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열의 세계속으로 53]

1.잘츠부르크 지도.
1.잘츠부르크 지도.

오스트리아는 동서유럽의 중간에 위치해서 잦은 외침을 겪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세차례 서유럽여행과 동유럽과 남부유럽을 여행할 때마다 매번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하느라 자주 찾은 나라이기도 하다. 오스트리아는 면적이 83000㎢(남한 98000㎢)에 인구는 서울시민 숫자보다 적은 870만 명의 나라이지만, 수도 비엔나는 유럽에서도 ‘최고의 음악도시’라고 할 만큼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요한 슈트라우스 등 수많은 음악가들을 배출했으며, 지금도 1년 내내 각종 음악축제가 끊이지 않는다. 또, 티롤 주의 민속춤에서 파생된 왈츠(Waltz)는 빈 오페레타의 시작이 되었으며, 세계적으로 뛰어난 교향악단 중의 하나인 빈 관현악단(비엔나 필하모닉)의 본거지이기도 하다(오스트리아에 관해서는 2017.03.17. 비엔나 참조).

2.신시가지.
2.신시가지.

오스트리아는 1273년 독일 합스부르크가(Habsburg)의 루돌프 1세가 신성 로마제국의 황제가 되어 650년 동안 유럽을 지배하다가 황제 대공위기(大空位期 : 1254~1273)를 맞게 되자  유럽의 군주들이 황제를 선출할 때(選帝侯), 강력한 군주를 선출하면 권력이 집중될 것을 우려하여 국력이 가장 미약한 스위스의 이름 없는 백작 가문인 합스부르크가를 옹립한 것이 오늘날 오스트리아 제국이 태어난 계기가 되었다. 1558년 수도가 되었던 비엔나(Vienna)는 1806년 나폴레옹이 신성 로마제국을 해체할 때까지 신성 로마제국의 중심지였다. 

2-1 모차르트 기념관.
2-1 모차르트 기념관.

비엔나에서 서쪽으로 약300㎞ 떨어진 잘츠부르크(Salzburg)는 독일어로 잘츠가 소금(salz), 브루크(burg)는 ‘성 또는 도시’를 말하니, 잘츠부르크는 ‘소금의 도시’란 의미이다. 인간의 생활에 빼놓을 수 없는 소금을 중세인들은 지금의 황금처럼 소중히 여겼는데, 아시아에서는 지질구조상 바닷물을 정제하여 소금을 만들었지만, 유럽에서는 암염이 많아서 소금광산은 부의 상징이었다.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던 중세에 제후나 자본가들은 소금으로 월급을 주어서 소금은 오늘날 ‘샐러리(Salary)’라는 어원이 되기도 했는데, 일찍부터 소금광산이 발견되어 넉넉한 재정을 가진 잘츠부르크는 오랫동안 부유한 도시로서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어 음악․미술 등 각종 예술이 발달한 예술의 도시였다. 시내를 흐르는 잘자흐 강은 광산에서 채굴한 소금을 수송하는 대동맥 역할을 했다(소금에 관하여는 2018.1.22. 크라쿠프 소금광산 참조). 

3. 잘자흐강.
3. 잘자흐강.

잘츠부르크 주의 주도(州都) 잘츠부르크(Salzburg)는 인구가 고작 15만 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이지만, 천재음악가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65~ 1791)의 생가이자 19세기의 오스트리아 미술가인 한스 마카르트의 고향이며, 작가 토마스 베른하르트도 잘츠부르크에서 자랐다. 또, 음향학 이론의 전문가인 크리스티앙 도플러(Christian Doppler: 1803~ 1853)와 프란츠 그루베르와 함께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작곡 작사한 요세프 모어도 이곳 출신이다.

3-1. 카라한생가(좌)와 도플러 생가(우).
3-1. 카라한생가(좌)와 도플러 생가(우).

2차 세계대전 때 도시의 대부분이 파괴되었지만, 1949년 잘츠부르크 성당의 수녀 마리아 폰 트라프의 자서전 ‘트라프 가문의 가수들 이야기(The Story of the Trapp Family Singers)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이 1965년에 전 세계에 개봉됨으로서 인구 15만 명의 작은 도시는 연간 1,0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관광도시로 변했다. 그러나 관광객이 아니더라도 잘츠부르크에서는 사계절 음악축제가 벌어지며, 거리에는 악사들이 즐비한데, 축제가 열리는 매년 7월과 8월에는 세계 각지에서 많은 관광객이 주민들보다 훨씬 많다고 한다. 

