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환의 정치 톺아보기

박성효 전 대전시장. 자료사진.
박성효 전 대전시장. 자료사진.

정치는 생물이라고 한다. 살아있는 존재라는 의미다. 이런 엉뚱한 질문, 아니 상상을 해볼까? 
'생물이라면, 동물에 가까울까? 식물에 가까울까?'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가장 즐겨보는 TV프로그램을 묻는 질문에 '동물의 왕국'을 얘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동물의 왕국'을 고르고,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동물은 배신을 하지 않잖아요"라는 섬뜩한 이유도 붙인다.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생물을 동물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동물은 먹이를 구하고 짝짓기를 하기 위해서 움직여야 한다. 스스로 영양분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생물을 먹어야만 살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살기위해 힘닿는 순간까지 영역을 지켜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죽는다.

이런 면에서 확실히 정치는 동물에 가까운 듯하다. 서로 사이가 좋다가도 싸우고, 도가 지나치면 명패도 집어던지고, 힘 센 자에게 줄서기도 하고, 힘 센 자가 갑자기 몰락하기도 하고, 그러면 모르려니 돌아서거나, 때론 배신을 하기도 하고, 이긴 자는 또다시 자신의 영역을 굳건히 세우기 위해 칼날을 휘두르고 말이다. 

정치의 세계는 분명 동물의 세계랑 비슷하다. '생존'을 위해, '권력욕'이 지배하는 세상이기에 그렇다.

정치는 생물, 그것도 동물에 가까워 보이기에 6월의 지방선거 역시, 선거이전까지는 강자건 약자건 '동물의 왕국'속에서 사활을 건 싸움의 그림이 그려진다.

그런데  선거 이후의 지방행정을 생각해 보자. 대전시정을 상상해보자. 

'행정은 동물에 가까울까? 식물에 가까울까?' 이런 질문을 해보면 어떤 답을 할까?

행정은 식물에 가깝다. 행정은 제로섬이 아닌 시너지다. 식물은 동물처럼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스스로 필요한 영양분을 만들 수 있다. 엽록체에서 햇빛, 이산화탄소, 물을 이용해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광합성을 한다. 

이 광합성을 통해 만든 영양분을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행정이다. 그간 대전시는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광합성을 못했다. 

전임시장은 임기 내내 재판에 신경 쓰다 끝내 시정공백을 남겼다. 고가로 달리는 도시철도에 국가가 타당성을 인정했지만, 땅을 달리는 열차로 바꿔 임기 내내 논란이 됐다. 많은 사업들이 어떻게 진척될지 불확실하다. 보은인사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줄을 서니, 누가 돌아섰느니 그런 얘기도 내게까지 들린다.

정치과잉 시대의 전형이다. 행정은 '변화'도 중요하지만, '연속성'이 생명이다. 많은 예산이 제로베이스가 아나라 연속적이다. 전라북도처럼 1조 1천억의 무안공항경유 호남선 KTX를 따낼 정치의 힘이 약한 대전은 '행정의 능력'으로나마 치밀한 전략을 준비해야 하는데 대전은 그렇지 못했다.

박성효 전 시장은 몇 안되는 대전출신 행정전문가다. 그는 대전시와 시정을 속속들이 아는 대전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는 불행히도 그의 정치적 상징이기도 한 '동물프레임'의 트라우마에 갇혀 있다. 그의 상당한 능력이 무색하게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전은요?' 한마디로 시장된 사람이라는 인식의 덫이 있다.

게다가 그가 속한 자유한국당은 인기가 없다. 구력은 그에 비해 짧지만 이미 시장출마를 선언한 허태정 유성구청장 등 민주당 상대후보는 당이 든든한 ‘빽’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현재로선 당의 후광을 기대하기 힘들다. 본인 스스로의 힘으로 가야만 하는 절박함이 있다. 그 절박함이 얼마만큼 시민을 울리느냐가 문제다.

그래도 그에겐 투박하지만 행정가로서 식물성 에너지가 있다. 그는 대전이라는 엽록체에서 햇빛, 이산화탄소, 물을 이용해 어떻게 에너지를 만들어 내서 광합성을 할 것인지 아는 분이다. 즉 대전이라는 들판에서 수많은 꽃들이 창조적 인재와 안정적 예산과 새로운 투자유치로 광합성하고 이 위에 행정지원의 고랑을 파고 규제라는 잡초를 솎아내는 행정을 아는 분이다.

그는 대전시정의 화려한 꽃밭을 시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경제, 과학, 복지, 문화, 교육, 교통 등 다양한 꽃들이 만발하도록 멀리서 강물을 끌어오고 저수지가 마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강영환 정치평론가
강영환 정치평론가

정치색과 정파에 구애받지 않고 침엽수와 활엽수, 큰 나무와 작은 풀, 자연수와 인조수가 공존할 수 있는 그 꽃밭을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 박성효 전 시장은 다른 무엇보다 스스로를 들꽃이라 여기고, 그를 억누르는 과거 보스가 만들어준 굴레를 스스로 풀어헤쳐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의 정국주도를 위한 동물적 감각의 언어를 대전발전을 향한 박성효만의 식물적 감각의 언어로 바꿔야한다.

'나는 대전은요?'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이 대전은요!' 라고 절박하게, 그러나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가 '대전은요' 뒤의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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