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괄의 신비한 산야초] 지혈 설사 외상출혈 소염작용 탁월

송진괄 대전시 중구청 평생학습센터 강사.

겨울이 깊숙이 들어와 대설(大雪)이 내일인데도 들녘의 나무와 풀들은 푸른색을 건장하게 유지하고 있다. 계절이 무색할 정도다. 아직 춥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들지만 그래도 계절 체면이 있지 이렇게 절기가 이름값을 못하는 게 못내 수상하다. 그래도 된서리를 맞은 나뭇가지의 잎들은 그나마 겨울임을 보여준다. 분명 단풍은 구시월에 지난 것 같은데 푸르름이 이정도니 의아하다.

추부터널을 지나는 길목에서 올해 첫눈을 맞았다. 오전에 잿빛 하늘이던 우중충한 날씨가 첫눈을 내려준 것이다. 대설(大雪) 절기를 아는가? 싶어 반가웠는데 이내 시나브로 떨어지던 눈발은 그치고 만다. 아쉽다. 휴게소에 들려 차라도 한잔 해야겠다 싶어 들어서는데, 반달형의 터널 위에 붉은 단풍이 계절을 무시하고 오가는 이를 반긴다. 유난히 붉게 보이는 것이 틀림없는 붉나무다. 가을 들녘 산자락에서 유난히 붉은 단풍색을 내는 나무다. 그렇게 가을에 빨갛게 물드는 단풍이 아름다워서 그 이름을 붉나무라고 지었다고 한다.

붉나무는 옻나무과에 속하는 낙엽 소교목이다. 키는 7m에 정도로 크고, 잎은 잔잎으로 이루어진 겹잎으로 어긋나며,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고 잔잎과 잔잎 사이에는 날개가 있다. 8~9월에 담황색 또는 흰색의 꽃이 암수 따로따로 피거나, 줄기 끝에 원추(圓錐)꽃차례로 무리지어 핀다. 열매는 핵과(核果)로 붉게 익으면 하얀 분가루가 덮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봄에 어린순을 데쳐 나물로 먹기도 하는데, 사람에게 유독한 성분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붉나무는 잎에 울퉁불퉁하게 생긴 벌레주머니가 있는데 이것을 약(藥)으로 쓴다. 붉나무에 기생하며 자라는 진딧물이 주머니처럼 생긴 벌레집을 만드는데, 겉은 울퉁불퉁하고 속은 비어 있거나 죽은 벌레와 벌레의 분비물이 들어 있다. 쉽게 깨지고 매우 떫은맛의 특이한 냄새가 나는 이 벌레집을 오배자(五培子)라 하며, 그래서 붉나무를 오배자나무라고도 한다.

한방에서는 이 오배자가 중요한 약재(藥材)이다. 효능으로는 지혈 설사 외상출혈 소염작용을 하며 상처에서 피가 날 때 가루를 내어 환부에 바르면 혈액을 응고시켜 지혈작용을 나타낸다. 또 항(抗)바이러스 및 항진균(抗眞菌) 작용도 있다. 나무의 뿌리는 감기의 해열작용을 하고 장염(腸炎)에도 쓰인다. 잇몸이 붓고 이빨이 아플 때, 잘 낫지 않는 습진, 심한 설사에 이 오배자를 민간요법으로 이용했다 한다.

문헌에 의하면 붉나무를 염부목(鹽膚木)이라도 썼는데, 이는 열매에 소금처럼 짠 맛이 나는 가루가 있기 때문이다. 열매가 익을 무렵에 하얗게 달라붙어 있는 가루가 시면서도 짠 맛이 난다. 그래서 옛날에는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산 속에 살던 사람들은 붉나무 열매를 물에 넣고 주물러서 그 물을 소금대신 쓰거나 간수대신 두부를 만드는 데 썼다고 한다. 이렇게 선조들은 산 속에서 살 때 소금이 떨어지면 붉나무 열매에 붙은 가루를 모아서 소금 대신 썼다고도 한다.

일본에서는 붉나무를 금강장(金剛杖)이라고도 하는데 죽은 사람의 관에 넣는 지팡이를 붉나무로 만들었고, 시체를 화장한 뒤에 뼈를 줍는 젓가락도 붉나무로 만들었다고 한다. 붉나무 지팡이를 금강장이라고 한 유래는 불가(佛家)에서 수행할 때 일체의 번뇌를 불살라 버리는 영험이 있다고 하여 스님들이 지팡이를 만들어 짚고 다닌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절기를 잊은 듯하던 날씨가 그나마 첫눈을 살짝 보여준 것이 기분 좋다. 그 길목에서 만난 붉나무가 웬지 상서로운 느낌을 준다. 이 겨울이 지나고 나면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그런 하루, 내가 모르는 세상의 일들을 막연하게 꿈꾸어 보는 시간이었다.

붉나무는 지혈 설사 외상출혈 소염작용을 하며 상처에서 피가 날 때 가루를 내어 환부에 바르면 혈액을 응고시켜 지혈작용을 나타낸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