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지사 후보 인터뷰 1] 더불어민주당 복기왕 아산시장

더불어민주당 충남지사 출마를 선언한 복기왕 아산시장이 6일 오후 시장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지나온 정치역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충남지사 출마를 선언한 복기왕 아산시장이 6일 오후 시장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지나온 정치역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09년 5월, 한낮의 뜨거운 뙤약볕이 내리쬐던 온양온천역 광장은 마치 거칠고 황량한 광야처럼 보였다. 광장 한복판에는 흰색 천막이 둘러쳐 있었고, 천막 사이로 한 사내가 홀로 서 있었다. 그는 천막 안 분향소에서 남루한 상복을 입고 조문객을 맞고 있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에 있던 그는 ‘상주(喪主) 복기왕’이었다.

그는 2001년 청년지도자 그룹들과 함께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노무현 당시 후보를 만났다. 명지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그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멤버 중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가장 먼저 했던 인물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그의 신분은 전직 국회의원이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그는 현재 3선 중진이 된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아산갑)과 겨뤄 여당 최연소(만36세)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당선의 기쁨은 찰나였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10개월 만에 배지가 떨어졌다. 그때의 충격을 그는 시장에 당선되고 나서 이렇게 표현한 적이 있다. “63빌딩에서 떨어진 것 같았다.”

최연소 국회의원중도낙마아산시장 재선까지 ‘정치역정’

인고의 세월은 길었다. 고난이 길었던 만큼 준비 시간도 길었다. 그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듬해 치러진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민선5기 아산시장으로 당선되며 재기했다. 4년 뒤에는 재신임도 받았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정치철학인 지방자치와 분권 시대를 열기 위해 아산이란 울타리를 넘어 다시금 광야로 나갈 참이다. ‘아산시장 복기왕’이 더불어민주당 충남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시장 직 사퇴를 하루 앞둔 지난 6일 오후 시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오랜만에 만나서 한다는 소리가 ‘까칠한 인터뷰'라는 공격적 발언이었지만, 그는 특유의 넉살로 방어했다. 그는 이미 단단했다. 정치와 행정을 모두 경험했지만, 그는 정치와 행정 기능이 동시에 필요한 단체장 역할이 더 어려웠다고 고백한다.

“국회의원은 미래비전 중심으로 고민하고 정책을 제안하지만 현실성 여부는 다소 후순위에 둔다. 반면 자치단체장은 거기에 더해 현실적인 정책까지 만들고 실행해야 한다. 특히 집행권은 대통령과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만 갖고 있는 것이다. 집행 권력이 가진 힘만큼 어렵고 두려운 마음으로 일해 왔다.”

박수현 ‘과거사 의혹’에 장시간 할애..“네거티브 아닌 검증”

복 시장은 같은 당 경선 상대인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의 과거 행적에 대해 날을 세우고 철저한 자기 성찰과 반성을 요구했다.
복 시장은 같은 당 경선 상대인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의 과거 행적에 대해 날을 세우고 철저한 자기 성찰과 반성을 요구했다.

본격적인 경선 이야기로 들어갔다. 양승조 국회의원과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에 대한 그의 평가와 시각차는 컸다. 양 의원에게는 ‘맏형 역할론’을 강조하는 선에 그쳤지만, 박 전 대변인에게는 ‘자기 성찰과 반성’을 요구했다. 박 전 대변인을 겨냥해선 꽤 긴 시간을 할애했다.

박 전 대변인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경쟁자의 ‘정치공세’로 치부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복 시장은 네거티브가 아닌 ‘검증’이라고 주장했다.

“도민의 대표, 더 크게 국민의 대표가 되는 과정에서 검증은 훨씬 더 혹독할 텐데 검증 과정에서 투명해야 한다. 그 투명성을 해소시키지 않고, ‘지난 일 갖고 뭘 그러느냐’는 것은 과거 친일청산 안했던 사람들이 ‘뭘 지난 일 갖고 그러느냐, 앞으로 나아가자’, 민주화 운동 탄압했던 사람들이 ‘뭘 지난 일을 얘기하느냐, 미래를 이야기하자’는 것과 다르게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과 지역사회의 과제는 묵은 적폐를 어떻게 당당하게 청산할 것이냐는 시기에 와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적어도 공동체 리더, 더구나 충남도라는 더 큰 대표성을 갖게 된다면 자기가 살아온 과정 속에서 문제가 될 부분은 털고 가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나의 불리한 부분을 얘기하면 네거티브라는 건 온당치 못하다. 누가 제게 17대 국회의원으로 뽑혔는데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 상실했다고 한다면 ‘네, 죄송합니다, 지금도 반성합니다. 억울한 측면도 있지만 변명하지 않겠습니다. 그 빚 갚는 심정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저는 그리 말할 것입니다.”

복 시장은 영화 ‘1987’을 언급하며 박 전 대변인이 고(故) 이상재 전 민자당 의원 보좌관 경력을 문제 삼았다. “영화에서 ‘받아 적어’라고 한 것을 만든 것이 이상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일 했다는 건, 문제가 많아도 굉장히 많다고 생각한다. 그 시기 안희정은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고, 우리는 당시 민자당 해체 투쟁을 했다. 그 민자당은 지역주의를 조장하고 내세워서 호남 포위작전을 벌이고, 결국 군사독재의 연장으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박 전 대변인이)그때 왜 그랬는지 해명돼야 한다. 지역에서 한정된 자원 속에서 국회의원을 뽑을 때는 그런 정도는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하더라도, 국민이 만들어놓은 새로운 민주주의를 향해 가는 길에 충남도민의 대표라면 궁금하게 생각되는 부분은 밝히는 것이 맞다.”

“꽃놀이패, 광 팔러 나왔다? 민주진영 대표란 사명감으로 뛴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판에 ‘꽃놀이패’를 쥐고 있다는 소리를 듣는다. 경선 주자 3명 가운데 인지도가 가장 약하니 ‘화투판에 광 팔러 나왔다’는 비아냥거림도 듣는다. 차기 총선에서 지역 국회의원(아산갑)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배경적 요인 때문이다.

복기왕은 단호하다. “저는 적어도 민주진영의 정통성을 기반으로 대표로 나온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그런 사명감을 갖고 뛰는 사람이 꽃놀이패로 적당히 이름을 알리는 건 할 도리가 아니다.”

복 시장은 이날 <디트뉴스>와의 인터뷰를 끝으로 시장으로서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7일자로 시장 직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찬바람 쐬러 광야로 간다. 그의 담대한 도전이 이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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