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목젖이 들여다 보일만큼 입을 크게 벌리고 괴성을 질렀다. 어깻죽지가 목을 조였다. 잠시도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숨을 쉰다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다. 등허리를 얽어매고 있던 척추는 등골만을 남겨둔 채 마디마디가 촌충같이 떨어져 나갈듯이 아려왔다. 정신이 몽롱해져 갔다.

정신이 든 것은 털보가 내게 얼음 같은 냉수를 정수리에 들이붓고 난 뒤였다. 온몸이 땀과 함께 뒤섞인 냉수로 축축이 젖었다.

나는 고개를 떨어뜨리고 구부정하게 앉아 있었다. 두 팔은 맥이 풀린 엿가락처럼 늘어졌다.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반 곤예프는 여전히 신경질적으로 말을 내뱉었다.

이 곳에 무엇 때문에 왔다고? 사람을 찾기 위해? 그런데 왜 입국카드에는 비즈니스로 적혀있나. 꿍꿍이속이 있는 것 아니야?”

“.......”

나는 고개를 내 저었다. 말할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길게 혀를 빼물고 흔들거리다 이내 책상에 머리를 박고 엎어졌다.

그럴 때마다 매드 베데프가 머리채를 잡고 끌어 올렸다.

미스터 홍을 만난 뒤 그에게 필로폰을 넘겨주기 위해서 온 거지. 그렇지?”

“......”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내가 마약 밀매상이라니 아내를 찾기 위해 이곳에 온 나에게 이들은 마약 밀매 혐의를 덮어 씌웠다.

이반 곤예프는 내가 혼란한 러시아 사회 분위기를 악용하여 마약을 밀매하기 위해 이곳에 들어온 것이라고 단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 나를 잡아다 반죽음을 만든 스스로의 오류를 숨기기 위해, 마약 밀매 혐의를 가져다 붙였다.

그리고는 내게 서명을 하라고 강요한 뒤 그것을 근거로 나를 처리할 계산이었다. 그들은 입국 수속을 쉽게 하기 위해 대부분의 방문객들이 비즈니스로 적은 것을 꼬투리 잡았다. 나 역시 단순한 비즈니스로 입국 목적을 기입 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그들은 게슴츠레한 눈을 뜨고 있던 내 손을 끌어다 자신들이 사전에 조작해 놓았던 진술서에 서명토록 했다. 나는 영락없이 마약 밀매 혐의를 뒤집어쓰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무기력증에 빠진 사람처럼 그렇게 앉아 있었다. 그들이 하라는 대로 하고 그들이 지장을 찍으라면 말없이 그들의 손을 따라 눌렀다. 허리를 고이고 있는 것조차 버티기 힘겨운 고역이었다. 한 시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희미해져 가는 의식을 느끼며 그 자리에 꼬꾸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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