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김주찬, 손시헌 계약 참고, 좋은 결과 기대

한화이글스가 FA계약을 논의 중인 정근우와 2년 계약은 너무 짧다. 한용덕 감독에게 있어 정근우는 이번 시즌 도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니 만큼 좀 더 장기 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화이글스가 FA계약을 논의 중인 정근우와 2년 계약은 너무 짧다. 한용덕 감독에게 있어 정근우는 이번 시즌 도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니 만큼 좀 더 장기 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7 시즌 우승팀 기아타이거즈는 16일 외야수 김주찬(한국 나이 38살)과 계약 기간 2+1년, 계약금 15억원, 연봉 4억원 등 총액 27억원(연평균 9억원)에 잔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양현종과 김주찬을 잔류시키고 외국인 3인방과 모두 재계약을 체결하며 지난 시즌 전력을 고스란히 유지한 채 다시 한번 대권 도전에 나서게 되었다. 또한, LG에서 방출된 베테랑 정성훈(한국 나이 39살)과의 계약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FA 미계약자로 남아 있는 한화이글스 정근우. 구단은 그동안의 협상 과정을 언론을 통해 노출하며 계약 기간을 2년으로 못 박고 협상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앞서 언급한 김주찬과 기아는 3년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NC는 이른 시점에서 정근우와 같은 내야수인 FA 손시헌(한국 나이 39살)과 2년 계약을 체결했다. 김주찬은 정근우 보다 한 살이, 손시헌은 두 살이 많다. 기아는 김주찬과의 3년 계약은 주장으로서 팀 우승에 기여를 했고 “팀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기 위한 시간을 통해 스스로 생각이 정리된 후 이루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NC는 손시헌과의 2년 계약 후, “성적으로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따뜻한 리더십으로 팀 분위기를 이끌어 왔다”고 밝혔다. 한편, 한화이글스의 43살 노장 투수 박정진도 팀과 2년 계약을 체결했다. .

기아 김주찬과의 성적 비교와 부상

김주찬과 정근우의 성적을 간접적으로 비교해 본다면 정근우는 김주찬에게 결코 뒤질 것이 없다. 최근 4년간 김주찬은 450경기에 출장, 타율 0.333, 560안타 62홈런 279타점 313득점 48도루 OPS .915를, 같은 기간에 정근우는 내야수임에도 불구하고 김주찬 보다 더 많은 494경기 출장, 타율 0.312, 592안타 47홈런 244타점 384득점 81도루 OPS .845를 기록했다. 전반적인 타격 성적은 김주찬이 앞서지만 김주찬은 주로 외야와 1루 그리고 지명타자로 경기에 출전했다면 정근우는 수비 부담이 큰 2루수가 주 포지션이다. 최근 선수들의 경기력을 수치로 환산해 계산하는데 널리 사용되는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 총합은 정근우가 15.26으로 오히려 김주찬의 12.15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정근우가 2016 시즌 후 무릎 수술과 2017 시즌 막판에 입은 부상으로 인해 37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와 함께 미래 경기력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기 때문에 한화이글스 입장에서는 계약 기간에 대한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지난 4년 간 정근우가 보여준 포지션 경쟁력과 경기력은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리듯이 자신의 커리어 하이 시즌을 연이어 보여주었다. 또한 2016 시즌 후의 무릎 수술은 그 시즌 김성근 감독 체제에서 무려 138경기를 소화한 것과 무관하지 않고 2017 시즌 막판에 입은 부상은 정근우 특유의 허슬플레이(주루 중 슬라이딩)로 인한 뜻하지 않은 부상이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물론 이런 상황 덕분에(?) 2018 시즌에 대한 준비를 철저하게 할 수 있었음(제대로 된 재활과 휴식 그리고 조기 훈련)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것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한화이글스와 정근우 앞에 놓인 현실과 이상 그리고 미래

역대 KBO 최고 2루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정근우의 대안이 한화이글스에 있는가에 대한 의문에 답을 줄 수 있는 선수는 아쉽게도 아직 없다. 당연히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면서(하주석 처럼) 리빌딩을 하고 팀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은 모든 구단이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무조건적이고 인위적인 것이 되면 불합리한 것이 된다. 한화이글스에도 뛰어난 자원이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들이 정근우를 넘어서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2015 시즌 120경기에 출장하며 주전 유격수 자리를 차지했던 강경학. 한화이글스의 미래였다. 그가 있었기에 군에 있던 하주석의 외야 전향과 3루 포지션 변경도 고려되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2016년 46경기, 2017년 59경기 출장에 그치며 하주석과의 유격수 경쟁에서도 밀렸고 2루수 정근우도 밀어내지 못했다. 지난 시즌 후반기 활약을 하며 기대치를 높인 오선진. 2008년 데뷔 후 2010년 108경기, 2012년 110경기에 출장하였지만 성장의 폭은 크지 않았다. 군 제대 후 2016년 57경기, 2017년 정근우의 빈자리를 틈 타 65경기에 출장하며 존재감을 나타냈지만 정근우의 빈자리는 아쉬웠다. 

한화이글스의 구상대로 기회를 받았던 두 선수가 제대로 성장했다면 2017 시즌 한화이글스의 내야 라인업은 2루수 오선진, 유격수 강경학, 3루수 하주석으로 이어지는 젊은 트리오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한화이글스는 2018 시즌 2루수 정근우, 유격수 하주석, 3루수 송광민의 라인업에 젊은 선수들을 백업으로 기용하며 주전들의 체력 안배(어차피 내야수가 144경기 출장은 어렵다)와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동시에 도모해야 한다. 물론 젊은 백업 선수들의 성장은 아무도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정근우처럼 역대급 내야수로 성장하기에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정근우가 한화이글스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정근우에게 제시한 2년이면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끝난다고 보는 것이 맞는 것인가, 아니면 3년, 아니면 4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 수준에서 정근우의 가치를 명확하게 인정해야 된다는 것이다. 

물론 FA 계약에서 구단은 당연히 계약 기간과 총액을 줄이기 위한 협상을, 선수는 조금이라도 더 계약 기간을 연장하고 총액을 보장 받는 계약을 원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특히, 30대 중후반의 베테랑들에게는 더욱 더 이런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고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이런 분위기가 냉정할 정도로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그렇다면, 38살의 김주찬과 3년 계약을 한 기아, 39살의 손시헌과 2년 계약을 한 NC에 과연 젊은 유망주들이 없는 것일까? 적어도 필자가 최근 중계를 통해 확인한 바로는 한화이글스 보다는 김주찬과 손시헌을 대체할 유망주들이 두 팀에 더 많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두 구단은 베테랑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계약을 체결했다.

부디, 구단과 정근우가 대면하여 협상할 시점에서 양측이 한발씩 양보하며 좋은 분위기에서 계약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오늘도 지난 10년의 암흑기를 벗어나기 위해 피나는 훈련과 노력으로 2018 시즌 그라운드를 누빌 준비를 하고 있는 한화이글스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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