빼앗으려고 해서야 되는가? 자기 샘에서 단물 다 빨아먹고 떨어질 때가 되니 남의 샘에 기웃거려서야 되는가?

도의원 배지는 도의원들이 길거리서 혼자 주은 게 아니다. 충남도 유권자들의 뜻이 반영된 결과물이고, 의장이 된 것도 그 연장선에서 이뤄진 결과라 할 수 있다. 윤 의장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도움으로 그 자리에 앉았을 것이다. 탈당은 자유한국당과 소속 도의원들에 대한 배신이다. 탈당 과정에서 한국당 의원들의 이해를 구하지 않았다면 의장 자리를 내놓는 게 맞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