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환의 정치 톺아보기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후보로 손꼽히는 허태정 유성구청장(왼쪽)과 이상민 국회의원(유성을, 4선).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후보로 손꼽히는 허태정 유성구청장(왼쪽)과 이상민 국회의원(유성을, 4선).

라면 한 그릇을 놓고서,

"형님 먼저 드세요, 00라면"
"아우 먼저 들게나, 00라면"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형님 먼저"
"아우 먼저"
"그럼 제가 먼저~~" 하는 광고가 있다.

작고하신 코미디언 구봉서 곽규석 선생님이 콤비를 이룬 라면광고다.

요즘 대전시장 후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상민 국회의원(유성을)과 허태정 유성구청장 사이에 감지되는 신경전을 보면, 이 불후의 명작광고가 생각난다.

2010년 안철수 전 의원과 박원순 현 서울시장간 '후보양보' 광경이면 감동도 전할 수 있을텐데, 대전은 그런 것 같지 않다. "형님이 대전시장 먼저하세요", "아우가 먼저 하게나"가 아니다.

"형님이 먼저 입장 좀 말해 주세요. 그래야 충분히 고려해서 제가 갈 길을 정하죠."
"나는 고민할게 너무 많아. 그런 건 스스로 알아서 아우가 판단할 정도는 되지 않았나. 아우 먼저"
"그래도 형님이 먼저"
"아우가 먼저"
현재의 분위기는 여기까지 인듯하다. 

일부 언론은 허 구청장의 발표가 임박함을 예측한다. 
그렇다면 라면광고의 마무리처럼,
"그럼 제가 먼저 제 갈길 얘기할께요. 뭐라하지 마세요~"
"헐. 쩝..." 의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겠다.

대전시장 선거를 라면광고에 비유한 무례를 범했지만, 박범계 의원의 불출마 이후 두 유력 후보 간 분위기를 보면 광고장면에서도 보듯 먹고 싶어 군침을 억지로 참는 것처럼 대전시장 꿈을 꾹 참으면서 서로 간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 같다. 광고 분위기와 흡사하다.

두 분은 정치적 동지다. 형님격인 이 의원이 유성을 책임지며, 아우인 허구청장을 발탁하고 끌었다. 두 분은 유성을 더불어민주당의 확실한 텃밭으로 일군 동반자다. 이제 형님은 4선 의원으로 쌓은 경륜을 대전시에의 봉사로 다지고 싶은 듯하고, 아우는 재선구청장을 마치며 새로운 도전으로 시장의 꿈을 향해 나아가려는 듯하다.

목표점이 일단은 같아졌다. 형님은 '아우야, 너는 아직 더 갖출 것이 많아. 형믿고 기다려. 그리고 젊잖아?' 하는 속내가 있을 수 있겠다. 아우 역시, '형님은 임기도 2년 남고 중앙에서 왕성하게 활동하잖아요. 길 좀 비켜주시면 안되요?' 속으로 볼멘소리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말이다. 라면광고처럼, 서로 눈치만 보고 옥신각신 신경전만 벌이다간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 유권자들은 '맛있는 라면'을 원한다. 신경전 하는 사이 불어버린 라면이라면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유성구 주민들 외에 나머지 4개구 주민들은 아직 두 분을 잘 모르는 듯하다.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고공 지지도만 믿기엔 위험하다. 인지도 외에 두 분은 약점으로 보일만한 구석도 없지 않다. 그것을 반전시켜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가 놓여있다.

이상민 의원에 대해선, '정치면 몰라도 시장은 도시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챙겨야 하는데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말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그 불편함이 감동의 스토리가 되어 사람 사는 시정의 향내를 짙게 예감케 할 수 있다면 역전의 스토리가 될 수도 있고 유권자의 마음을 울릴 수 있다. 감성시대에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허태정 구청장에 대해선 '아직 이르지 않나? 큰 시정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지 않나?'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있다. 반면 김두관 의원을 연상할 만큼 도전적이다. 외형적으론 잘 갖춰져 있는듯하다. 그렇지만 내면의 완성도는 모르겠다. 사람과 정치와 대전에 대한 생각의 깊이를 잘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젊지만 내공 있는 정치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상황은 다르지만 두 분 모두 앞에 국회의원이냐 시장이냐, '두 마리 토끼'가 놓여있다. '경우의 수'도 있고 정치공학적 해석도 난무하다. 그래서 '형님먼저 아우먼저' 눈치싸움이 치열하고 길어진다. 

강영환 정치평론가
강영환 정치평론가

하나를 버려라. 진정 대전시장이 되려면 눈치싸움을 버리고, 정치공학으로 승부하지 말고 당당하게 유권자에게 말하라. 시장이 되고자 한다면 '내가 시장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말하라. '나만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말하라.

정치는 누가 양보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꽃가마타고 무혈 입성하는 것도 아니다. 당태종도 임금 자리 놓고 형제간에 다퉜다. 마치 자기들이 양보하면 다 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유권자를 무시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위선적이다. 두 분 다 시장을 진정 원한다면 차라리 '경선'이 옳다. 대전시민은 양보하는 미덕보다 정치인들이 시들해가는 대전을 위해 무엇을 했고 어떻게 도약시킬 것인지 비전을 제시하길 원한다.

누가 '내가 먼저'를 말할까? 눈치만 보지 말고 차라리 맛있을 때 먼저 라면을 먹어라. 적어도 두 분간에는 정치공학적으로도 그게 더 유리한건 사실이다. 불어터진 라면은 맛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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