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였다.

이반 곤예프가 구역질이 날 만큼 상한 닭을 쥐떼 한 가운데 던졌다. 그러자 물결같이 일렁거리던 쥐떼들이 소리를 지르며 닭을 향해 돌진했다. 콘크리트 바닥에 부딪치는 쥐 발소리가 우르르 건물을 얇게 진동시켰다.

닭은 잠시 물결 속에 잠기는 듯 하다 이내 솟구쳤지만 어느새 뼈마디를 갉는 쥐들의 날카로운 이빨만이 눈에 들어왔다. 순식간이었다. 더욱 나를 충격 속으로 몰아간 것은 굶주림에 지친 쥐떼들이 허기를 채우려다 못 이룬 먹성을 다른 쥐들을 상대로 채우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것들은 눈알을 반들거리며 서로를 물어뜯어 한 점의 살점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꼬리를 치켜세웠다. 습기 배인 잔털에 동료 쥐새끼들의 핏덩이가 번들거렸다. 지하 웅덩이에서 일대 전쟁이 빚어졌다. 눈을 감았다. 식은땀이 온몸을 축축하게 적셨다.

그제야 매드 베데프가 나를 그곳에서 끌어내 자리에 앉혔다.

심문관 이반 곤예프는 이런 광경을 지켜보며 금이빨을 드러내고 웃었다. 그는 내게 엄청난 아량이라도 베풀듯이 역겹게 말을 내뱉었다.

마지막 한 번의 기회를 더 주겠다. 순순히 물건이 어디 있는지 말해.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나는 이빨을 굳게 물었다.

실어증에 걸린 사람처럼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책상에 엎드려 연신 가쁜 숨을 들이켰다. 마른기침이 끓어올랐고 강한 현기증이 머리를 맴돌았다. 지옥에서 살아온 기분이었다. 심문관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극도의 긴장 뒤에 엄습하는 피로감만 나를 사로잡았다.

이반 곤예프의 심문이 다시 시작됐다. 한 손으로 노란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씹었다.

물건 어디다 두었나. 호텔에도 없어. 공범이 있는 거지. 그게 누구야? 내가 알고 싶은 것은 그것뿐이야.”

“........”

하스볼라토프 홍의 메모지에 네 이름이 왜 적혀있어?”

난 무슨 말인지 아무것도 모르겠소.”

! 이 개새끼가 이제는 나를 가지고 놀아, 그 정도 가지고는 입을 열지 못하겠다 이거냐.”

아니오.”

나는 숨 가쁘게 말을 내뱉었다.

그러면?”

모르는 일이오. 정말 모르는 …….”

모르다니. 이 새끼가 그것을 대답이라고 하는 거야. 내게 지금 반항하고 있는 거야?”

그는 더욱 사나운 이빨을 드러내고 말을 물어뜯었다.

이반 곤예프가 투박한 손으로 나의 머리카락을 잡아챘다.

말하지 않기로 입을 맞춘 거야? 개새끼 말이 없어.”

“.......”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