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누가 ‘게임의 규칙’을 마음대로 바꿨나?

유성복합터미널 사업자 재공모 과정에서 ‘게임의 규칙’인 공모지침을 누가 주도해 변경했는지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변경된 게임규칙으로 민간사업자는 막대한 특혜를 누리게 됐다. 또한 변경된 규칙이 사업지연의 책임이 있는 ‘롯데와 지산’의 우회입찰을 막기는커녕 오히려 방조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공모지침은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가 전체 사업의 윤곽을 제시하고, 민간사업자 선정방법과 기준을 명기하는 것으로 ‘게임의 규칙’에 해당된다. 그런데 새로 만들어진 ‘게임규칙’이 엉망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민간사업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변경됐기 때문이다. 

 

불과 ‘보름’ 만에 모든 게 끝났다?

지난해 6월 15일 대전시가 민간사업자인 롯데컨소시엄에 전격적으로 협약해지를 통보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자 재공모를 준비하기 시작한 시점은 7월초부터다. 대전시와 도시공사, 유성구가 함께 참여하는 ‘합동TF’ 첫 회의는 6월 30일에 열렸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TF 팀장은 이재관 부시장(현 시장 권한대행)이 맡고 운송주차과장, 창조혁신담당관 등 시 관계자와 유성구 도시국장, 도시공사 사업이사와 외부 전문가 등이 TF에 참여했다. 이들이 공모지침 변경, 즉 게임의 규칙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그러나 TF 첫 회의가 열리기 전부터 민간사업자에 제공할 혜택의 범위가 이미 결정됐다. 대전시는 TF 첫 회의 전날인 6월 29일 언론에 “TF가 사업정상화에 필요하다고 판단한 센터 진입도로의 재정사업 추진과 터미널 부지 조성원가 공급, 터미널 내 건축 허용용도 완화 등의 역할 분담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TF 논의에 앞서 ‘가이드라인’이 이미 정해졌다는 의미다. 

실제로 수차례 TF 회의가 열리고 난 뒤인 8월 10일 대전도시공사는 변경된 공모지침을 공개하며 사업자 재공모에 나선다. 이때 공개된 공모지침엔 6월 29일 대전시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대로 담겼다. ▲진입도로 재정사업 추진 ▲조성원가 이하의 토지공급 ▲용적률 및 건폐율 완화 등과 함께 사업자의 지위권 보장 방안 등이 폭넓게 담긴 것.

이후 “민간기업에 과도한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특혜논란이 일었지만, “사업정상화를 위한 불가피한 유인책”이라는 대전시와 도시공사의 명분을 뛰어넘지 못했다. 당시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오로지 ‘사업정상화’였기 때문이다.  
   
‘사업정상화’란 명분에 공모지침과 관련된 중요한 의혹 몇 가지는 이내 묻혀 버렸다. 그 첫 번째가 앞서 언급한 특혜논란이었다면, 두 번째는 ‘TF가 도대체 무슨 역할을 했느냐’란 의구심이었다. 

1개월이 넘는 TF 논의는 형식에 불과했을 뿐, 민간기업에 대한 지원방안은 6월말 큰 틀에서 결정됐기 때문이다. 대전시가 롯데컨소시엄에 계약해지를 통보한 시점은 6월 15일. 불과 보름 만에 ‘게임의 규칙’이 뒤바뀌게 됐다. 사전준비 없이는 불가능한 대목이다.  TF는 이미 결정된 뼈대에 살을 붙이는 역할만 맡은 셈이다.

2013년 7월 공모지침서와 2017년 8월 공모지침서. 어떤 내용이 어떻게 변경됐는지 살펴보면, 사업자 선정에 어떤 의도가 반영됐는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2013년 7월 공모지침서와 2017년 8월 공모지침서. 어떤 내용이 어떻게 변경됐는지 살펴보면, 사업자 선정에 어떤 의도가 반영됐는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사업정상화’ 명분에 가려진 진실

가장 중요한 것은 세 번째 의혹이다. 당시 언론은 민간사업자의 사업신청 자격이 대폭 완화된 것에 주목하지 않았다. 

현 시점, 대전시와 도시공사는 “롯데와 지산디앤씨의 사업참여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변경된 공모지침은 사업신청자의 자격요건을 강화하기 보다 대폭 완화하는 쪽으로 작동했음을 보여준다. 결과물만 놓고 보면, 롯데와 지산디앤씨의 사업재참여를 막기 위한 논의를 했다기 보다는 이들의 사업참여를 보장하는 논의를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누가 무슨 의도로 이 같은 자격요건 완화를 주도했는지’ 대전시가 명확히 해명해야 할 대목이다.

지난해 8월 변경된 공모지침에서 ‘사업참가의향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자는 사업신청을 할 수 없다’는 조항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고 사업협약체결 기한 내 공모지침에서 정하는 특정한 사유없이 협약을 체결하지 않은 우선협상 대상자는 사업신청을 할 수 없다’는 자격제한 조항 두 가지가 제외됐다. 자격제한 요건이 추가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삭제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자격제한 완화는 또다시 법적인 분쟁의 씨앗을 남겼다. 이번 공모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주실업’은 사업참가의향서 제출마감 시점(지난해 9월 29일) 이후인 10월에 설립된 회사다. 공모에서 후순위로 밀린 ‘핼릭스’라는 업체는 이 점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라며 대전지검에 고발장을 접수시켰다. 위법여부는 검찰이 판단하겠지만, 법률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모지침에서 평가항목과 배점을 변경한 점도 특정업체에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도시공사는 이번 공모지침에서 ‘터미널 개발계획 및 건설계획’ 등 시공능력 배점을 300점에서 220점으로 낮추고 ‘출자자 구성과 재원조달’ 등 시행능력에 대한 배점을 기존 150점에서 230점으로 높였다. 터미널을 잘 건설할 회사보다는, 다른 회사를 잘 끌어올 수 있는 네트워킹 능력을 더 높게 사겠다는 뜻으로 간주할 수 있다. 

전문학 대전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서구6, 민주)은 “지난 사업자공모 과정에서 도시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2년 넘게 사업을 지연시킨 지산디앤씨에 대해 공사가 손해배상 등 책임을 묻지 않은 점, 이후 공모지침 변경 등으로 지산과 롯데가 다시 사업에 참여한 점 등 뭔가 계획된 각본에 의해 움직였다는 의심을 살 만한 일들이 한 둘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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