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성명에 “정부 모욕, 금도 벗어난 일” 격정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전날 검찰 수사와 관련한 성명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거론하며 '정치보복'을 주장한 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격정을 쏟아냈다. 청와대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전날 검찰 수사와 관련한 성명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거론하며 '정치보복'을 주장한 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격정을 쏟아냈다. 청와대 자료사진.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18일 오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문재인 대통령의 ‘분노’섞인 입장을 읽었다. 전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재 성명’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정치보복과 연관시켜 언급했다는 이유에서다.

박 대변인은 “이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보복을 운운한 데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는 문 대통령 입장을 전했다.

노 전 대통령 죽음 거론, ‘역린’ 건드린 MB

문 대통령은 최근 검찰 수사를 ‘정치보복’이라고 규정한 이 전 대통령 성명에 대해 "우리 정부에 대한 모욕이며,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역임한 분으로서 말해서는 안 될 사법질서에 대한 부정이고 정치 금도를 벗어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분노’라는 단어까지 써 가면서 이 전 대통령의 발언에 격정을 쏟아낸 이유는 무얼까. 우선은 이 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역린(逆鱗)’을 건드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은 잘 알려졌다시피 변호사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30년 동지’다. 참여정부 시절 문 대통령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으로 노 전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좌했다.

이명박 정부 때 ‘박연차 게이트’로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 문 대통령이 변호를 맡는 등 ‘운명적인 관계’다.

때문에 이 전 대통령 입에서 노 전 대통령의 죽음과 정치보복이 거론되자 감정이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에게 그런 말(노무현 죽음·정치보복)을 듣는 문 대통령 입장에서 '분노'라는 말은 센 게 아니다"고 말했다.

“개인적 분노 넘어 정부와 국민,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

다른 한편에선 문 대통령의 ‘분노’ 발언은 개인적인 감정 표출이 아닌, 민주주의와 국민에 대한 모욕에 현직 대통령으로서 적극적인 대응이란 설명도 나온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분노가 어떻게 개인적인 것에 머무를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문재인 대통령의 분노는 국가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것과 연관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정부를 맡고 있는 책임감 때문에 그동안 많은 인내를 해왔지만, 모든 것을 인내하는 것이 국민통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정의롭지 않은 것에 인내하지 않는 것이 진짜 책임감이다”고 밝혔다.

‘적폐청산’ vs ‘정치보복’..정쟁 빌미 제공 우려도

전‧현직 대통령의 ‘설전’이 ‘적폐청산’과 ‘정치보복’으로 나뉘어 공방을 벌이고 있는 정치권에 또다시 빌미를 준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재임 시절 권력형 비리 사건 수사에 노 전 대통령 서거를 끌어들인 것은 최소한의 정치적 금도도 넘은 것으로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청와대 발표와 박자를 맞췄다.

이에 반해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문 대통령은)흥분해서 분노할 문제가 아니라 왜 국민이 ‘정치보복’이라고 말하는지 생각해 보기 바란다”며 “문 대통령께서는 검찰부터 문책하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매일매일 유포되는 피의사실, 모욕주기 수사, DJ노무현 정부에 대한 수사 없이는 결코 정치보복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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