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규 교수의 과학으로 읽는 한의학]

손창규 대전대 한의학과 교수.
손창규 대전대학교 둔산한방병원 내과면역센터 교수.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들은 잠시도 산소가 없이는 살수가 없다. 우리 몸의 세포가 산소를 이용하여 에너지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몸이 늙고 병드는 원인도 이 산소 때문이라는 사실은 이상한 일이다. 강력히 반응하는 산소의 성질로 인하여 철이 산화되어 녹슬고 건물이나 옷도 낡아지듯이, 인체도 그리되는 것이다. 세포에서 산소를 이용하여 에너지를 만드는 작은 공장들이 있는데, “미토콘드리아”라고 작은 기관들이다. 1개의 세포에 약 1,000개 정도의 “미토콘드리아”를 가지고 있으니, 약 60조 정도 숫자의 세포들로 구성된 인체는 어마어마한 량의 산소를 이용하는 공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의 몸이 사용하는 산소는 두 개의 산소원자가 안정적인 모양을 유지하고 있는 무해한 산소이다. 그런데, 우리 몸에서 산소를 사용하여 에너지를 만들다보면 매우 불량한 산소가 부수적으로 생성되기도 한다. 일종의 불완전연소로 생성되는 매연과도 같은 것인데, 이 산소들은 반응성이 너무도 강하여서 거의 무작위로 인체의 중요한 물질들을 괴롭히고 변형시키는데, 이를 “활성산소”라 한다. 즉 “활성산소”는 매우 불안정한 자기가 안정해지기 위하여, 세포핵 속의 유전자를 비롯하여 세포벽, 지방성분 및 단백질들을 불안정한 형태로 산화시키는 것이다. 유전자의 산화가 축적되면 암이 되기도 하고, 노화나 피로 및 각종 성인병을 비롯하여 모든 질환의 발생 및 진행을 촉진시키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모든 지구의 생명체들은 활성산소를 제거하거나 피해를 최소화 하려는 항산화 작용을 하는 물질이나 효소들을 갖추게 되는 진화를 하였다.

한편, 한의학의 중요한 치료법인 뜸치료법(구법, 灸法)은 침을 놓는 혈자리나 환부에서 쑥이나 약물을 태워서 온열(溫熱)을 가하여 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침치료가 비교적 급성질환에 효과적이라면 뜸치료법은 몸이 차거나 허약해서 오랫동안 낫지 않은 질병이나 환자들에게 효과적이다. 수천 년간의 경험을 중심으로 활용된 뜸치료의 작용원리가 근래의 전 세계적인 많은 연구로 밝혀지고 있다. 필자의 연구팀은 “신궐”과 “관원“이라는 혈자리의 뜸치료가 탁월한 항산화작용을 함을 밝힌 바 있다. “신궐”과 “관원“은 인체의 중앙인 배꼽자리와 일반인들에게 단전으로 알려진 혈로서, 전통적으로 이곳에 뜸치료를 하면 특히 면역기능을 증가시켜 질병을 예방하고 장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본 연구자들은 특별한 의학적 이유가 없이 만성적으로 피로를 호소하는 45명 (남자 10명, 여자 35명) 시험참가자들을 2 그룹으로 나뉘어, 1주일에 3회씩 4주간 진짜 뜸 혹은 가짜 뜸치료를 시술하였다. 가짜 그룹도 동일한 뜸을 태웠으나 단열제를 사용하여 피부에 온열(溫熱)과 김이 전달되지는 않도록 하였다. 4주 뒤에 피로도와 혈액 중의 활성산소 및 항산화 효소들의 변화량을 비교하였더니, 진짜 뜸을 시술받은 그룹은 피로도가 통계적으로 현저히 개선되었다, 특히 혈액 중 활성산소의 양을 의미하는 지표인 과산화지질 (지질이 산소에 의해 산화된 것) 양은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반대로 항산화작용을 하는 글루타치온과 그와 관련된 효소들은 현저하게 활성화 된 것이 확인됐다.

뜸치료가 전신적으로 항산화작용을 한다는 이 흥미로운 임상시험의 결과는SCI급 국제저널에 실렸다. 이러한 발견은 예로부터 인체의 자연치유력을 증강하는 가장 중요한 혈자리로 알려진 신궐(배꼽)과 관원(단전)의 뜸치료 원리를 일정부분 과학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음주를 하거나 과도한 지방식, 수면부족, 스트레스 및 지나친 운동은 활성산소의 발생을 촉진시킨다. 모든 혈자리가 같은 원리로 작동할 것으로 믿지는 않는데, 본 연구는 신궐(배꼽)과 관원(단전)에 피부가 데이지 않을 만큼 (약 70도) 덥혀주는 간접구법을 사용하였다 이렇게 하면 내장의 기능과 기혈순환을 촉진하여주고, 쑥의 성분이 확장된 혈관을 통해 흡수된다. 이 신궐(배꼽)과 관원(단전)의 뜸치료는 본 연구의 대상자처럼 만성피로나 평소 배가 차서 소화력이 약하거나 잦은 설사, 생리통 월경불순, 수면장애, 잦은 두통, 손발이 차갑거나 면역력이 약해서 감기 등이 자주 걸릴 때 치료 받으면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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