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한 병원에서 '맞춤형 인공콧구멍-기도지지대' 수술에 성공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선천적으로 코와 콧구멍이 없는 몽골의 6세 소년이 3D 프린터로 ‘출력’된 인공 콧구멍과 기도 지지대를 이식받았다는 소식이었다.

선경훈 선치과병원장.
선경훈 선치과병원장.

이처럼 3D 프린트 기술이 가장 주목받는 분야 중 하나가 의학과 치의학 분야이다. 인공 신체기관을 3D 프린트로 출력해서 인공관절이나 성형수술, 치아 보철 등에 활용하면 질병 치료에서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3D 프린트 기술은 치의학 분야에선 이미 상용화되고 있다. 바로 인공 치아 출력이다. 현재 언론에 소개되는 3D 프린터와 똑같지는 않지만 거의 비슷한 개념의 장비가 개발돼 이미 치과에서 사용되고 있다.

또 컴퓨터의 CAD·CAM 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치과치료 장비가 발달해 보철치료를 하루 만에 끝내는 것도 가능해졌다.

▲ 충치치료, 왜 일주일씩 걸렸나?

많은 사람들이 충치로 치아가 손상돼 금이나 세라믹 소재로 인공치아를 만들어 씌우는 치료를 받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치과의사가 드릴로 치아를 갈아서 모양을 다듬는다. 필요한 경우 신경치료도 한다. 그 뒤 물렁물렁한 치약 모양의 재료를 입에 물고 있으라고 한다. 이른바 본을 뜨는 작업이다.

이는 대개 5분쯤 걸리는데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호소해왔다. 주로 재료가 “너무 물렁물렁해서 기분이 이상하다”, “화학약품 냄새가 난다” 등의 하소연이다.

본을 뜬 다음엔 인공치아를 임시로 끼워주고 1주일쯤 뒤에 다시 오라고 한다. 그동안 임시 인공치아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런 고생을 거쳐 치과에 다시 가면 금이나 세라믹 등으로 제작된 인공치아를 끼워 넣는 치료를 받는 것으로 보철치료가 마무리된다.

보철치료에 이렇게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치과에서 뜬 본을 치과 기공소에 보내면 그곳에서 금형을 뜬 다음 금이나 세라믹으로 인공치아를 만들어 다시 치과로 보내주는데 이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구강스캐너로 채득한 구강정보를 활용한 캐드캠 작업. 선치과병원 제공.
구강스캐너로 채득한 구강정보를 활용한 캐드캠 작업. 선치과병원 제공.

▲ 구강 스캐너와 원데이(1-Day) 보철

만일 인공치아를 즉시 만들 수 있다면 일주일을 허비하지 않고 보철치료가 당일에 완료되지 않을까? 이런 바람을 실현하기 위해 많은 시도들이 이뤄졌고 그 결실로 나온 것이 바로 컴퓨터의 CAD·CAM 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치과치료 장비들이다.

디지털 장비는 치과의 모습을 크게 바꿔놓았다. 우선 보철 치료를 받을 때에도 물렁물렁한 재료를 입에 물 필요가 없다.

그 대신 컴퓨터로 2~3분 동안 입 안을 스캔(scan)한다. 그러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입체적인 인공치아를 디자인한다. 그 디자인에 맞춰 세라믹 덩어리를 올려놓으면 밀링(milling)기가 인공치아를 디자인된 모양으로 가공한다.

이 치아를 끼워 넣기만 하면 보철 치료가 끝난다. 1주일 이상 걸리던 보철치료가 하루 만에 끝나는 원데이 치료가 가능해진 것이다.

임플란트 커스텀 어버트먼트 제작. 대전선치과병원 제공.
임플란트 커스텀 어버트먼트 제작. 대전선치과병원 제공.

▲ 임플란트를 위한 금속가공, 임플란트 커스텀 어버트먼트

임플란트를 위한 금속가공도 가능하다. 임플란트 ‘커스텀 어버트먼트(custom abutment)’가 대표적이다.

임플란트는 총 3가지 구성으로 완성된다. 치아의 뿌리를 대신하는 고정체(fixture), 치아의 머리부분을 대신하는 지대주(abutment), 맨 위의 인공치아 크라운(crown)이다. 커스텀 어버트먼트는 환자의 잇몸라인을 고려해 맞춤형으로 제작된 임플란트 지대주를 말한다.

일자형의 기성 지대주를 심으면 잇몸과 임플란트 사이에 공간이 생기는데 이곳에 이물질이 침투하거나 위생관리가 잘 안 되면 임플란트 주위에 염증이 나타날 수 있다.

반면 커스텀 어버트먼트는 본인의 잇몸모양과 일치하므로 보철물과 잇몸사이 틈이 최소화되며 염증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지대주 위에 올린 보철물에 가해지는 씹는 힘도 보다 넓게 분산돼 보철물이 파손될 위험도 낮아진다.

치주염이나 치아우식증(충치) 예방을 위한 디지털 센서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미국 등의 연구에 따르면 치아에 부착한 센서가 입속 박테리아 현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박테리아가 일정 수준 이상 증가하지 못하게 억제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만약 이것이 실현되면 충치나 치주염 등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첨단 디지털 기술이 구강 건강을 위해 더욱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될 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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