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전도시공사는 왜 지산에 소송제기 안했나

유성복합터미널 사업추진의 핵심 키를 쥐었거나, 현재 쥐고 있는 대전시-도시공사 관계자들. 자료사진

유성복합터미널 사업자 선정논란이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평행선의 두 축은 ‘상식과 법리’다. “상식에 반하는 일”이란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지만, 사업자 선정주체인 대전시와 도시공사는 “법리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상식에 맞서고 있다.  

유성복합터미널 사업지연의 책임이 있는 ‘두 기업’이 제3의 급조된 회사를 내세워 사업권을 확보하려 한다는 지난 15일자 본보 <유성복합터미널, 결국 ‘기업의 먹잇감’ 이었나> 의혹보도는 결국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 2014년 이후 터미널 사업을 표류시킨 주역으로 손꼽히는 롯데와 지산디앤씨. 두 기업이 최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주실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다는 것을 대전시와 도시공사가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지역 시민단체와 정치권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대전시와 도시공사의 태도는 완강하다. “시민감정에 반하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법적 행정적으로 두 기업의 사업 참여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게 이들의 공식입장이다. 유영균 대전도시공사 사장과 양승찬 대전시 교통건설국장은 언론과 시의회 앞에서 여러 차례 동일한 입장을 밝혔다.

의혹은 또 다른 의혹을 낳고 있다. 대전시와 도시공사의 주장대로, 두 기관은 ‘지산디앤씨와 롯데의 우회 입찰’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던 것일까. 행정이 명쾌하게 설명해야 할 의혹은 차고 넘친다. 그 첫 번째 의혹은 대전시와 도시공사가 지난 2016년 4월, 대법원 판결로 승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지산디앤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했느냐는 부분이다.

 

양승찬 VS 유영균, 엇갈린 진술

지난 2014년 대전도시공사를 상대로 ‘사업협약 체결 등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해 사업추진을 2년 이상 지연시킨 ‘지산디앤씨’. 결국 소송은 대전도시공사의 승소로 끝났다.

대법원 선고 시점인 2016년 4월까지 2년 이상의 사업지연이, 토지가격 상승 등으로 사업무산에 이르게 된 결정적 이유가 됐음에도 어찌된 영문인지 대전시와 공사는 지산 측에 책임을 묻지 않았다.

그리고 2년이 흐른 지금 “지산에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었는데 왜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사업무산의 책임이 있는 지산디앤씨가 ‘하주실업’으로 간판만 바꿔달고 우선협상대상자 지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전문학 대전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은 지난 19일 양승찬 대전시 교통건설국장에게 ‘지산’과의 소송전을 거론하며 “보통 이런 경우, (이긴 쪽에서) 손해배상 소송을 한다. 왜 하지 않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양 국장은 “그 부분은 아마도 도시공사에서 법적인 판단을 한 것으로 안다”며 “다시 한 번 상의해 보겠다. 대전시는 소송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양 국장의 설명과 달리, 도시공사는 아예 법적인 검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학 위원장은 사흘 뒤인 22일 유영균 도시공사 사장을 향해 동일한 질문을 던졌다. “도시공사가 입은 피해가 없냐”고 물었다. 유 사장은 단호하게 “없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이 오히려 깜짝 놀랐다. 그는 “왜 피해가 없냐”며 “사업이 2년 이상 지연됐고, 지산이 패소를 했는데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묻는다. 그제서야 유 사장은 “아직 검토를 못했다. 보고받지 못했다”고 말을 바꿨다. 도시공사가 지산에 대한 소송을 아예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바로 이 대목에서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전도시공사가 2016년 4월 대법원 판결 직후, 곧바로 지산을 상대로 책임을 물었다면 지산이 간판만 바꿔달고 유성복합터미널 사업에 다시 뛰어드는 일은 없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전문학 위원장은 “대전시나 도시공사가 지산을 상대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법적인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다”며 “늦었지만, 나는 지금이라도 지산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전지역 한 인터넷신문은 “(지산디앤씨) 이세용 회장과 권선택 전 대전시장이 ‘단구회’라는 모임을 같이하며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단구회는 지난 1990년대 말에 시작됐으며 권선택 전 시장과 이세용 회장뿐만 아니라 지역일간지 김 모 전 국장, 김 모 전 대전시 특보, 이 모 전 의원 등 지역에서 힘깨나 쓰는 인사들을 주축으로 비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졌다”는 것이 이 언론의 보도 내용이다.

권 전 시장과 이 회장이 ‘단구회 멤버’로 절친한 사이였다는 소문은 대전시 안팎에서 수년 전 부터 떠돌던 이야기로, 최근 이 회장의 아들이 유성복합터미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주실업’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권선택-이세용’ 두 사람의 관계가 재조명되고 있는 중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권선택 전 시장은 <디트뉴스>와 전화통화에서 "20년 전에 '단구회'라는 모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모임은 아니다"라며 "이세용 회장을 잘 알고 있지만, 유성복합터미널 사업 추진과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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