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의 안락함을 느끼며 몸을 깊이 묻었다. 나른한 피로가 몰려왔다.

그때였다. 레스토랑으로 통하는 호텔 복도 쪽에서 요란한 총성이 울렸다.

” “

곧이어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들렸고 여자들의 비명소리가 깨진 유리조각 같이 날카롭게 찢어졌다.

나는 활줄같이 몸을 일으키며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레스토랑은 여전히 조용했다.

잠시 뒤 다시 예리한 총성이 벽 속에서 들려왔다.

그 총성은 잠시 전에 들렸던 두 번의 총성보다 더욱 가깝게 들렸다. 레스토랑과 복도가 마주한 계단에서 들려온 소리였다. 총성에 귀가 멍했다.

곧이어 구둣발 소리가 다급하게 들렸고, 쿵쿵거리며 레스토랑 쪽으로 달려오는 소리가 약한 미진처럼 발끝에 느껴졌다. 사람들의 비명과 울부짖는 소리가 깨질듯이 다가섰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내가 고개를 삐죽이 빼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였다. 둔탁한 전투화 발자국 소리가 호텔 복도를 따라 우르르 몰려왔다. 그 소리는 앞서 들려왔던 구둣발 소리를 뒤쫓고 있었다. 조급한 발걸음들이 계속해서 좁혀왔다.

나는 다급하게 몸을 일으켜 구석에 선 종업원들을 쳐다봤다. 그들은 레스토랑 문에 붙은 좁은 창문을 통해 호텔 복도 쪽을 힐끗 들여다 본 뒤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크게 한 발 물러섰다. 그리고는 새파랗게 질린 채 구석에 움츠리고 서서 바들바들 떨었다.

접어둔 수건들이 바닥에 아무렇게나 흩어졌지만 누구도 그것을 집어 올리지 않았다. 오래된 동상같이 굳어있었다. 그들은 등으로 레스토랑 벽을 부비며 그 속으로 파고들 기세였다. 다급하게 뛰어온 발자국 소리가 어느새 코앞에서 들렸다.

멀리서는 여러 명의 전투화 발자국 소리가 마른 땅에 말달리듯 미친 듯이 달려왔다. 그들 중 한 사내가 저기다. 레스토랑이라고 소리침과 동시에 유리창이 깨지며 한 사내가 문을 박차고 뛰어들었다. 그 사내는 손에 권총을 쥐고 있었다.

얼굴은 온통 피투성이였으며 왼손으로는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 속으로 박힌 짧은 손가락마다 피가 진하게 묻어 나왔다. 머리를 크게 다친 모양이었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검은 양복은 흘러내린 선혈로 번들거렸다. 소매 끝에 삐져나온 흰 와이셔츠역시 손목을 타고 흘러내리는 비릿한 액체에 젖어 붉게 물들었다.

나는 재빨리 테이블 밑으로 몸을 숨기고 그를 응시했다. 그는 다급히 의자를 넘어뜨려 레스토랑 문을 가렸다. 그리고는 벽에 몸을 묻고 선 여종업원들에게 다가서며 재빨리 테이블위에 놓인 흰 수건으로 자신의 머리를 눌렀다. 선홍빛 색감이 하얀 수건에 번져 나왔다.

비켜, 야 너희들 이쪽으로 와. 썅 어서.”

그는 여종업원들 중 한 사람을 향해 총을 들이대고 말했다.

모두 죽여 버리겠어.”

사내는 신경질적으로 금발의 여종업원 머리에 권총을 더욱 가까이 가져갔다. 이어 앞에 놓인 테이블에 몸을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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