3-2 카라한 동상.
3-2 카라한 동상.

잘츠부르크에서는 도보로 여행이 가능하지만, 잘츠부르크 카드(Salzburg Card) 하나만 구입하면 시내의 모든 관광지를 쉽게 입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트램도 이용할 수 있다. 잘츠부르크 카드는 24시간용, 48시간용,72시간용 세 종류로서 각각 27유로, 36유로, 42유로다. 

4. 구시가지 모차르트 생가.
4. 구시가지 모차르트 생가.

잘츠부르크에서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주 무대였던 미라벨 정원과 오스트리아가 자랑하는 천재음악가 모차르트 생가가 빼놓을 수 없는 관광코스이다. 잘츠부르크 시내에는 모차르트가 살던 집이 두 군데인데, 미라벨 정원에서 나오면서 전차가 다니는 길 건너편에 보이는 보라색 3층 건물은 모차르트가 살다가 죽은 뒤 현재는 모차르트 기념관으로 이용되고 있고,    이곳에서 잘짜흐 강에 놓인 마카르트 다리(Makart steg)를 건너 구시가지인 게트라이트 거리로 들어서면 황금색 벽돌이 눈에 띄는 모차르트의 생가는 현재 모차르트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또, 시내에는 모차르트를 기리는 동상들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생가 입구 박물관.

구시가지로 들어가는 마카르트 다리 앞에는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지휘자 카라한(H von Karajan: 1908~1989)의 생가 앞에는 그가 지휘하는 모습의 동상이 있고, 그 건너편에는 초음파를 처음 개발한 크리스티안 도플러의 생가도 있다. 구시가지인 게트라이트 거리로 들어서면 고성이 있는 산기슭을 배경으로 한 건물들이 가로막아 T자 형 도로가 되는데, 이곳 국립오페라 극장에서 북쪽으로 뻗어나가 '성 슈테판 대성당'까지 이어지는 거리가 게트라이트 거리다. 게트라이트 거리는 차량의 통행을 전면 금지하는 보행자 전용도로로 만들어서 관광객들이 시장바닥처럼 붐빈다. 그러나 관광객을 태운 마차가 지나다닐 수 있다. 

5. 게트라이트거리.
5. 게트라이트거리.

T자형 삼거리에서 전면에 보이는 황금색 3층 건물이 모차르트 생가는 모차르트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1층 입구에는 ‘모차르트 생가(Mozart geburtshaus)’라고 독일어로 크게 씌어있고, 모차르트의 흉상도 박혀있다. 입장료는 10유로이지만, 잘츠부르크 카드를 소지했다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그러나 실내에서는 촬영을 금지하고 있다.

게트라이트 거리 양쪽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상점들은 잘츠부르크를 ‘음악의 도시’라고 말할 수 있는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브랜드 '스와로브스키', '프라이 빌레' 매장을 비롯한 기념품 전문매장이 널려 있고, 관광 상품마다 모차르트 관련 물건들로 넘쳐난다. 그런데, 가게의 간판들은 고기 모양의 어물전, 별이 그려진 숫자로 등급을 나타내는 호텔, 여러 개의 꽃으로 둘러싸서 행복한 삶을 상징하는 은행 간판, 아름다운 꽃모양의 카페, 약 그릇과 약을 빻는 막대기,그리고 의술의 신(神) 헤르메스 지팡이로 세계 공통적인 약국의 심벌마크가 그려진 약국 간판 등이 거리를 장식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잘츠부르크만의 특징이 아니라 중세에 문맹자들을 위하여 상점에서 간판에 판매하는 물건을 새기던 관습이어서 그다지 이상할 것도 없지만, 잘츠부르크는 관광객들에게 이국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옛 모습대로 꾸몄다고 한다. 게트라이트 거리는 이곳이 모차르트의 생가 골목이라서 더욱 프리미엄을 얻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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