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지나간 길 따라 걷는 이명박
박근혜 지나간 길 따라 걷는 이명박
  • 류재민 기자
  • 승인 2018.01.19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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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민의 정치레이더 3] MB가 던진 마지막 승부수
지난 2012년 12월 28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박근혜 18대 대통령 당선인을 맞고 있는 모습. 이명박 대통령 기념재단 홈페이지.
지난 2012년 12월 28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박근혜 18대 대통령 당선인을 맞고 있는 모습. 이명박 대통령 기념재단 홈페이지.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보복정치’란 틀 위에 문재인 대통령의 가장 아픈 손가락인 ‘노무현’을 올려놓은 것이죠. 살아있는 권력에 던진 마지막 패라고 봅니다. 문 대통령은 ‘분노’했고, "정치적 금도를 벗어났다"고도 했습니다.

대다수 언론은 이 장면을 검찰 수사를 둘러싼 전‧현직 대통령의 ‘정면대결’에 초점을 맞추느라 정신없습니다. 이 대목에서 제가 ‘정치보복’이란 식으로 글을 쓰면 여권과 진보진영이 욕할 테고, ‘적폐청산’에 힘을 싣는다면 야권과 보수진영의 댓글을 걱정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지금 상황을 여와 야, 보수와 진보란 진영과 이념의 구도에서 벗어나 써볼 참입니다. 비난을 조금이라도 덜 듣기 위해 최대한 ‘객관적’인 방향으로요. 물론 판단은 이 글을 읽는 독자들과 국민들의 몫일 테지만 말입니다.

제목에도 언급했지만, 이번 주 MB가 보인 언행을 가만히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버랩(overlap)’됩니다. 자, 설명 드릴게요. 먼저 박 전 대통령이 탄핵 국면에서 주무기로 활용한 것이 무엇이냐면 ‘기자회견’이었어요. 본인의 활동 폭이 지극히 제한적이다 보니 제일 만만한 게 기자들이었죠. 그런데 문제는 ‘자기 말’만 했다는 데 있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은 아예 받지도 않았지요.

이번 MB의 ‘서재 성명’ 때도 기자들은 질문을 안 한 게 아니라 못했습니다. 성명을 발표한 사무실에는 극소수의 기자만 출입을 허용했지요. ‘MB 저격수’로 유명한 시사인 주진우 기자는 사무실에 들어갈 기자를 ‘가위바위보’로 정하자며 제안했다가 지는 바람에 못 들어갔답니다. 오죽하면 10년을 ‘MB 비리’만 팠는데 양보 좀 해주지, 하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사무실에 들어간 기자들도 질문을 못한 건 매한가지였습니다. MB는 본인이 준비한 성명문만 읽고 나서 자리를 떴기 때문입니다. 준비한 성명에도 본인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해명은 한 줄도 없었습니다. 온통 자신을 향한 현 정부의 ‘보복정치’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을 뿐이었죠.

그러면서 마지막에 “‘더 이상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들을 짜 맞추기 식 수사로 괴롭힐 것이 아니라 나에게 물어라'이게 제 입장입니다”고 ’보복정치론‘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박 전 대통령도 그랬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구속 기간 만료 후 법원이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법정에서 이런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법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제게서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한다.“

MB입장에선 이미 측근들(김백준‧김진모)이 국정원 특수활동비 불법 수수 혐의로 구속된 마당이고, 검찰이 무슨 증좌를 쥐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본인 입으로 의혹을 해명하면 일이 더 꼬일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겠지요. 그러니까 기자들 질문도 받지 않았던 거고요.

두 분의 ‘정치보복’ 프레임이 어쩌면 이렇게 비슷할까요? 그저 신기할 따름입니다.

이쯤되면 나올 수 있는 질문이 있겠죠. MB가 박 전 대통령이 걸은 길을 따라간다면 감옥에 간다는 소리냐는 것입니다. 제가 검사나 판사가 아닌 이상 감옥에 갈지 말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검찰은 어느 정도 혐의를 확인한 이상 MB를 포토라인에 세우긴 할 걸로 봅니다.

그리고 그 시점은 아마도 다음 달 설 명절 전이 되겠지요. 명절 이후는 평창 동계올림픽 있어 곤란합니다. 전 세계적인 행사를 치르는 기간에 전직 대통령을 불미스러운 일로 포토라인에 세운다는 건 국가적인 위신 문제이기도 하니까요.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나면 패럴림픽이 곧바로 이어지고, 패럴림픽 이후까지 가면 너무 늘어지기 때문에 설 명절 전이 가장 유력해 보입니다.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문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벼랑 끝에 몰린 MB는 ‘보복정치’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고 결사항전에 나섰습니다. 지지층 결집을 위한 노림수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것만큼은 박 전 대통령과 구분되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박 전 대통령 손에는 ‘태극기’라도 있지만, MB 손에는 지금 무엇이 있나요? 이제 다스가 누구 건지도 알 사람은 다 아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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